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책과콩나무 를 통해 로즈윙클프레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은 텃밭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무너진 마음을 끌고 겨우 흙 위에 서던 어느 날작디작은 씨앗 하나가 삶의 방향을 다르게 틀었다.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않을 것 같던 밭이어느 순간 잿빛 하루들을 천천히 밀어내기 시작했다.절망을 끌어안은 손끝에서 새싹이 오르고다시 살아야겠다는 감각이 깨어났다.눈에 보이지 않던 희망이 흙속에서 올라오는 걸 지켜보며인간은 얼마나 작은 것으로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 깨닫게 하는 책.📖 책을 읽고 나서삶이 한순간에 기울 때가 있다.지나던 길의 모서리처럼 별 의미 없어 보이던 자리에서갑자기 균열이 일어나는 순간.이 책에서 만난 여성은 바로 그 지점에 서 있었다.일의 속도가 사람의 속도를 삼켜버리던 시절몸과 마음이 차례로 내려앉고세상 전체가 비틀린 각도로 굴러가기 시작하던 그 흐름 한가운데.이름 붙이기도 어려운 공포가잔잔하게 퍼져 하루를 잠식하고새벽이 오는 것이 두려움의 또 다른 얼굴로 다가오던시간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그 무너짐 속에서 그녀가 붙잡은 것은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작은 밭흙 한 겹 아래에서 서서히 깨어나는 생명이었다.모양도 없고 특징도 없는 씨앗들이땅속에서 틈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하고초여름의 빛을 따라 서로 밀고 자리를 넓히며식물의 형체를 갖추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마치 세상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하는 사람 앞에서자연은 전혀 다른 시간의 길을 열어 보이는 듯했다.그녀가 밭으로 걸어가는 장면들에는어떤 완고한 힘이 있었다.처방처럼 반복되는 몸의 움직임파고, 심고, 덮고, 물을 건네는 리듬에마음이 천천히 끌려 들어가는 이미지가 겹겹이 쌓였다.복잡하게 얽히던 불안이 이 흙의 세계에서는제 방향을 잃어버리고식물들이 스스로의 방식으로 자리를 잡아 가는 동안그녀의 마음도 조금씩다른 자리를 찾아가는 듯한 흐름이 있었다.밭에서의 계절들은각기 다른 얼굴을 가진 장면으로 그려진다.초여름의 초록은 종종 넘치도록 번져서밭 전체를 밀어내고서로의 줄기와 잎이 얽혀 있는 그 혼란 속에서도삶이 성장하려는 힘만은 또렷하게 드러났다.열매의 무게에 줄기가 휘어지기도 하고빛을 향해 방향을 바꾸기도 하며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꽃이 터지며 색을 더했다.그 광경 자체가 이 책에서 가장 강렬한 언어였다.우울이라는 거대한 덩어리는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람을 짓누르곤 한다.책 속의 그녀도 예외는 아니었지만밭일을 하는 동안에는 그 무게가 잠시 다른 곳에 머물렀다.흙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마음이 식물을 따라 자라는 듯한 움직임이 생겼고자연이 보여주는 질서는 삶이 얼마든지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단서를 건네듯 다가왔다.이 이야기는 ‘치유’라는 단어를 굳이 꺼낼 필요가 없다.대신 흙이 만들어 놓은 이 세계의 장면들뒤틀린 일상, 흙을 파는 몸짓, 씨앗의 성장초록의 확장, 두려움 속에서 다시 만들어지는 하루이 모든 것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하나의 서사처럼 다가온다.그 안에는 의지나 결심보다더 오랫동안 남는 종류의 힘이 있고그 힘이 한 사람의 삶을 다시 움직이게 했다는 사실만이 남는다.어둠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상처가 치유된 것도 아니었지흙이 조금씩 밀어 올린 생의 힘이 마음 어딘가를 천천히 바꿔놓고 있다는 증거 하나만 또렷하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