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꺼끌함이 느껴지던 소설.

모래의 여자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제목에서부터 어떤 내용의 책일까? 무지 궁금해 했었다. 모래의 여자.. 작가는 그냥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고.. 역자이신 김난주 님이 더 익숙하고 친근한 이름이었다. 많은 일본책을 번역해 놓으신분.. 1993년에 돌아가신 작가 아베 코보님은 이 책으로 요미우리 문학상과 프랑스 최우수 외국문학상을 받으셨다고 한다. 그리고 그분의 다른 수많은 책들도 많은 상을 받으셨다.

모래의 여자.. 무언가 모래의 까끌까끌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나는 처음에 그런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고 난 지금에도 그 까끌함이 더 진하게 남겨진 느낌이다..

교사의 직업을 가진 한 남자가 휴가를 받아 평소 취미인 곤충채집을 하러 떠난다.(여기서 아베 코보님의 곤충채집을 좋아하는 관심이 책에도 드러나 보인다^^) 하여튼 곤충채집을 하러 떠났다가 모래 구덩이에 갇히게 된다.. 그것도 여자 혼자사는 모래 구덩이에..
처음엔 이게 뭐야~ 모래 구덩이?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는데..
한번 빠지면 외부세계로 왠만해선 빠져나올수 없는 그런 모래구덩이 이다. 그 속에 사는 여자는 흘러내리는 모래에 매일 밤새 삽질을 해야 했고, 여자는 그 일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런 여자의 생활에 그 남자가 왔고, 처음엔 하루 묵어가는 곳이라 생각했던 남자는 그곳을 빠져나갈수 없다는 것을 하루하루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이 여자는 그런 남자를 당연하다는 듯이. 함께 살면서 매일 모래삽질을 해야 한다는 듯이 말한다.
남자가 아무리 여자에게 신경질을 부려도 여자는 묵묵히 듣고 있고 마지막에는 "식사 준비 할까요?"라는 말로 일관한다.

몇번의 탈출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하게 되는 그 남자- 그리고 이제는 자신도 어느정도 삽질에 적응하고 여자가 자신의 몸을 닦아주는 수건질에도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잠자리까지..

이 느낌을 뭐라고 해야 할까? 꼭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책을 읽었을때처럼.. 눈먼 도시들의 막막함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읽는 내내- 결말까지도-
왠지 모를 답답함이 느껴지던- 특이하고 특별한 이야기-
모래의 여자-

 

물론 모래는 생존에 적합하지 않다. 그렇다면 정착은 과연 생존에 절대적으로 불가결한 것인가. 정착을 부득불 고집하기 때문에 저 끔찍스런 경쟁이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만약 정착을 포기하고 모래의 유동에 몸을 맡긴다면 경쟁도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사막에도 꽃은 피고 벌레와 짐승도 산다. 강한 적응력을 이용하여 경쟁권 밖으로 벗어난 생물들이다. 예컨대 그의 길앞잡이속처럼..(p.20)

내가 식사를 끝내자 여자는 개수대로 돌아가서, 머리에 비닐을 덮어쓰고 조용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이 벌레처럼 보였다. 앞으로도 이런 생활을 계속할 작정인가? 밖에서 보면 손바닥만한 땅이겠지만, 구멍 바닥에 서서 보면, 눈에 보이는 것은, 그저 끝없는 모래와 하늘뿐이다.. 눈 속에 갇혀버린 것처럼 단조로운 생활.. 이 안에서 여자는 타인으로부터 위로의 말 한마디 들은 기억도 없이 살아왔으리라.. 어쩌면 내가 덫에 걸려주어, 아가씨처럼 가슴 설레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무나 비참하다 (p.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