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니걸스
최은미 지음 / 디오네 / 2009년 2월
평점 :
호니걸스? 그게 뭐지? 라고 궁금했던 나의 의문을 책 표지에서 시원하게 풀어 주었다.
"호니걸스가 뭐야? 그게 뭔데? "
"발정 난 처자들 정도 될 거다."
서른세살의 주인공 정인. 그리고 친구 재순과 라니. 이 세명은 30대의 노처녀이다. 그녀들은 오래된 친구였고, 세명이 모이는 모임의 이름을 정한것이 '호니걸스'였다.(정인이 정한다) 정인은 다섯 남자와의 연애를 하는 중이다. 월화수목금. 이렇게- 매번 다른남자와. 그리고 남은 주말은 자기만의 시간을 위해 보낸다. 그녀는 연애를 자유롭게 즐긴다. 하지만 재순은(도저히 정인의 그런 연예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해도-) 자존심이 강하고 오직 하나의 사랑만을 한다. 그리고 만약 다른 사람을 만나기 위해선 그 단 하나의 사랑과 헤어지고 난 후에라야 했다. 이런 정인과 재순 두 사람의 차이점 중간에 라니가 존재한다.
3명의 여성들 중에 주인공은 정인인데, 그녀의 일상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녀가 만나는 다섯남자들에 관한 이야기. 정인의 가벼운 연예관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몹시 가볍게 보이면서도 발랄하고 유쾌하게 표현해 놓고 있다. 정인이 가는 교회의 마신부가 들려주는 사랑에 대한 단상들이라는 에피소드도 나름 재밌다.남자와 여자들의 사랑을 낚시와 개와 코끼리에 비유해가면서 재밌게 풀어놓는다.
이야기는 그렇게 3명의 여성들의 발랄하고 가벼운 연예이야기로 끝을 맺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마지막 50페이지 정도를 남겨 놓고 책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정인의 연예 초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정인이 그렇게 다섯남자를 만나가면서 연예를 하고 있는 진실을 말이다. 그 진실이 가슴아프기도 했지만 너무 드라마속에 나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는 내용같아서 그 부분은 좀 그랬다.
그냥 가볍게 마지막까지 끝을 이어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약간 아쉬운 점도 있긴 했었다. 정인의 진짜 상처를 들춰내지 않고 끝까지 갔었더라면..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이 나름 좋았던 점은 3명의 각각의 여자들의 연예담을 가볍게- 때론 깊이감있게 이야기하는 점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이 책은 남자들보다는... 왠지 여자들이 읽으면 더 좋을 듯한 책인것 같다.^^ 사랑에 관한 여자들의 생각을 소소하게 들어보는 시간도 괜찮을 듯 한 책-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조차 가슴 한구석에 자신의 상처를 고름 주머니처럼 달고 산다. 그 고름 주머니는 그 자체로 고통이다. 그러나 고름 주머니의 고름이 어찌어찌하여 사라진다 하여 그 고름 주머니를 꿰찬 사람의 고통도 함께 사라질 수 있을까? 아니... 고름 주머니 속 고름의부재는 또 다른 고통이다. 왜냐하면 고름이 이미 그 사람의 일부가 되어 버려 고름의 부재는 곧 자신 일부의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p.217)
사랑은 그 누구의 말처럼 위대한 감정도 극단적으로 아름다운 그 어떤 것도 아니다. 알랭 드 보통의 책에 나오는 것처럼 '사랑과 혁명은 장밋빛에서 시작해 핏빛으로 끝난다.'는 말은 20대의 말이다. 삼십이 되고 사십이 되면 '사랑은 오다가다 만나 어영부영 끝난다'란 말에 보다 동감하게 된다. (p.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