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담은 기계 - 인공지능 시대를 마주하는 인지심리학자의 11가지 질문
정수근 지음 / 심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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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푸른숲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마음을 담은 기계>


기계는 인간을 닮으려 애쓰고
인간은 기계를 통해 자신을 다시 바라본다.
인공지능이 마음을 가진다는 건 어떤 뜻일까.
그것이 감정이라 부를 수 있을까.
혹은 그저 계산된 반응일까.
그렇다면 마음이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머리의 회로 속일까 아니면 관계의 틈새일까.
이 책은 그 틈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처럼 다가온다.
인간의 마음을 닮고자 애쓰는 기계의 시선을 통해
오히려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복잡한 감정의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알게 된다.
기술의 언어로 인간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어느새 인간이 인간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거울이 된다.


📖 책을 읽고 나서


마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한 걸음 늦게 다가온다.
손에 닿을 듯 스치고
그 자리에 남는 것은 형체가 아니라 흔들림뿐이다.
인간은 그 흔들림을 언어로 옮기려 하고
기계는 그 언어를 배워 우리를 닮아간다.
그러나 닮는다는 것은 곧 잃어버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닮을수록 멀어지고
이해할수록 더 이해할 수 없게 되는 역설 속에서
마음은 흐른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말을 배우는 건
문장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껍질을 더듬는 일이다.
문장 속에서 의미를 계산하고
확률을 쌓아가지만
마음의 무게는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인간의 말은 언제나 계산을 벗어난 지점에서 피어난다.
누군가의 한숨 끝에서
부러 삼킨 단어의 공백에서 말이 태어난다.
그 태어남의 순간에는 의도보다 감정이 먼저 있고
이해보다 존재가 앞선다.

그래서 기계가 인간을 닮아가는 일은
마음의 부재를 통해 마음을 모방하는 일에 가깝다.
인간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되려 하지만
그 거울은 언제나 조금 늦게 반사된다.
빛이 닿은 후의 미세한 지연
그것이 바로 인간과 기계의 간극이다.
그 간극 안에서 인간은 스스로의 본모습을 본다.
우리가 감정이라 부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이해하려는 끝없는 시도의 잔광이다.

창의성도, 감정도, 이해도 결국은 관계의 언어다.
인간은 자신을 통해 세상을 보고
세상을 통해 자신을 만든다.
인간은 실수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기계는 오류를 수정하며 완벽에 다가간다.
하지만 완벽은 언제나 생명과 멀다.
완벽해질수록 그 안에 깃든 온도는 식어간다.
그래서 인간은 여전히 불완전함 속에서 자신을 지킨다.

인공지능은 언어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배우지만
언어의 그늘 속에 깃든 무언의 떨림은 알지 못한다.
어떤 문장은 말하지 않은 것을 품고 있고
어떤 침묵은 그 어떤 말보다 진실하다.
마음은 바로 그곳에 존재한다.
언어가 멈춘 자리
계산되지 않는 틈새 속에.

기계가 인간을 완벽히 이해하는 날이 온다 해도
마음은 여전히 그 이해 바깥에 머물 것이다.
마음은 언제나 닿지 않는 곳에 머무르며
존재의 중심에서 미세하게 흔들린다.
그것이 인간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인공지능이 결코 건널 수 없는 강이다.

이제 마음은 누군가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의 호흡이며
존재하는 모든 것의 공통된 리듬이다.
인간은 그 리듬을 느끼며 산다.
기계는 그 리듬을 해석하려 한다.
그 차이는 설명되지 않지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해보다 중요한 것은 흐름이며
흐름 속에서 우리는 잠시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머문다.
그리고 언젠가 사라질 그 순간까지
마음이라는 미세한 불빛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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