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의 주인 각본집 - 초판 종료
윤가은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 이 책은 안온북스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세계의 주인 각본집>
🎬 “이 영화, ‘아무것도 모르고 가세요’라고 했던 이유를
각본집에서 알게 됐어요.”
★★ 〈우리들〉, 〈우리집〉 윤가은 감독
6년 만의 신작! ★★★
아이들의 외로움과 아픔에 늘 진심으로 공감하고
사랑으로 보듬어 안았던 윤가은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세계의 주인〉!
토론토, 핑야오, 바르샤바 등
세계 유수 영화제를 휩쓴
이 문제작의 각본집이 드디어 나왔어요.
저는 감독님의 전작들을 너무 좋아했던 팬이라
이번 책이 주는 감동과 충격이 정말 남달랐습니다.
제가 놓쳤던 감정선과 섬세한 디테일을
찬찬히 곱씹게 해주는 새로운 세계 그 자체예요.
📔 모두의 동의 속 '홀로 거부한 소녀', 그 선택의 무게
주인공 주인은 인기 많고 공부도 잘하는
완벽한 '인싸' 여고생이에요.
그런데 반 친구 수호가 제안한 전교생 서명 운동에 단 한 명
홀로 거부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죠.
저는 이 대목부터 소름이 돋았습니다.
열여덟 살에 '모두가 예스라고 할 때
혼자 노라고 할 수 있는 용기'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요?
이 거부가 주변을 혼란에 빠뜨리고
주인에게 의문의 쪽지가 날아들면서 미궁 속 이야기가 전개돼요.
「학교, 복도」에서 주인은 '명랑하고 밝은 눈빛'이지만
그 눈빛 뒤에는 남학생 찬우가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깊은 생각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아요.
「학교, 비품 창고」처럼 은밀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십 대들의 복잡한 감정선과 행동들은
겉으로 보이는 학교생활 뒤의
어둡고 혼란스러운 내면을 보여줘요.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주인이
실은 얼마나 많은 무게를 지고 있었을까
각본집을 읽으며 계속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 상처를 숨기려는 자와 보듬어주려는 자의 격렬한 장면들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지점은
상처를 '극복'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인정하고
지켜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는 거예요.
「학교, 급식실」에서 유라, 소미, 보미와 수다를 떠는 주인은
"탐폰 끼고 생리대까지 깔았다니까-
나 진짜 기저귀 차야 돼?
기술 발전이 고작 이 정도라고?"라고 외쳐요.
이 대사는 십 대 여성들이 매일 겪는 일상의 불편함과 분노를
너무나 현실적으로 보여줘서 무릎을 탁 쳤어요.
더 충격적인 건 「학교, 운동장」 장면이에요.
넘어진 수호를 일으켜주다 수호의 가슴에 머리가 닿는
미묘한 접촉과 함께
"주인의 체육복 바지에 생리가 샜다"는 디테일이 나와요.
감독님은 가장 은밀하고 사적인 아픔과
가장 공개적인 학교 공간, 그리고 성적인 긴장감을
한 장면 안에 뒤섞어 놓아요.
저는 이 대본을 읽으면서
'십 대 여성의 몸이 겪는 모든 고통이 곧 사회적 이슈'라는
감독님의 메시지가 너무나 명확하게 전달되는 기분이었어요.
📔 불안한 세상, 나를 지켜내는 법을 배우는 여정
또 인상 깊었던 건 상처를 대하는 태도예요.
주인이 친구 누리의 찰과상을 보고 "아프냐?"고 묻자
누리는 "아닌데? 하나도 안 아픈데?"라며 센 척해요.
그때 주인이 아무 말 없이 밴드를 꾹 눌러주는 장면...
아•••정말 이 짧은 대사 하나로
서로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확인해주는 우정의 깊이를 느꼈어요.
수호가 나타나 "설마 네가 이랬어?!"라고 놀라는 모습까지
십 대들의 관계가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보여줘요.
「사찰, 대웅전」에서 연자가 주인에게
"두 손으로 부처님 발을 받든다 생각하면서......"
절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도 기억에 남아요.
서명 운동 거부, 쪽지, 그리고 사찰에서의 절하기까지.
주인은 세상의 폭력과 불확실성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삶을 마주하는 주술적이고 철학적인 방식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올해의 영화'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아요.
영화를 보신 분이든 안 보신 분이든
이 각본집을 통해 십 대의 복잡하고 진실된 세계
그리고 그들이 상처 속에서 어떻게 '세계의 주인'이 되어가는지
그 모든 디테일을 곱씹어 보시기를 강력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