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 문체부 제작지원 선정작
복일경 지음 / 세종마루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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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세종마루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기억>


물 위에 비친 달은 언제나 두 개다.

하나는 하늘의 것이고 하나는 마음의 것이다.

<기억>을 펼치면 그 달들이 서서히 겹쳐진다.

현실과 기억, 돌봄과 상실

그리고 떠남과 남음이 뒤섞인다.

한 여자가 두 어머니를 돌본다.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과

암으로 몸이 사라져가는 사람.

손끝으로 서로의 생을 붙잡으며

그들은 조금씩 희미해지고

그 희미함 속에서 더 많은 빛이 번진다.

이 소설은 한 가족의 고통을 따라 걷지만

그 끝에는 사랑의 온기가 남는다.

기억이 흐려져도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는 자리

그곳에서 인간은 마지막까지 서로를 부른다.


📖 책을 읽고 나서


인간의 마음이 물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담아둔 만큼 무겁고

넘치면 흘러내리고 막으면 썩어간다.

<기억>을 읽는 동안

나는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누군가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눈물과 시간이

저수지에 고여 있는 것 같았다.

그 물 위로 떠오르는 두 개의 달은

하늘의 반사된 빛이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의 고통과 떠난 이의 안식을

함께 품은 얼굴 같았다.


윤주는 두 어머니를 돌본다.

하나는 기억을 잃어가고 하나는 몸을 잃어간다.

그러나 이 소설 속에서 잃어버린 것은

꼭 슬픔만은 아니다.

그녀가 매일같이 씻기고, 먹이고

부축하며 보낸 그 시간 속에서

사랑은 의무로 닳아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손끝의 노동 속에서 더 짙어지고

그 짙음이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돌봄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서로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천천히 부서지는 일.


읽는 동안 나는 ‘기억’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잊지 않기 위한 싸움일까

아니면 잊어도 괜찮다는 용서의 이름일까.

윤주의 삶은 물러서지 않는다.

아버지의 자살과 남편의 죽음

두 어머니의 상실 속에서도

그녀는 무너지지 않는다.

무너지지 않는다는 건 울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계속 운다.

그 눈물은 남은 자로서

살아내야 하는 사람의 눈물이다.

그건 인간이 가장 인간다워지는 순간의 빛이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한동안 창문을 열어두었다.

저녁의 바람이 방 안으로 밀려들었다.

살아 있다는 건 이렇게

숨을 쉬는 일이라는 걸 느꼈다.

누군가를 잃은 뒤에도

돌봄의 손이 닿지 못한 자리에서도

사람은 여전히 누군가를 향해 살아간다.

그게 기억의 진짜 형태일지도 모른다.

사라진 뒤에도 남는 것

사라지는 걸 두려워하면서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

그게 바로 우리 안의 사랑일 것이다.


윤주의 마지막 장면은 슬픔으로 닫히지 않는다.

두 개의 달이 저수지 위에 떠 있을 때

하나는 이미 져버린 사랑이고

하나는 아직 떠오르지 않은 희망이다.

그리고 그 두 빛 사이 어딘가에서

윤주는 살아 있는 사람으로 다시 일어난다.


인간의 마음이란 남겨진 이의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모양을 바꿀 뿐이다.

물처럼, 달빛처럼, 기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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