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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다 거짓이야
대니얼 나예리 지음, 김래경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8월
평점 :
#협찬
📚 <슬픔은 다 거짓이야>
☕ 페르시아에서 온 소년, 입담으로 슬픔을 꿰매다
"내 이름은 호스로인데, 정 어려우면 대니얼이라 불러도 돼요"
학교 교실 맨 앞줄에 서서 가래 끓는 거친 소리로
자기 이름을 증명하려는 소년이 있어요.
아이들에게는 냄새나는 도시락이나 싸 오고
엉뚱한 똥 이야기나 늘어놓는 이상한 난민 소년이지만,
그 입에서 터져 나오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정신을 쏙 빼놓기 일쑤죠.
이 작품은 이란을 탈출해 미국 오클라호마에 불시착한 소년
호스로의 자전적 이야기에요.
작가 대니얼 나예리는 상실과 난민 생활의 씁쓸함을
비장하게 늘어놓지 않아요.
대신 현대판 셰에라자드처럼 시침 뚝 떼고
유쾌한 농담으로 그 아픈 기억들을 쓱쓱 꿰매어 나가요.
왕족이나 다름없는 성에서 페이스트리를 먹던 기억과
초원을 가로지르던 비밀스러운 강물,
그리고 목숨을 건 위협 속에서 자식들을 품에 안고
낯선 세계로 몸을 던진 어머니 시마의 결단까지.
차가운 교실 안에서 호스로는 상처에 짓눌리는 대신
신화와 전설을 직조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완성해내요.
"우리 뇌가 두려운 나머지
가슴속 구멍을 외면하고 싶어 하는 거다"라며
슬쩍 똥 이야기를 던져 분위기를 전환하는
소년의 뻔청스러운 유머 속에는,
가혹한 비극 앞에서도 끝내 삶을 지켜내고야 마는
경이로운 생존력이 숨어 있어요.
📖 고통스러운 기억을 가진 사람들은
대개 두 가지 길을 걷곤해요.
슬픔이라는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거나,
아니면 그 슬픔을 부인하며 마비된 채 살아가거나.
하지만 호스로는 완전히 다른 세 번째 길을 만들어내요.
자신에게 닥친 비극을 페르시아의 옛 신화와 엮어
하나의 찬란한 서사시로 재창조해 버리는 것이죠.
남들이 보기에 그저 꾀죄죄하고
수상해 보이는 난민 소년일지 몰라도,
그 내면에는 천년 제국의 전설과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존엄이 숨 쉬고 있었어요.
단단하고 차가운 세상의 편견 앞에서 소년이 꺼내든 무기는
다름 아닌 '이야기'였어요.
아무리 참혹한 현실이라도
나만의 시선과 언어로 재해석할 수만 있다면,
비극은 더 이상 나를 무너뜨리는
괴물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돼요.
감명 깊었던 건 슬픔을 다루는 소년의 경쾌한 태도였어요.
자신의 아픔을 억지로 쥐어짜내 동정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래침 소리가 나는 자기 이름을 당당히 내뱉고
유쾌한 농담을 던지는 모습에서
진정한 강함이 무엇인지 배우게돼요.
문학이란 내 삶의 상처를 구원하고,
세상 앞에서 "내가 여기 존재한다"고 외치는
가장 품격 있는 증명서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