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 바다의 마지막 새
시빌 그랭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평점 :
🌟 이 책은 열린책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그 바다의 마지막 새>
🐧 다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을 사랑한다는 것
"언어로 소통할 수 없는, 인간이 아닌 동물이,
우리 마음을 진정으로 움직이는 인상적인 소설" 이라는
찬사를 받은 <그 바다의 마지막 새>를 읽었어요 🌊
우리 시대에 던지는 가장 중요하고도
슬픈 질문을 담고 있는 작품이에요.
소설은 1835년 아이슬란드에서 멸종 위기종인
큰바다쇠오리, '프로스프'와
젊은 생물학자 오귀스트('귀스')의 만남을 다루고 있어요.
처음에는 연구 대상이었던 새가
홀로 남겨진 외로운 존재임을 깨닫는 순간(p.49~50)부터
둘 사이의 관계는 완전히 달라지죠.
저는 이 관계에서 '책임감'과 '애착'이
싹트는 방식이 정말 놀라웠어요.
프로스프는 귀스에게 말 대신 눈빛과 행동으로 다가왔고
귀스는 길에서 만나는 사람보다 더 낯선 존재가
자신에게 보내는 관심과 애정에 깊은 감동을 받아요. (p.62~63)
📖 "그가 짊어진 책임에는 훨씬 더 심하게
현기증을 느끼게 하는 측면도 있었다.
그는 자기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
자기가 창조하지 않았으며 앞선 세대가 만들어 낸 적이 없는 존재,
예전에는 자기를 필요로 한 적이 없는 존재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었다." (p.65)
자기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에게 책임을 진다는 것.
이 문장은 인류세(Anthropocene)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어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 멸종시키고 있는 수많은 종들
그리고 그 마지막 개체에 대한 근원적인 책임감이
얼마나 무겁고 당혹스러운 일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죠.
귀스가 던지는 질문들은 저를 계속해서 고민하게 만들었어요.
📖 "내 눈에 프로스프는 여전히 큰바다쇠오리인가?
여전히 한 마리 새인가?
아직도 낯설기만 한 수수께끼 같은 피조물인가?" (p.100)
📖 "프로스프 안에 있는 모든 것이 하나의 역설,
즉 덧없이 사라질 존재의
현존이라는 역설을 보여 주기라도 하는 듯했다." (p.175)
'덧없이 사라질 존재의 현존'이라니! 😭
세상에 하나 남은 개체의 끝을 목격한다는 것은
어떤 감정일까요?
그건 한 종이 지닌 삶의 방식과 역사가
영원히 소멸하는 순간을 지켜보는
인류의 고독한 경험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작가 시빌 그랭베르는 동물을 의인화하지 않으면서도
종이 다른 존재와 만들어가는 호기심, 불신, 호혜, 애정을
매우 치밀하게 묘사해요.
이 소설은 우리에게 생명을 지킨다는 것의 의미
그리고 우리 모두 결국은 소멸하는 존재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차분하고 강력하게 전달하고 있어요.
📖 "그런 식으로 결국엔 모두가 사라지고 만다.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벌써 모든 게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p.169)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멸종 기록.
인류세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당신의 마음을 진정으로 움직일,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