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는 물리학 - 일상과 세상을 다시 이해하는 힘
다구치 요시히로 지음, 오시연 옮김, 정광훈 감수 / 그린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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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책좋사 를 통해 그린북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쓸모 있는 물리학>


빛이 직진한다고 믿어온 세상이
아주 작은 틈 앞에서
꺾여 나가는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이 있다.
이 책은 그 순간을 잡아 눈앞에 펼쳐놓듯
우리가 매일 통과하고도 몰랐던 물리의 규칙들이
어떻게 세계의 해상도를 바꿔 놓는지 보여준다.


📖 책을 읽고 나서


세계는 늘 보이는 만큼만 존재한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눈앞의 현상들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나 있었고
그 빈틈을 들여다보는 일은 ‘당연하다고 여긴 세계’가
얼마나 허술한 토대 위에서 서 있는지를 드러내곤 한다.
전류가 흐르는 방향이 뒤집혀 있었다는 사실
빛이 무게도 없으면서 굽어 들어간다는 사실
압도적인 질량 하나가
모든 힘의 균형을 바꾸어버린다는 사실.
이런 깨달음은 사소한 호기심의 형태로 시작되지만
결국엔 ‘세계가 이렇게 운영되고 있었다’는
더 큰 문을 열어젖히게 만든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자동차가 왜 급정거를 피하는지
인덕션이 어떤 방식으로 불을 켜는지
깊은 바다에서 왜 몸이 그렇게 짓눌리는지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 날개에
어떤 힘이 숨어 있는지 따져 묻지 않는다.
묻지 않아도 세상은 돌아가고
남들은 이미 알고 있는 법칙처럼 굴러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그 ‘이미 알고 있는 것’이란
사실 오래전부터 이어진 오해와 수정
추측과 실패, 그리고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탐색의 흔적 위에서 자리 잡은 것임을 알게 된다.
그 역사에 귀를 기울이면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세계는 결코 단순한 힘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우리가 보는 모든 현상에는
겹겹의 이유와 숱한 개념들이
서로를 밀고 당기며 맞춰 온 필연성이 있다는 것.

정교한 퍼즐 조각을 맞추는 과정처럼
물리의 개념이 서로를 향해 연결될 때
마침내 사물의 움직임이 선명한 구조를 드러낸다.
가속도는 숫자가 아닌 감각의 방식이 되며
만유인력은 우리가 서 있는 장소에 대한 설명을 넘어
‘왜 이 힘이 다른 모든 힘을 누르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중심축이 된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짓누르는 물의 힘이 달라지는 이유
전자가 공기 속에서 멈추는 이유
빛이 되돌아가지 않고 직진하려 하는 이유
이런 질문들은 어느새 일상의 주변부가 아니라
세계를 읽는 새로운 시점이 된다.

이해한다는 행위가 지닌 힘은 늘 한 방향으로 모인다.
세계가 조금 더 선명해지고 그 선명함이 다시 일상을 비춘다.
당연하다고 여긴 규칙들이 사실은 정교하게 조정되며
살아 움직이고 있었음을 알게 되는 그 순간
익숙한 풍경들은 다시 해석을 요구한다.
그 변화가 번지는 동안
세상을 바라보던 시선도 조금씩 바뀌어 간다.
한 걸음만 더 들어가면 보이지 않던 질서가 드러나고
한 번만 더 고개를 기울이면
세계는 여전히 설명되지 않은 거대한 장면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그 장면은 말한다.
우리가 몰랐던 것이 너무 많았다고.
그러나 바로 그 미지의 여백 덕분에
세계는 다시 배워볼 가치가 있는 풍경으로 남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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