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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우울 - 25년차 정신과 전문의가 처음으로 정의한 반우울 심리학
다이라 고겐 지음, 곽범신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4월
평점 :

"너 왜 그래?"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감기 걸렸어", "우울증이래"처럼 정확한 병명을 말할 수 있으면 상대방에게 내 상태를 이해시키기 위해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나는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적은 없지만 오랜 시간 우울감과 무기력함을 반복해왔다. 병원에 가볼까 고민하다가도 괜찮아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결국 ‘게으름’이나 ‘감정 기복’ 정도로 치부하게 됐다. 나 스스로도, 가족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그런데 이제는 우울감과 무기력이 찾아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지금 반우울 상태야.”
저자는 반우울을 '우울감 이상, 우울증 미만'의 상태라고 정의한다. 조금 더 뇌과학적으로 접근하면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세 가지 주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 이상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이 '반우울'이라는 개념이 좋았던 이유는 단순하다. 이름이 붙는 순간, 해결의 실마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저자는 반우울의 회복 단계가 우울증의 회복 흐름과 같다고 말하며, 순차적으로 밟아나가야 할 4단계를 제시한다.
1단계 - 식사와 수면으로 회복의 토대 만들기
2단계 - 세로토닌 (마음의 안전장치) 정비하기 : 짜증이 줄어들고, 불안감이 누그러지고, 우울감이 개선
3단계 - 노드아드레날린 (의욕의 원천) 정비하기 : 끈기가 솟아나고, 뭔가에 흥미를 가짐
4단계 - 도파민 (두근거림의 원천) 정비하기 : 삶의 기쁨과 보람을 느낌
각 단계별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쉬운 처방들은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기를 추천한다!
이 책에서 가장 위로가 되었던 부분은, 반우울 상태가 내가 '고장 난 것'이 아니라 그저 '방전된 것'일뿐이라고 말해준 것이었다. 내 안의 결점을 뜯어고쳐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에너지를 채워 '원래의 나'로 돌아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말이 깊은 안도감을 주었다.
어쩌면 우리는 문제가 아니라 ‘과정’ 한가운데에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름을 붙이고 나니 비로소 나를 이해할 수 있었고, 이해가 생기자 회복은 생각보다 현실적인 일이 되었다.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이유 모를 무기력함과 우울감 때문에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다면, 오늘만큼은 자신을 다그치는 대신 "나 지금 방전됐구나" 하고 너그럽게 안아주는 건 어떨까? 조급해하지 않고 나에게 맞는 회복 방법을 하다 보면, 우리는 분명 원래의 건강하고 단단한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