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괴이 너는 괴물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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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를 통해 내친구의서재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나는 괴이 너는 괴물>

세상은 늘 괴물 같은 진실을 품고 있다.
시라이 도모유키의 소설집은
그 괴물의 속삭임을 들려준다.
과학과 신앙, 인간과 비인간,
현실과 환상 사이를 오가며,
우리가 ‘정상’이라 부르는 세계의 틈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예언, 살인, 실험, 멸종,
그리고 인간의 오만까지.
각 단편은 서로 다른 언어로
인간의 본능을 증명한다.
읽다 보면 어느새 경계가 사라진다.
괴물은 밖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을.

🌟인간의 얼굴을 한 괴물들

✔️ 이성의 틈에서 태어난 괴물

모든 사건은 합리로 포장된다.
하지만 시라이 도모유키의 세계에서
‘이성’은 언제나 결함투성이다.
천재 침팬지가 문을 여는 순간
과학은 신화를 닮고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 앞에서
인간은 신을 자처한다.
‘왜’라는 질문에 집착할수록
우리는 괴물의 어깨에 더 가까워진다.
그는 괴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괴이를 통해 인간을 들여다본다.
합리와 광기의 경계선 위에서
작가는 말한다.
인간은 늘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괴물’이라 부른다고.

✔️ 지능이 만든 신의 그림자

뇌의 구조를 해부하고
생명체의 언어를 해석하며
진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욕망.
작가는 그 끝에 무엇이 남는지를 묻는다.
쓰노 기미코의 뇌를
연구하겠다는 과학자는
인류를 구할 수도
완전히 멸망시킬 수도 있는
신의 자리에 선다.
지능은 도구일 뿐인데
인간은 그것을 권력으로 착각한다.
작품 속의 ‘괴물’들은
인간보다 덜 악하지 않다.
오히려 인간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비극이 훨씬 정교하다.
그가 보여주는 세계는 잔혹하지만
현실적이다.

✔️ 예언이 남긴 냉혹한 아름다움

예언은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아니라
인간이 두려움을 덮기 위해 만든
가면에 가깝다.
‘천사의 아이’가 남긴 봉투가 열리는 순간
신념은 논리에 의해 해체되고
진실은 오직 추론으로 드러난다.
작가는 서사의 퍼즐을 통해
인간의 믿음을 조각낸다.
그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초월적 구원이 아니라
끝내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불완전함이다.
예언을 믿는 자와 그것을 증명하려는 자
그 둘 다 결국 같은 질문에 도달한다.
“누가 신을 만들었는가.”

📖 책을 읽고 나서

괴이와 인간 사이의
경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무섭다고 느낀 건
이야기 속의 괴물이 아니라
그 괴물을 만들고 정당화하는
인간의 욕망이었다.
시라이 도모유키의 문장은
논리로 짜여 있으면서도
감정의 균열을 드러낸다.
사건은 냉철하게 전개되지만
그 안의 인간들은 늘 불안에 떨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다.
읽는 내내
나 역시 그 불안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작품 속 괴물들은 모두 인간의 그림자다.
지능을 자랑하며
진실을 해부하려는 인간의 태도는
결국 자신이 신이 될 수 있다는
착각으로 이어진다.
진보를 향한 믿음이
오히려 문명을 붕괴시키고
탐구심이 윤리를 무너뜨리는 순간들을
보며 마음이 서늘해졌다.
작가는 그 경계를 무너뜨리면서도
한 발짝도 도망치지 않는다.
그 세계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한다.

인간이 어디까지 괴물이 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괴물성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괴물은 낯선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정의를 절대시한 인간의
또 다른 얼굴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불편함이 희미한 쾌감으로
바뀌는 순간이 있었다.
괴물의 얼굴 속에서 인간을 보고
인간 속에서 괴물을 본 경험은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건 괴물이 아니라
그 괴물을 닮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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