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 다다미 넉 장 반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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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비채 @drviche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 - 모두가 한 번쯤 꿈꾸지만 누구도 발을 들이지 못한 세계

💡무한한 가능성과 무한한 불가능성 사이에서

살면서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하지만 그런 질문은 단순한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뿐, 현실에서 우리는 오직 하나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듯 보이지만, 동시에 무한한 불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이 인생이다.
이 소설 속 주인공 또한 대학 시절이라는 자유롭지만 기묘한 시기를 보내면서 다양한 선택지를 눈앞에 두고도 늘 같은 듯 다른, 그러나 어딘가 기묘하게 얽힌 길을 반복해서 걷는다.
넉 장 반 크기의 작은 하숙방에서 그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선택의 의미를 고민하며, 같은 듯 다른 세계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살아간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도 그와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른다.

💡이야기가 꼬이고, 시간이 뒤엉키고, 현실이 늘어선다

이 작품은 단순히 한 청년의 방황을 그린 것이 아니다.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그때 다르게 선택했더라면' 이라는 가정이 실제로 구현되는 장면들을 마주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선형적인 시간 개념이 없다.
오히려 시간은 가지를 치듯 뻗어나가며 과거와 현재가 뒤엉키고, 현실과 상상이 겹쳐지는 경험을 선사한다.
평행우주적인 구성이 펼쳐지는 동안 같은 공간에서 다른 선택을 한 수많은 주인공의 삶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때로는 코미디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철학적 숙고처럼 다가오기도 하는 이 작품은, 한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다양한 갈래로 흘러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선택이라는 행위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만든다.

💡구제불능이기에 더욱 사랑스러운 인물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어딘가 결핍되어 있다.
주인공은 목적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며, 오즈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말썽꾸러기이며, 스승님은 현실과 동떨어진 고고한 존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지닌 모자람과 허술함이 오히려 그들을 더욱 사랑스럽게 만든다.
우리는 완벽한 인간보다, 실수를 저지르고 후회하며, 다시 일어서길 반복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애정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리고 소설 속 인물들이 겪는 우스꽝스러운 순간들과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은 단순한 웃음을 넘어, 그들이 얼마나 우리와 닮아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고풍스러운 스타일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세계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저 이야기의 독창성이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만이 아니다.
저자가 구사하는 문장은 일본 특유의 전통적이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자아내면서도, 현대적이고 위트 넘치는 감각을 잃지 않는다.
마치 오래된 서재에서 먼지를 털어낸 문장을 읽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최첨단 기계가 조합한 듯한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러한 독특한 스타일 덕분에 현실과 비현실 사이, 과거와 현재 사이, 전통과 현대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이 소설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그 선택을 하지 않은 우리는 지금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서평 요약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 다다미 넉 장 반, 그 안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꿈꾼다.
하지만 가능성은 한없이 열려 있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쌓이고 쌓여 미로처럼 뒤엉키는 것에 가깝다.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바뀌는 길, 엇갈리는 우연과 필연 속에서 허우적대는 청춘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기묘하게 익숙하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지만 결국 지나가버리는 시간들, 쫓을수록 멀어지는 선택의 갈림길 앞에서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있다.

그래도 우리는 오늘도 어디론가 가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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