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정학 - 새로운 해상제국을 향한 야망
위그 외들린 지음, 이대희 옮김 / 에코리브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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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를 통해 에코리브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중국의 지정학>

대륙에 머물던 거대한 힘이 바다로 방향을 틀었다.
오래 묵혀둔 욕망이 수면 위로 솟구치듯 펼쳐지고
해상으로 뻗어 나가는 항로마다 기류가 달라진다.
관세 전쟁과 군사적 긴장, 남중국해의 팽창
초대형 무역망의 구축까지.
이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한 국가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해양 체제가
태어나는 장면과 마주하게 된다.
그 파문은 이미 국경을 넘었고
이제 세계의 질서가 서서히 움직인다.


📖 책을 읽고 나서

바다는 언제나 그대로였는데
어느 날 그 위를 가르는 발걸음이 달라졌다.
조심스러움도 아니고 과시도 아니고
그저 오래 눌러 둔 의도가
방향을 바꾼 듯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대륙의 깊은 곳에서 고인 물이 해안으로 밀려나오듯
오랫동안 안쪽에 묶여 있던 힘이
바다를 향해 천천히 흘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항구가 늘어났고
그다음에는 배가 달라졌으며
어느 순간 지도에 그어둔 선이 바뀌었다.
남중국해의 얇은 경계, 동중국해의 긴장
서해의 떨림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 냈다.
그 문장은 소리 없이 퍼졌지만
닿는 곳마다 기류를 바꿔 놓았다.

수면 위에서 보이지 않는 계획은
육지보다 바다에서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어떤 국가는 정보를 모으고, 기술을 흡수하고
속도를 높이며 바다 너머로 손길을 뻗기 시작했다.
그 손길은 무역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지만
그 안에는 진짜 목적이 얇게 숨겨져 있다.
항로를 확보하고, 거점을 세우고
해군을 앞세워 먼 바다로 나아가며
세계의 흐름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돌리려는 의도.
이 의도가 하나씩 연결될 때
도광양회의 오래된 그림자가 완전히 걷힌다.

한 나라의 움직임은 바다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밀려나는 파도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확장되는 해역은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함대가 이동하면 그 목적은 곧 지형의 변화로 나타나고
항만과 항구가 늘어나면
그 배후에 놓인 마음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 흐름은
한때 잃어버렸던 자리를 다시 찾으려는 움직임
과거의 궤적을 되짚고
다시 그 위에 발을 올려두려는 움직임
누군가에게 빼앗겼다고 여긴 시간의 빚을
바다에서 되갚으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그 과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순간
주변 국가는 숲이 바람의 방향을 감지하듯 반응한다.

세계는 이 이동을 눈으로만 보지 않는다.
항구의 개수, 항로의 길이, 군함의 속도보다
더 깊은 곳에서 어떤 의지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읽는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손짓이 점점 선명해지고
그 손짓이 누가 미래의 지도를 그릴 것인지 싸움을 시작한다.

바다는 기록을 남긴다.
어떤 배가 지나갔는지 어디서 출발했고 어디로 닿았는지
지도에서 지워졌던 힘이 다시 바다로 방향을 틀었는지
그 모든 흔적을 남기며 다음 장을 준비한다.

지금 세계는 그 장을 함께 바라보고 있다.
말보다 움직임이 앞서고
선언보다 행동이 먼저이며
의도는 이미 대양 곳곳에
자신만의 문장을 새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문장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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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명리의 지혜 -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명리 인문학 강의
김원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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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더퀘스트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오십에 읽는 명리의 지혜>


오십이라는 문턱은
애써 모른 척해 온 질문들이 조용히 모여드는 시간이다.
남겨둘 것과 내려놓을 것이 서로 뒤엉켜
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는 나이.

이 책은 그 멈춤의 순간에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다듬어갈지 묻는 목소리처럼 다가온다.
새로움을 강요하지도 과거를 미화하지도 않고
지금의 나로 어떤 방향을 만들지
담담하고 예리하게 짚어주는 책.


