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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 드그다 읏따읏따 ㅣ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6
김멜라 외 지음, 최다영 해설 / 열림원 / 2025년 10월
평점 :
🌟 이 책은 열림원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림 : 드그다 읏따읏따>
🤝 "혼자 싸우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옆자리를 지켜 주는 마음에 관하여"
★★ 사회적 위계, 불안, 오해를 넘어선
'진짜 우정'의 조건 ★★
텅 비어 침묵할지언정 남의 비명으로
자기의 무대를 채우지 않았던 올곧은 패배자들!
그들의 '곁'을 마지막까지 지켜주는 마음에 관한
깊고 섬세한 이야기
문학 웹진 림LIM의 여섯 번째 소설집
<림: 드그다 읏따읏따>가 도착했어요!
김멜라, 김화진, 서장원, 차현지, 함윤이
다섯 소설가의 다채로운 우정 탐색을 만나보세요.
📔 무대 위 찬란한 찰나, 그리고 쇠진한 몸으로 친구를 붙드는 마음
표제작인 김멜라 작가의 「드그다 읏따읏따」는
히트곡 상속을 둘러싼 인물들의 서사를 통해
기억과 의미의 계승, 그리고 현재진행형 우정의 지속을 그려요.
무대에 설 때면 찬나는 불현듯 관객을 등진 채
뒤에 선 친구 양홍과 눈을 마주쳤어요.
"알지? 지금 너도 느끼지?"
음악이 그들을 드높이 발사해 주던 아주 찰나
그 무아경의 폭발 속에서
양홍은 쇠진한 몸으로 통증에 고문당하며
친구의 목소리를 붙들죠.
"먼저 가, 넌 집으로 가. 내가 여기 있을게."
우정은 때로 한 사람이 먼저 나아갈 수 있도록
뒤에서 자리를 지켜주는 희생적인 마음일 때 가장 빛나요.
📔 관계의 끝, 남은 건 배신인가, 온기인가?
김화진 작가의 「저주 참는 법」은 관계의 끝 이후에도
남아 있는 온기와 기억
시간을 건너 되살아나는 마음의 힘을 포착해요.
나는 선화가 "다 보이는 사람"이라서 좋았어요.
그게 가끔은 가혹하고 유아적이라도
속을 까맣게 모르는 것보다는 나았죠.
하지만 선화가 떠날 때, 나는 그녀의 속을 유일하게 몰랐어요.
"선화야, 나한텐 너도 씨발년이야. 네 작별도 내겐 배신이야."
우정이란 가장 깊은 신뢰 끝에
가장 큰 배신감을 남길 수도 있지만
결국 유사한 감정을 공유하는 기억들이 서로를 연결하며
과거로의 회귀와 시간의 겹침을 가능하게 해요.
관계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기억의 힘'이
우정의 또 다른 형태임을 보여주죠.
📔 여성의 이동 반경 vs 불안의 감각
서장원 작가의 「피루엣」과
차현지 작가의 「선선한 사이」는
사회적 위계나 젠더, 경제적 조건 속에서
우정을 검열하고 의심해야 하는 인물들을 그려요.
「피루엣」에서는 키가 크고 잘생긴데다 친구가 많고
자신의 몸이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남자들 앞에서 우정이 시험대에 오릅니다.
「선선한 사이」에서는 달리기 모임을 수락한 순간부터
소소한 일상 대화와 집 주소까지 모든 것이 부담스러워지는
인물의 심리가 섬세하게 포착되죠.
함윤이 작가의 「미와와 우란 혹은 워스트 드라이버」는
이 여성들의 '움직임의 자유'가 '불안의 감각'과
함께 존재함을 드러냅니다.
"운전하다 보면 하게 될 거예요. 원래 그래요.
그래도 이 차에선 욕하지 마세요.
남을 저주하는 말은 절대로 하면 안 돼요."
도로 위 젠더화된 위협 속에서
차 안이라는 공간은
해방과 공포가 병치되는 우정의 장이 됩니다.
📔 절대적 환대, 우정이 성립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
문학평론가 최다영은 이 다섯 편의 소설을 읽으며
우정은 단일한 감정이 아니라
상속과 기억, 거리와 조건, 환대와 불안을 오가며
끊임없이 변주되는 관계의 장이라고 짚어냅니다.
"우정은 선별과 대등성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는 가장 중요한 우정의 조건은 절대적 환대이다."
진정한 우정은 무작정 경계를 허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별 존재들에게 사적인 공간을 주고
그의 자리를 인정함으로써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에요.
자신이 그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곁을 내어주는 마음이죠.
어떤 관계는 적절한 거리 속에서만 가능하고
또 어떤 관계는 실패와 오해 끝에야
비로소 새로운 신뢰로 이어진다고 말하는 책이에요.
그럼에도 우정이란 함께 쌓은 기억을 되새기며
서로의 자리를 지켜 주는 일
그리고 언제든 혼자 싸우지 않도록 곁을 내주는 마음일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당신의 옆자리를 지켜주는
'진짜 친구'를 이 책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