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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이야기 - 생물학적 기능에서 사회적 상징까지 목에 대한 모든 것
켄트 던랩 지음, 이은정 옮김 / 시공사 / 2025년 10월
평점 :
🌟 이 책은 시공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목 이야기>
목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거의 알아차리지 못한다.
숨을 쉬고, 고개를 돌리고,
목소리를 내며 하루를 살아가지만
그 모든 일이 이 짧은 통로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저자는 그 익숙한 부위를 들여다보며
생명의 놀라운 균형과 역사를 건드린다.
과학의 언어로 시작된 이야기가
어느새 삶과 감정의 영역으로 번져간다.
그는 목을 통해 인간의 진화를 말하면서도
사람의 마음과 관계,
그리고 살아 있다는 감각을 말한다.
🌟숨과 말 사이, 인간의 자리
✔️ 몸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목이 있기에 우리는 세상을 본다.
고개를 들고, 옆을 보고,
뒤를 돌아보며 방향을 정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시선을 바꾸지만
그 중심에는 늘 목이 있다.
아이의 첫 고개 들기가
그토록 감동적인 이유는
그것이 세상을 향한
첫 시선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목으로 세상에 인사를 건넨다.
그 작은 움직임 하나가
존재의 시작이 된다.
✔️ 목소리로 이어지는 마음의 선
사람의 말에는 체온이 묻어난다.
그 따뜻함이 목을 지나 입 밖으로 나온다.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그리웠다고
모든 감정은 목을 통과하며 세상과 만난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목은 마음의 문을 연다.
목소리의 떨림 속에
그 사람의 진심이 숨어 있다.
✔️ 가장 연약한 곳에 머무는 생명
목은 생명을 이어주는 길이지만
동시에 가장 취약한 곳이다.
작은 통증에도 숨이 막히고
조그만 상처에도 세상이 멈춘다.
그래서일까.
인간은 본능적으로 목을 감싼다.
스카프를 두르고, 옷깃을 세우고,
그 부위를 따뜻하게 지킨다.
그건 살아 있음에 대한 예의다.
그곳을 잃는 순간
모든 연결이 끊어진다는 걸
우리는 본능적으로 안다.
📖 책을 읽고 나서
책을 덮고 한참 동안 목을 만졌다.
손끝에 닿은 맥박이 유난히 느리게 뛰었다.
그 속에는 내 말들이, 내 숨이,
내 하루의 기억들이 고요히 쌓여 있었다.
나는 그동안 내 몸의 중심이
심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중심은 이곳이 아닐까 싶었다.
살면서 가장 많은 감정이
이 부위를 지나갔다.
눈물이 차오를 때, 참으려 삼킨 말들,
용기를 내어 꺼낸 진심들.
그 모든 순간마다 목은 나를 대신해
떨리고, 막히고, 또 풀어졌다.
몸의 일부라기보다 마음의 통로였다.
저자의 글을 따라가며
나는 인간이 얼마나 섬세한 존재인지
얼마나 많은 균형 위에
서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
말이 흘러나가는 것,
그 모든 일이 기적처럼 여겨졌다.
그 후로 나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내 목소리를 더 조심히 다루게 되었다.
말을 내기 전, 잠깐 숨을 고르고,
마음을 건네듯 말하려 노력했다.
사람을 잇는 것은
바로 이 작은 통로를 지나는 온기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하루를 끝내기 전
가끔 목을 쓸어내린다.
오늘 하루 동안 내 안에서 오갔던
모든 숨과 말과 감정에
고마움을 전하듯이.
그건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내 안의 생명이 아직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다정한 확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