📖 책을 읽고 나서


오십 즈음의 삶에는
어떤 장면이든 쉽게 흘려보내지 못하게 만드는 기운이 있다.
젊은 날의 기세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사실이
하루의 틈에 비집고 들어오고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선택들이
더는 나를 앞으로 밀지 못한다는 신호가 켜진다.
그때부터 삶은 다른 방식으로 방향을 요구한다.
앞서가려는 의지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
차분히 골라내는 감각이 더 큰 힘을 가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명리의 언어는 그런 나이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렌즈처럼 다가온다.
괜히 미신처럼 흐리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살아온 방식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날카롭지만 담담하게 보여준다.
지금까지 쌓아온 습관이 어디로 기울어지려 하는지
무엇을 시도하면 위험이 따르고
어떤 선택이면 무리 없이 지속될 수 있는지를
수십 년간 축적된 ‘삶의 패턴’으로 읽어내는 방식이다.

오십 이후의 결정이 더 조심스러워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변화를 꿈꾸면서도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결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택이
가장 현실적인 안전망이 된다.
평생 회사원으로 살아온 사람이
갑자기 사업가의 길을 걷기 어려운 이유
계속된 관계 속에서 굳어진 습관이
새로운 환경 앞에서 쉽게 바뀌지 않는 이유
모든 것이 뜬구름이 아니라
나 자신이 꾸준히 쌓아온 길의 힘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명리는 차갑게 드러낸다.

그렇다고 운명을 운명대로 받아들이라는 뜻은 아니다.
중년의 선택에는 방향을 재정비할 지혜가 더해진다.
예전에는 체면 때문에 떠안았던 역할을
이제는 슬쩍 비켜설 줄 아는 선택
무리한 관계를 억지로 이어가기보다
나와 맞지 않는 흐름에서 자연스레 빠져나오는 용기
머리와 마음이 과잉 소모되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와 공간을 확보하는 감각
이런 작은 결단들이 삶의 후반부를 단단하게 만든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능력이 줄어드는 일이 아니라
지켜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을
더 정확히 구분해내는 일이 아닐까.
젊을 때는 ‘도전’이란 말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지혜로운 우회’가 더 날카로운 힘을 가진다.
강한 자를 억지로 막지 않고
맞지 않는 환경을 굳이 붙잡지 않으며
내가 오래 견뎌온 생활 방식이
어디까지 유효한지 냉철하게 살피는 감각
그게 바로 인생의 후반부에 필요한 기술이다.

중년 이후의 삶은 정교한 조율에 가깝다.
가을 들판이 화려한 폭발 대신
익어가는 방향을 선택하듯
사람도 어느 순간
속도를 내는 대신 선명함을 택하게 된다.
버릴 것을 분명히 버리고
지킬 것을 잃지 않으며
앞으로의 길을 과하게 흔들지 않는 힘.
그 힘이야말로
오십 이후의 모든 선택을 이끄는 숨은 기준이 된다.

마침내 인생 후반부는 새로운 출발처럼 보이지만
실은 지금까지의 삶을
가장 나답게 재정렬하는 시간에 가깝다.
그 과정이
현실적인 지혜와 단단한 선택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후반생은 불안한 시기가 아니라
내 삶의 모양을 다시 깎아 만드는
가장 능동적인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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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감정론 현대지성 클래식 70
애덤 스미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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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현대지성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도덕감정론>


욕망과 인정, 자존과 부끄러움의
미세한 결까지 해부하며
인간 마음의 구조를 세운 단 한 권.
애덤 스미스가 경제를 말하기 전에 먼저 파고든 세계,
타인의 시선을 향해 흔들리는 마음이
어떻게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되는지를
날카롭고도 정확하게 드러내는 인간학의 원본.


