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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만 있다면
고사카 루카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6년 5월
평점 :
#협찬
📚 <살아만 있다면>
✨️ 아무리 아프고 주저앉고 싶어도,
우리가 기어코 살아가야 하는 이유
"봄과 겨울을 잇는 건 여름과 가을이야.
그래서 나는 네가 좋아"
이 책은 영화로 나왔던 <남은 인생 10년>을 쓴 작가,
고사카 루카의 마지막 이야기예요.
병실에서 몸이 정말 많이 아픈데도
마지막 순간까지 필사적으로 붙잡고 쓴 원고거든요.
작가가 세상을 떠나고
유가족들이 짐을 정리하다가 뒤늦게 발견해서
겨우 책으로 나올 수 있었어요.
내가 만약 내일 당장 죽는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싶은데,
작가는 오히려 '어떻게든 살아가는 게
얼마나 예쁜 일인지'에 대해 써놔서
마음이 뭉클하더라고요.
소설 속에는 하루카와 아키하라는 두 사람이 나와요.
둘 다 예전에 겪은 상처 때문에 마음을 꽁꽁 닫고,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일상에 갇혀서
하루하루를 그냥 버티던 중이었죠.
그러다 우연히 만났는데,
신기하게 서로를 보자마자 단번에 끌리게 돼요.
둘이 신나서 연애할 때
하루카가 아키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봄과 겨울을 잇는 건 여름과 가을이야.
그래서 나는 네가 좋아"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한여름처럼 뜨겁게
서로의 마음에 스며드는 모습이 참 예뻐요.
방 안에 야광 별 스티커를 잔뜩 붙여놓고
어둠 속에서 불빛이 서서히 희미해질 때,
그 좁은 공간에서 오롯이 둘만 남은 것처럼
서로를 가만히 올려다보던 밤의 기억도 참 애틋하고요.
근데 이 예쁜 사랑이 오래가질 못해요.
각자 처한 상황도 너무 힘들고,
버릴 수 없는 책임감 때문에 서로를 너무 좋아하는데도
아프게 손을 놓아버리거든요.
그렇게 이야기가 슬프게 끝나버린 줄 알았는데,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하루카의 조카인 지카게가
수신인이 비어 있는 이모의 낡은 편지를
우연히 발견하게 돼요.
조카가 이 편지를 들고 도대체
이모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흔적을 하나씩 찾아 나서면서
묻혀있던 사연들이 다시 시작돼요.
그 과정에서 조카가 나이 든 아키하를 만나게 되는데,
아키하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조카의 뺨을 조심스럽게 만지면서 우는 장면이 있어요.
"내가 버린 거야. 내 의지로 하루카를 버렸어.
봄과 겨울을 이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라며
뒤늦게 털어놓는 눈물 속에서,
그동안 혼자 견뎠을 아픔이 그대로 느껴져요.
둘이 나눈 대화 중에 '용담꽃'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게 정말 예쁜 대목이라고 생각해요.
보통은 승리를 뜻하지만,
여기선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라는
꽃말을 얘길 하거든요.
아키하가 "슬플 때만 사랑한다는 뜻이야?" 하고 묻자,
하루카가 "당신의 슬픔에 사랑으로 다가간다.
이쪽이 더 멋있지 않아?
언제나 변함없이 사랑하겠다는 뜻이지"
라고 조근조근 말해줘요.
상대방이 가장 아프고 외로울 때
기꺼이 그 곁을 지키겠다는 다정한 약속인 셈이죠.
이 책이 우리한테 털어놓는 대답은 다정해요.
아무리 슬프고 외로워도 사람은 딱 하나의 감동,
하나의 기쁨, 하나의 사랑만 있으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는 거예요.
아키하가 "살아 있기 때문에 슬픈 일도 겪는데
왜 살아야 하냐"고 물었을 때,
"살아 있지 않으면 슬픔도 절망도 극복할 수 없어.
살아서 앞으로 나아가야 감동과 기쁨,
그리고 사랑을 만날 수 있는 거니까"
라는 대답이 돌아오죠.
죽음의 문턱에서 문장들을 적어 내려갔을
작가의 실제 모습을 생각하면서 읽으니까
이 얘기가 더 가슴에 절실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더라고요.
살아만 있다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매번 바뀌는 걸 보면서 진짜 행복을 찾는 여행을
계속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 현실이 너무 춥고 지독한 겨울 같아서
다 포기하고 싶을 때,
그냥 이 책을 천천히 펴서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살아 숨 쉬며 오늘을 버텨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가치 있고 잘하고 있다는 걸
따뜻하게 다독여 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