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포레스트북스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을 얼마나 믿어도 되는가>판사였고 변호사로 살아온 한 사람이사무실과 경찰서와 구치소, 법정을 오가며 만난 순간들을 담아낸 책이다. 사건보다 사람을 먼저 바라본 시선이 담겨 있어차갑게만 보이던 공간들이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의심이 당연해진 시대라도 믿음이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는 메시지가 서두르지 않은 어조로 스며 있다. 법조인의 기록이면서도 삶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말을 건네는 책이다.📖 책을 읽고 나서 사람들이 모여 앉는 공간에는 언제나 불안과 기대가 함께 놓인다.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억울함과 체념이 섞인 목소리가 흔들리고경찰서에서는 복잡한 절차가 한 사람의 인생을 거칠게 흔들어 놓는다. 구치소 좁은 방 안에서는 끝없이 이어지는 설명이 문턱을 넘기지 못한 채 맴돌고법정에서는 판사와 검사와 변호사가 서로를 향해 굳은 표정을 맞대며 다음 장면을 만들어 간다.어느 자리에서도 사람들은 서로를 완전히 믿지 못한다. 판사는 피고인의 말을 의심하고검사는 판사를 답답하게 여기고변호사는 법정 전체를 의문 속에 올려놓는다. 서로를 향한 이 경계는 숨길 수도 드러낼 수도 없어한 사건의 바닥에 가라앉은 채 흔들리는 공기를 만들곤 한다.수사기관은 때때로 일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싶어 하고합의라는 말은 지나치게 자주 입에 오른다. 그 과정에서 정의라는 이름은 흔들리고밝아야 할 앞길이 희미해지는 순간도 이어진다.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한 절차가 정작 피해자를 밀어내고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그런데도 사람들은 끝내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한다. 자신을 변호해 줄지 모른다는 작은 바람 하나에 의지하여 변호사 면회실에서 긴 설명을 쏟아내고가족들은 전화기 너머에서 사소한 요구까지 확인하며 하루를 견딘다. 그들의 불안은 말로 다 옮길 수 없을 만큼 진동하고그 진동은 설명되지 않은 채 다음 장면으로 이어진다.사기 사건이 흔해지고서로를 의심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진 시대라 해도 사람들 안쪽에는 여전히 기대가 남아 있다. 믿을 수 없다는 말이 입술에 먼저 닿을 때조차믿고 싶은 마음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 마음 때문에 상처가 생기고그 상처 때문에 다시 되돌아보기도 하지만사람을 향해 조금씩 움직이는 힘은 여전히 남는다.한 권의 책을 채운 많은 장면들은 모두 같은 질문을 향해 흘러간다. 지키기 위해 세운 의심이 어느 순간 삶을 좁히고바라보고 싶어 한 믿음은 또 다른 위험을 부른다. 그럼에도 사람에게 마음을 건네는 일은 언제나 희미한 빛을 품고 있다.책이 다다른 끝자리에는 어떤 규범도 놓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표정, 혼란, 방황, 바람, 두려움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 있다. 그 흐름은 정답을 말하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어디쯤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아주 낮은 목소리로 흘려 보낼 뿐이다.그렇게 마지막 페이지는 닫히고남겨진 문장들만 서로에게 닿을 새로운 방향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