📖 책을 읽고 나서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두 개의 창을 들고 있다.
하나는 타인의 얼굴을 비추는 창
다른 하나는 그 얼굴을 바라보는 나를 다시 비추는 창.
애덤 스미스가 파헤친 것은
그 두 창이 부딪히며 생기는 떨림이었다.
누군가의 인정이 저 멀리서 다가오면
사람은 스스로를 조금 더 반듯하게 세우고
경멸의 기색을 읽어내는 순간엔
이유도 모르는 불안이 명치 아래에서 움츠러든다.
욕망의 모양이란 복잡한 것 같아도 단 하나로 좁혀진다.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 질문이 삶을 밀어붙이고 또 무너뜨리고
때로는 다시 세우기도 한다.

기쁨은 질투가 끼어들면 더 이상 기쁨이 아니게 되고
슬픔은 원치 않아도 어느새 맞닿게 되는 이유.
벼락 같은 성공이 오히려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역설.
부와 명예를 좇는 발걸음이
타인의 비웃음을 피하려는 몸짓에 가깝다는 사실.
이런 조각들이 이어지고 겹쳐지는 동안
‘인간은 왜 이렇게까지 바쁘게 사는가’라는 질문은
단단한 형체를 갖는다.

이기심은 금지된 감정이 아니라
길들여야 하는 움직임에 가깝다고 스미스는 말한다.
그 움직임이 타인을 짓밟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욕망은 금세 흉해지고
공정한 관찰자의 눈을 통과하면
욕망은 똑바로 서기 시작한다.
중요한 것은
그 관찰자가 우리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타인의 평가에 앞서 스스로 내리는 판결이
가장 먼저 우리를 움직인다.
그 판결은 감정의 변화에 따라 변덕스럽게 흔들리지 않는다. 가라앉아야 보이는 것들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감정이 일렁이는 순간에는
그 어떤 논리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화가 나면 말이 너무 빠르고 무서우면 판단이 흐려지고
억울하면 옳고 그름이 한순간에 비뚤어진다.
그래서 스미스는 행동보다 늦게 도착하는
마음의 판단을 경계한다.
늦게 오는 판단은 후회를 낳을 뿐이며
그 후회는 사람을 더 깊은 자기기만으로 몰아넣는다.
자신에게 관대하고 싶은 본능
스스로를 보호하고 싶은 충동
그 모든 것들이 때로는 가장 정확한 판단을 가로막는다.
그래서 삶을 바꾸는 일은 늘 남이 보는 눈으로
자신을 다시 바라보는 순간에 시작된다.

부는 편리함을 가져올 것 같지만 더 많은 불편을 불러오고
명예는 행복을 줄 것처럼 보이지만 책임과 긴장을 앞세운다.
그렇다면 인간을 진짜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사랑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믿고 싶어 한다.
그것이 인간이 추구하는 진짜 보상이며
도덕이 품고 있는 가장 고요한 힘이다.
평온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기준에서 나오고
만족은 ‘이 정도면 괜찮다’는 내면의 판단에서 온다.

인간은 사회를 이끄는 거대 담론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은 늘 ‘나와 너’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그 관계가 조금만 망가지면 삶 전체가 균열을 일으킨다.
반대로 그 관계의 중심이 바로 설 때
존재는 생각보다 쉽게 안정된다.
공정한 관찰자는 멀리 있지 않다.
격한 감정이 지나가고 나서야 모습을 드러내지만
그 침착한 시선은 삶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유일한 힘이 된다.

욕망이 흔들리는 시대라서가 아니라
인정의 무게가 더 거세진 시대라서가 아니라
인간이 원래 그렇게 만들어졌다.
사람은 타인의 시선 속에서 스스로를 이해하고
그 시선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다시 살아간다.
그 반복의 한가운데에서
공정한 관찰자는 언제나 한 가지를 요구한다.
“지금의 선택이 네가 원하는 인간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이 물음 앞에서야 마음은 스스로의 자리를 찾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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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왜 말을 그렇게밖에 못할까 로버트 볼튼 인간관계 수업 2
로버트 볼튼 지음, 박미연 옮김 / 트로이목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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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를 통해 트로이목마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그 사람을 왜 말을 그렇게밖에 못할까>


말이 서로를 해치는 도구가 되는 시대,
이 책은 말을 다시 ‘관계의 구조’로 끌어올린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침묵에 숨지 않고
상대를 부수지 않으면서도 나를 잃지 않는 방식으로
말의 힘을 다시 세우는 기술이 펼쳐진다.
싸우지 않고도 단호해지는 법
물러서지 않으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법
그 모든 언어의 뼈대를 처음부터 다시 짚는다.


