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에 멈춘 시간
유랑운 지음 / 새벽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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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를 통해 새벽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대한에 멈춘 시간>

한 남자가 미래의 자신이 남긴
그림 세 장을 마주한다.
그림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비극이 담겨 있고
그는 그것을 막기 위해
시간의 흐름 속으로 발을 내딛는다.
조력자살이 허용된 사회
죽음이 일상이 된 시대 속에서
그는 여전히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
그림을 해석하는 일은
곧 자신을 구원하는 일이며
사라진 감정과 잊힌 시간들을
되짚는 여정이다.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지 않고
그 안에서 인간의 연약함과
따스함이 교차한다.
삶의 끝을 다루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말하는 소설이다.

🌟 죽음의 끝에서, 삶이 다시 시작된다

✔️ 그림이 남긴 흔적

그림을 바라보는 일은
마음의 기억을 더듬는 일과 닮아 있다.
색이 바래고 선이 번질수록
감정은 더 선명해진다.
그림을 남긴 사람의 손끝에는
두려움과 바람이 함께 묻어 있었다.
말로는 다 할 수 없던 마음이
화면 위에 스며 있었다.
그림을 해석하려 애쓰는 눈빛은
조심스러웠다.
마치 상처를 어루만지는 손처럼.
그 조심스러움이 따뜻했다.
그 안에서 아직 꺼지지 않은
생의 온도가 느껴졌다.

✔️ 시간의 틈에서 서성이는 마음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시간을 거스른다.
지나간 일을 되짚고
아직 오지 않은 순간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늘 현재를 온전히 붙잡지 못한다.
그 마음이 어리석어 보여도
어쩌면 그게 인간의
가장 다정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는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고
미래의 자신이 남긴 흔적을 좇는다.
그 길 위에서 잠시 멈춰 서는 순간
시간이 잠깐 흔들린 듯했다.
그 틈에서 그는 자신을 바라본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겹쳐지며
비로소 한 사람의 온전한 얼굴이 된다.

✔️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

죽음을 말하지만 그 끝엔 삶이 있었다.
삶은 그저 하루를 견디고
또 하루를 맞이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는 수없이 무너졌지만
매번 다시 눈을 떴다.
그 이유를 설명할 순 없었지만
그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를 이끌었다.
살아 있다는 건 그런 것이다.
숨을 쉬고 마음이 움직이고,
아무도 모르게 다시 걸음을 내딛는 일.
그 평범한 행위 속에
모든 기적이 숨어 있다.

📖 책을 읽고 나서

등장인물들의 작은 몸짓이
자꾸 떠올랐다.
그림을 들여다보던 손,
밤에 혼자 마주한 공기,
누군가의 가느다란 목소리를
기다리던 시간.
그 장면들이 내 안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아픈 장면이 나를 밀어낼 때도 있었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온기가 돌아올 때도 있었다.
작은 손길 하나, 말 한 마디의 여백,
그것들이 사람을 붙잡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자꾸 과거의 장면들에 손을 댔다.
돌아갈 수 없는 순간들을 다시 바라보며
거기 남은 미세한 감정들을 읽어냈다.
후회가 어느 틈엔가
온도처럼 남아 있었고
그 온도가 다시 살아
나를 일으키기도 했다.
시간은 질문을 던지지 않지만
사람의 마음은 질문을 품고 살아간다.

아픔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 아픔 속에서 떠오르는
미세한 빛이 있었다.
삶이란 어쩌면 하루를 이겨내는 일이며
그 하루마다 쌓인 아주 작은 경험들이
어느 날엔 큰 이유가 된다.

아직 말하지 못한 누군가의 마음을
끌어안는 일.
그 행위가 얼마나 연약하고도 강한지
나는 그 부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어떤 날엔 숨이 무겁고
발걸음이 더디겠지만
그 순간에도 아주 작은
온기 한 점을 붙들 수 있기를.
그 한 점이 그날을 건너게 해주고
다음 날을 맞이하게 해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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