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사랑한 수식 - 인간의 사고가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언어
다카미즈 유이치 지음, 최지영 옮김, 지웅배(우주먼지) 감수 / 지와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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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를 통해 지와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우주를 사랑한 수식>

수식은 숫자의 언어가 아니라
세계를 번역하는 문장에 가깝다.
기호 몇 개로 우주의 구조를 표현하고
보이지 않는 질서를 그려내는 일.
그건 인간의 상상력이 닿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점이다.
이 책은 그 언어로 세계를 읽는 사람들의 기록이다.
아인슈타인의 머릿속에서 출발한 한 줄의 수식이
블랙홀의 그림을 만들고
하이젠베르크의 새벽이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연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중력, 빛, 시간의 방향까지
모두 어떤 수식의 형태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 기호들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우주의 심장소리를 듣는 것처럼 마음이 고요해진다.

🌟 기호로 우주를 그린 사람들

✔️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일

과학의 시작은 언제나 상상이었다.
보이지 않는 중력, 측정할 수 없는 빛의 속도,
관찰되지 않은 공간의 형태까지도
먼저 마음속에서 그려졌다.
프리드만은 숫자로 우주의 팽창을 계산했고
그 한 줄의 수식이
훗날 인류가 본 은하의 움직임과 닮아 있었다.
슈바르츠실트 역시 실험 없이 블랙홀을 예언했다.
그의 종이 위에서 태어난 가정이
수십 년 뒤 망원경 속 현실로 나타났다.
계산은 논리의 결과였지만
출발점은 언제나 믿음에 가까웠다.
그들은 증명이 아니라 확신으로 세계를 열었다.

✔️ 기호가 감정을 품을 때

수식은 무표정하게 보이지만
그 곡선 안에는 감정이 흐른다.
슈뢰딩거가 새벽 세 시, 떨리는 손끝으로
양자 방정식을 풀던 순간을 상상해본다.
그가 본 새벽빛은
세상을 처음 보는 사람의 눈빛과 닮아 있었다.
기호들은 감정을 숨긴 채 진실을 말하고
그 질서 속에서
인간의 상상은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된다.
모든 공식은 일종의 시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해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그 안에 인간의 호기심과 두려움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 세상을 움직이는 작은 문장

수식은 거대한 개념을
가장 간결하게 압축한 문장이다.
아인슈타인의 E=mc²이
에너지의 본질을 드러냈듯
하나의 공식이 인간의 시선을 완전히 바꾸어놓는다.
킵 손이 측지선 방정식으로
영화 속 블랙홀의 이미지를 계산했을 때
우리는 상상이 아니라 현실로 그 장면을 마주하게 되었다.
과학은 설명을 위한 언어가 아니라
표현을 위한 언어에 가깝다.
세계의 구조를 가장 정교하게 그릴 수 있는 문장
그게 바로 수식이다.

📖 책을 읽고나서

책을 덮고도 한동안 머릿속에서 숫자들이 떠다녔다.
그건 계산의 잔상이 아니라
언어가 닿지 않는 세계의 잔향이었다.
기호는 감정이 없지만
그 안에는 인간이 만든 가장 뜨거운 의지가 숨어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마음.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이 지식의 집합이 아니라
감정의 언어라는 걸 느꼈다.
새벽 세 시, 하이젠베르크가
눈앞의 방정식을 바라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장면.
종이 위의 숫자가 아닌
새로 태어나는 세계의 첫 기척이었을 것이다.
그 감정은 음악의 진동과도 비슷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진동하는 리듬.
수식은 그 리듬을 기록한 악보 같았다.

아인슈타인의 머릿속에서 시작된 단 하나의 문장이
우주의 구조를 바꾸어놓았다는 사실은 여전히 경이롭다.
그가 손에 쥔 것은 연필 한 자루뿐이었지만
그 문장 안에는
빛의 속도와 시간의 방향이 함께 있었다.
그가 종이를 바라보며 느꼈을 감정은
새로운 언어를 처음 배우는 아이의
설렘과도 닮아 있었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한다’는 믿음
‘계산이 곧 예술이 될 수 있다’는 확신
‘우주가 결국 인간의 상상력으로 이어진다’는 깨달음.
세 가지가 책 전체를 관통한다.

나는 수식을 잘 모르지만
이제는 겁이 나지 않는다.
복잡한 기호들이 아니라
한 사람이
세계를 이해하려는 방식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해보다 감탄이 먼저 찾아왔고
감탄이 끝난 자리에 작은 평온이 남았다.

수식은 우주를 설명하지 않는다.
우주를 느끼게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사실이 마음 한가운데 고요히 자리한다.
마치 오래된 별빛처럼
이미 사라진 것들의 흔적이지만
여전히 우리를 비추는 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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