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처럼 인생을 살아라 ㅣ 세계철학전집 6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10월
평점 :
🌟 이 책은 책과콩나무 를 통해 모티브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개처럼 인생을 살아라>
한 남자가 있었다.
모두가 비웃었고 많은 이들이 외면했지만
그는 태양 아래에서 숨지 않았다.
항아리를 집으로 삼고
손에 쥘 것도 없이 살아가며
세상이 무엇을 옳다 말하든
자신이 믿는 방식으로 숨을 쉬었다.
그의 이름은 디오게네스였다.
<개처럼 인생을 살아라>는
그가 보여준
자유의 모양을 따라 걷는 여정이다.
지금보다 조금 덜 꾸며진 삶
조금 더 솔직한 하루
욕망의 목줄을 풀고
나 자신으로 서 있는 시간.
그가 살았던 방식은 시대를 거슬렀지만
지금의 우리에게 더 가까이 온다.
📖 책을 읽고 나서
나는 그를 이해하려 하지 않으려 했다.
이해한다는 건 정리하는 일 같아서
그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대신 바라보았다.
햇볕을 가리지 말아달라던
한 사람의 요청
그것이 얼마나 인간적인가를.
그가 그 말을 했을 때
세상은 그를 비웃었겠지만
나는 그 말 안에서
삶의 진실 같은 걸 느꼈다.
욕망이 비워진 자리에서
처음으로 들리는 마음의 목소리.
화려하지도, 위대하지도 않은
그저 ‘살고 싶은’ 사람의 목소리였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유를 말하지만
정작 자유를 두려워한다.
가지지 않아도 괜찮은 삶
비워진 공간에 머무는 마음
그런 것들은 아름답지만
막상 닿으려 하면 서늘하다.
그래서 늘 뭔가를 채우고, 쥐고,
잃을까 봐 불안해한다.
나도 그랬다.
‘없음’은 가난이고
‘비움’은 무력함이라 여겼다.
세상에서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가장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증명했다.
그의 항아리 안에는
결핍이 아닌 충만이 있었고
고독이 아닌 평화가 있었다.
우리는 매일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말들 속에서 살아간다.
좋은 사람, 착한 사람,
성실한 사람, 사랑받는 사람.
그 단어들은 우리를 묶어두는
새 사슬일지도 모른다.
그는 그런 말들에서
한 발짝 비켜 서 있었다.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자신을 증명하기보다
그저 존재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듯이.
그의 눈에는 세상이 가진 윤곽이
다르게 비쳤을 것이다.
부자와 거지, 성공과 실패,
존경과 조롱 같은 구분이
아무 의미 없어진 자리.
그곳에서만 가능한 자유가 있었다.
나는 그를 떠올리며 종종 생각한다.
만약 내 안에도 작은 항아리가 있다면
그 안에서 나는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할까.
햇빛을 막지 않으려는 마음
누군가에게
비켜달라 부탁할 수 있는 용기
아무 말 없이도
존재로 사랑받고 싶은 바람.
그 모든 것이 인간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세상이 그를 미쳤다고 불러도
그는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삶을 그대로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지
그는 몸으로 보여주었다.
나는 이제야 안다.
그의 자유는
행동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그 마음은 비워진 곳이 아니라
삶에 완전히 닿아 있는 자리였다.
누군가가 만든
질서나 옳음의 틀을 벗어나
자신의 본성에 귀 기울이며 숨 쉬는 자리.
그곳에서만 가능한 평화가 있었다.
그가 말한 “햇볕을 가리지 말라”는 건
빛을 나누는 일보다 더 단순하고
더 인간적인 부탁이었는지도 모른다.
살고 싶다는 말, 그대로 두라는 말,
그저 지금의 나로 존재하게 해달라는
가장 오래된 인간의 바람.
그는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나는 이제
그 부끄러움 없는 삶을 부러워한다.
오늘도 나는 여전히 무
언가를 이루려 애쓰고
때로는 욕심을 합리화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햇살 아래에서 문득 그를 떠올린다.
항아리 속에서
평온히 눈을 감던 그 얼굴을.
그럴 때마다
내 안의 욕심이 잠시 멈추고
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아마 그가 내게 남긴 건
철학이 아니라 숨결일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확신.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마음속으로 되뇐다.
“내 앞에서 햇볕을 가리지 말고,
비켜주세요.”
그 말이 내 하루의 기도가 되고
삶의 태도가 된다.
그 한 문장이 내 안에서 조금씩 자라
나를 자유롭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