📖 책을 읽고 나서


말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이렇게 복잡한 건 아니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다가가기 위해 쓴 언어가
어느 순간 서로의 경계를 흔드는 도구가 되고
잠깐의 표현이 오래된 상처로 남고
잘 보이려는 마음이
자기 자신을 잃게 만드는 순간들이 쌓이면서
우리는 말 앞에서 조심스러워지고 동시에 예민해졌다.

그 복잡함의 한가운데에서
이 책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 꺼내 보여준다.
좋은 말하기는 목소리를 키우는 연습이 아니라
내 영역을 지키는 길이며
상대의 무례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는 근거이며
관계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기둥을 세우는 일이라는 것을.

여기서 제시되는 자기주장의 방식은
공격과 방어 중 어느 쪽에도 기대지 않는다.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
‘그 행동이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그래서 나는 어떤 상태에 놓였는지’
세 개의 문장을 차근히 이어 세우는 일,
이 구조만으로 서로의 온도를 무너뜨리지 않고
문제를 바로 가리키게 된다.

설득의 기술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관계의 무게 중심을
다시 맞추는 작업에 가깝다.
말이 소란을 키우지 않도록
감정이 방향을 잃지 않도록
상대의 기세에 흔들리지 않도록
자신의 말자리를 단단하게 놓는 연습이다.

갈등을 다루는 부분에 이르면
감정을 먼저 다룰 줄 알아야 현실의 문제에
손을 댈 수 있다는 사실이 또렷해진다.
아무리 옳은 말도 격해진 마음 위에서는 날카롭게만 들리고,
논리라는 이름의 말들도 서로의 벽만 두껍게 만든다는 걸
너무나 익숙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쉽게 잊곤 한다.
이 책은 감정을 가라앉히는 기술을
문제 해결의 첫 문으로 제시한다.
진짜 갈등은 감정의 안개가 걷힌 자리에서야
모습을 드러내니까.

협동식 문제 해결법은
누가 더 옳은지를 따지는 구조가 아니라
두 사람이 어떻게 같은 자리에 서서
해결책을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이 과정은 느리지 않지만
단번에 결론만을 원하는 마음을 내려놓게 만든다.
모든 관계는 ‘승리’를 목표로 세워지지 않으니까.
관계는 함께 버틸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과정이니까.

말은 상대를 이기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잃지 않기 위한 구조라는 것.
그리고 그 구조는 억누르거나 밀어붙이는 힘이 아니라
서로의 존엄을 해치지 않으면서
각자의 세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완성된다는 것.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언어의 힘은
더 세게 말하는 법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말의 자리를 만드는 법에 가깝다.
어떤 관계에서든
물러나지 않으면서도 상처를 남기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그 미세한 균형을 세우는 기술.

그래서 나는 말의 온도가 뒤섞인 하루에서도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부르려 한다.
멀어지지 않을 만큼의 거리와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목소리를 지켜 내며.
그 사이에서 이어지는 대화가 언젠가
더 나은 자리로 흐를 수 있다면.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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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외로움은 삶의 방패가 된다 - 타인에게 상처받지 않고 나를 지키는 고독의 힘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장은주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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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북플레저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때로 외로움은 삶의 방패가 된다>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한 칸의 공간이 있다.
바쁘다는 말로 밀어두고
시끄럽다는 이유로 피하고
무의식적으로 두려워해 온 바로 그 자리.
그 자리를 향해 다시 몸을 돌리게 만드는 책이 있다.

혼자일 때만 들리는 생각의 목소리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나의 기율
관계가 아닌 ‘나’라는 중심에서 출발할 때만
열리는 내면의 방향.

