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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
벤자민 마이어스 지음, 최리외 옮김 / 다산북스 / 2026년 5월
평점 :
🌟 이 책은 이키다서평단을 통해 다산북스 출판사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수평선 너머>
✨️ 정해진 미래를 깨고 나만의 계절을 만나는 법
"인생에는 약간의 색이 필요한 법이거든.
환상일지라도 말이지. 그리고 풍미 없는 삶은 죽음과 다름없어"
영국 문학계에서 보물처럼 아끼는
작가 벤자민 마이어스의 소설이 드디어 찾아왔어요.
굵직한 문학상들을 휩쓸며 유럽에서만 2년 넘게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킨 작품인데,
배우 헬레나 본햄 카터 주연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있대요.
배경은 전쟁이 막 끝난 1946년의 여름이에요.
열여섯 살 소년 로버트는 졸업만 하면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라 평생 땅속에서 석탄을 캐는
광부가 될 운명이었어요.
하지만 정해진 미래에 숨이 막혔던 소년은
무작정 길을 떠나고,
바닷가 오두막에서 혼자 사는 노부인 ‘덜시’를 우연히 만나요.
덜시는 로버트가 평생 살던 동네에서는
구경도 못 해본 자유로운 어른이었어요.
관습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맛있는 음식과 좋은 와인을 즐기며,
삶을 주체적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죠.
로버트는 덜시의 오두막 수리를 도와주며
그곳에서 생전 처음 보는 책들을 읽기 시작해요.
그동안 시나 문학은
돈 많은 상류층의 비밀 암호인 줄로만 알았는데,
밤마다 램프 불빛 아래에서 문장을 읽어내려가며
소년은 자기 내면의 진짜 목소리를 발견해요.
탄광 속 어둠 대신
수평선 너머의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자기만의 언어를 갖게 된 거죠.
인생은 이미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아직 쓰이지 않은 공백이라는 걸 덜시는 온몸으로 가르쳐줘요.
"일기장은 갖다 버리고 달력은 불태우고
시계는 부숴버리자꾸나. 대신 오늘이 무한하다고 여기자"
책 속 덜시의 말처럼,
소설은 남들이 세워둔 경계와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짜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넌지시 물어봐요.
혐오와 무관심이 가득한 세상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소년에게 따뜻한 환대와 친절을 베푸는
노부인의 모습은 마음을 참 뭉클하게 만들어요.
페이지마다 여름날의 싱그러운 풀 내음과
출렁이는 바다 풍경이 손에 잡힐 듯 그려져서,
읽는 내내 눈부신 여름 한복판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남들이 정해준 궤도를 벗어나
나만의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 분들,
혹은 가슴 뛰는 삶의 활기를 다시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소설이에요.
책장을 덮고 나면, 열여섯의 로버트가 마주했던
그 찬란한 바다와 수평선이
한동안 눈앞에 잔잔하게 맴돌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