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문 2025.겨울
시와산문사 편집부 지음 / 시와산문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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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bookclip1 을 통해 시와산문사 출판사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시와 산문(2025년 겨울호 128호)>


이번 호는 차가운 겨울날 따뜻한 아랫목에서
혼자 천천히 꺼내 읽기 참 좋은 구성이에요.
뻔한 위로보다는 우리 삶에 드리워진 그림자나
외면하고 싶었던 얼룩들을
시적인 문장으로 가만히 응시하게 만들어주거든요.
"인간 삶의 조화로운 가치는 무엇으로 구현되는가?"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시와 소설, 평론을 넘나들며
우리가 잃어버린 '진짜 소중한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느낌이였어요.

​✔️ 모든 것이 알고리즘으로 계산되는 AI 시대에
오직 인간만이 써 내려갈 수 있는
'시적인 순간'은 무엇일까요?

알고리즘이 나의 취향을 분석하고
챗봇이 매끈한 문장을 대신 써주는 세상에 살다 보니
가끔은 저라는 존재조차
하나의 데이터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하지만 이번 호의 문장들을 읽으면서
AI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머뭇거림'과
'비효율적인 슬픔'이 있다는 사실이에요.
정답을 향해 최단 거리로 달려가는 기계와 달리
시는 일부러 틈을 만들고 우리를 멈춰 서게 하잖아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짓무른 망고의 냄새에 섞인
개인의 아픈 기억이나
연못가에서 느끼는 생명의 태초적인 떨림을
데이터가 다 담아낼 수는 없을 거예요.
그래서 역설적으로 세상이 더 스마트해질수록
저는 이런 투박하고 미완성인 문장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남들이 보기엔 비효율적인 이 '읽고 쓰는 시간'이야말로
제가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 숨 쉬고 있음을 증명해 주는
가장 아름다운 저항인 것 같아서요.

🏷​ 이번 시와산문 겨울호는 마치 눈 내리는 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 위에 새겨진
정갈한 발자국들을 따라 걷는 기분이었어요.
"AI 시대에 시가 더욱 절실해졌다"는 시인의 고백처럼
세상이 모든 것을 기계적인 알고리즘으로 계산해버릴 때
문학은 오히려 인간만이 가진 서툰 떨림과 머뭇거림을
소중히 보듬어주네요.
​화려한 빛 대신 '빛 때문에 길을 잃는 나방'을 보고
매끈한 결실 대신 '지고야 마는 핀 듯 만 듯한 꽃'을 응시하는
그 시선들이 참 다정하게 느껴졌어요.
이 호를 읽고 난 뒤 제 마음에는
'해답' 대신 '여백'이 남았어요.
그 여백은 비어있는 무용(無用)함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과 나의 슬픔이 함께 머물 수 있는
따뜻한 쉼터였다는 사실을 깨달아요.
이제 다시 일상의 추위 속으로 돌아가지만
제 안에는 문장이 지펴준 작은 불씨 하나가 남아
남은 겨울을 꿋꿋하게 버티게 해줄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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