이 책은 혼자를 두려워하는 사회 한가운데서
‘홀로 있는 시간’이야말로
인간을 다시 세우는 힘이라고 말한다.
외로움이 결핍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변하는 지점,
그 문턱을 넘게 만드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혼자라는 이유로 흔들리는 사람보다
혼자 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


📖 책을 읽고 나서


사람이 사람을 지나치듯
생각도 어느 순간 스스로를 잃는다.
눈앞의 반응 하나에 마음이 흔들리고
화면 속 작은 아이콘 몇 개에
하루의 중심이 바뀌는 시대에서
사고는 갈 곳을 잃은 채 떠다닌다.
그 표류가 너무 익숙해져 아무 의심도 하지 않게 된 지금
이 글은 익숙함을 거꾸로 세워 바라보며 시작된다.

세상은 끊임없이 이어지라고 말하지만
이어질수록 방향을 잃는다.
많은 연결이 힘을 주는 듯 보일 뿐
실제로는 판단이 가벼워지고 깊이가 얇아진다.
인정의 신호가 빠르게 도착하는 만큼
마음도 빠르게 닳아간다.
화면 하나가 하루를 움직이고
반응 하나가 내면의 기준을 흔든다.
이 흐름의 중심에서 사람은 자주 자신을 잃는다.

그래서 고독이 필요하다.
누구도 끼어들지 않는 시간
오롯한 사고의 움직임만 남는 그 순간.
외부의 속도에 휩쓸려 들어가던 마음이 멈추고
멈춤 속에서 새로운 방향이 생겨난다.
고독은 생각이 제 모양을 찾는 자리다.

외로움이 두렵다는 말은 흔하지만
두려움의 정체는 외로움이 아니다.
사람을 괴롭게 하는 것은
‘정지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이다.
사회가 멈추지 말라고 일렁일렁 흔드는 와중에
혼자 있는 시간은 결핍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바로 그 정지의 순간에서 진짜 사고가 자란다.
타인의 기대가 사라지고, 승인 욕구가 침묵하고
비교의 자리가 사라진 자리에서 사고는 방향을 세운다.

관계가 넓어질수록 마음은 바깥으로 흘러나가고
많은 소리가 뒤엉킬수록 생각은 방향을 잃는다.
사람들은 깊은 사고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쉽고 가벼운 유대에 더 손을 뻗는다.
연결의 편리함이 성장의 시간을 잠식하고
떠들림이 쌓일수록 내면은 조용히 침몰한다.
이 글은 그 침몰을 막기 위해 고독이라는 밧줄을 불러낸다.

혼자 있는 시간은 결핍이 아니라 힘이다.
한 사람의 사고가 스스로 확장되는 유일한 순간이며
내면의 구조가 다시 정렬되는 자리다.
누구도 대신 대신해줄 수 없는
방향 설정의 힘이 그 속에서 생겨난다.
관계의 소음이 잠시 사라지는 동안
마음의 표면에서 오래 눌려 있던 질문들이 떠오르고
그 질문들이 자기만의 의미와 궤적을 만들어낸다.

고독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삶의 속도에 끌려가는 존재가 되고
고독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삶의 방향을 스스로 잡는 존재가 된다.
이 글이 강조하는 건 외로움의 미화가 아니다.
고독은 무거움도 쓸쓸함도 아니다.
고독은 ‘나를 되찾는 기술’이다.

단절이 아니라 재정비,
비움이 아니라 정렬.
고립이 아니라 회수.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자신에게 다가간다.
그 다가감이 자리를 잡을 때
관계는 다시 건강한 무게를 갖는다.
타인의 시선으로 흔들리던 마음이
스스로 균형을 잡기 시작한다.
심리학이 말하는 승인 욕구의 소음이 가라앉고
비교와 불안의 그림자가 걷힌다.

고독은 감내하는 시간이 아니라 사용하는 시간이다.
지키는 시간이 아니라 꺼내는 시간이며
세상의 소음이 걷힌 자리에
새로운 시선이 태어나는 순간이다.

사람이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
아무도 없는 자리에서
사고가 처음의 힘으로 되살아나는 순간.

지금의 흐름을 멈출 용기만 있다면
고독은 누구에게나 가장 날카로운 도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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