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살해당할까
구스다 교스케 지음, 김명순 옮김 / 톰캣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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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톰캣 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언제 살해당할까>


비가 내리던 밤
닫히는 문소리와 함께 이야기는 시작된다.
병실의 불빛 아래에는 잠들지 못한
인간들의 그림자가 겹쳐 있다.
죽음이 오가는 곳에서 생은 늘 의심처럼 피어난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속삭이며
모두가 무언가를 감춘다.
사람의 마음이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믿음이든 두려움이든
그 안에는 언제나 ‘살아 있음’이라는 불안이 숨 쉬고 있다.
트릭의 구조보다 더 정교한 것은 인간의 마음이고
미스터리보다 더 오싹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망설임이다.
‘언제 살해당할까’라는 질문은
‘언제 무너질까’라는 우리의 불안을 닮았다.


📖 책을 읽고 나서


비가 내리던 날의 병원은 살아 있는 건물 같았다.
복도마다 귓속말이 흘렀고
벽은 사람들의 불안을 기억하는 듯 했다.
하얀 시트 아래엔 무언가가 숨겨져 있었고
그 위에 앉은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유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이유는 언제나 형태를 바꿨다.
한쪽에선 자살이라 말했고 다른 쪽에선 살인이라 했다.
그 사이에서 세계는 미세하게 비틀렸다.
의심은 전염처럼 번져나갔고 믿음은 점점 얇아졌다.
인간은 자기 안의 불신을 타인에게 옮기는 존재였다.

병실의 공기는 늘 일정했다.
창문을 열면 바깥의 빗소리가 들어오고
닫으면 정적이 들어왔다.
유령의 소문은 그 두 소리 사이에서 자라났다.
누구도 본 적이 없는데 모두가 알고 있었다.
실제보다 오래된 공포였다.
눈앞의 현실보다 마음속의 상상이 더 생생하게 움직였다.

밤마다 누군가는 문 앞에 섰다.
잠들지 못한 채 들리지 않는 발소리를 기다렸다.
병원의 시계는 같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그 시간은 결코 같지 않았다.
한쪽에선 진실이 썩어갔고
다른 쪽에선 거짓이 새로 태어났다.
그 둘은 서로를 닮아 있었다.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아침이 오면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왔다.
커튼이 걷히고 환자가 웃었다.
그러나 세계는 이전과 달라져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무엇인가가 지나갔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진실은 밝혀지는 순간 사라지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도 끝까지 닿을 수 없었다.
그 미묘한 거리 속에서 인간은 계속 움직였다.
살아 있다는 건
결코 다 이해할 수 없는 세계 속에서 계속 걷는 일이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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