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더퀘스트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걷는다>걷는다는 건 오래된 언어 같다.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끝까지 말하지 못한 말.몸이 기억하고, 땅이 받아들이고 마음이 따라가는 문장.이 책은 그런 언어를 다시 꺼내는 시도다.도시의 아스팔트 위에서회사의 회의실에서혹은 아무 생각 없는 하루의 오후에걷는다는 행위가 우리를 얼마나 인간답게 만들었는지,그 사실을 잊고 살아온 이들에게 건네는 이야기다.발끝의 움직임이 곧 뇌의 언어가 되고걷는 자의 리듬이 도시의 맥박이 되며그 모든 것이 하나의 생으로 이어진다.이 책은 그 단순한 사실을 잊지 않으려는 한 사람의 기록이다.📖 책을 읽고 나서 길에는 이름이 없다.그저 이어질 뿐이다.나는 그 길 위를 걸으며 오래된 리듬을 배웠다.생각보다 몸이 먼저 알고그 몸보다 마음이 더 앞서 있었다.걸음마다 남는 자국은 흙 위의 흔적이 아니라나라는 생의 맥박이었다.처음엔 그냥 나아가는 일이었다.그저 어딘가로 향한다는 감각이 좋았다.그런데 어느 순간 발이 나를 이끌고 있다는 걸 알았다.머리는 멈춰 있었고 몸은 계속 나아갔다.멈추려 하면 바람이 등을 밀었고그 바람 속에서 나는 방향을 잃은 채 방향을 얻었다.걷는다는 건 그런 일이었다.잃고 또 얻는 일.도시의 골목을 지나며 나는 여러 번 멈춰 섰다.빛이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양이 예뻐서누군가 지나가다 남긴 발소리가 낯설어서어쩐지 그 모든 게 나를 부르는 듯해서.걷는 동안 나는 내 안의 수많은 나를 만났다.서두르던 나, 잊힌 나, 돌아가고 싶은 나.그들이 한 줄로 서서 나와 함께 걸었다.걸음이 쌓이면 생각이 가벼워진다.말로는 닿지 않던 마음이 길 위에서는 조금씩 풀린다.그 느슨함 속에서 세상은 다정해지고내 안의 소음도 차츰 잦아든다.무엇이 옳은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그런 건 걷는 동안엔 중요하지 않았다.발이 닿는 곳이 곧 지금의 자리였다.세상의 모든 답은 발의 높이쯤에 있다.허리를 숙이면 보인다.흙, 돌기, 풀잎, 그리고 그 위에 서 있는 나.모두가 같은 대지 위에 있었다.누구의 것도 아닌 누구에게나 열린 땅 위에서나는 ‘살고 있다’는 감각을 되찾았다.걷는다는 건 완전한 일이 아니다.한쪽이 앞서면 다른 한쪽은 뒤에 남고그 불균형 속에서 생이 만들어진다.균형을 잡으려 애쓰면서나는 내 안의 중심을 느꼈다.존재의 중심이었다.나는 걷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도착보다 과정에 귀 기울이는 사람속도보다 방향을 믿는 사람.걷는 동안 세상은 잠시 멈추고그 침묵 속에서 나는 다시 모든걸 배운다.길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세상 끝에도 하루의 끝에도.그저 내가 다시 발을 내딛기만 하면 된다.그때마다 세계는 여전히 나를 맞이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