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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이지 않은 세상에서 - 소설가를 꿈꾸는 어느 작가의 고백
강주원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7월
평점 :
🌟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chae_seongmo 를 통해 디페랑스 @davanbook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가 쓰이지 않은 세상에서> - 쓰는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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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볼 사람이 딱히 없을 때,
글에게 묻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나 스스로에게도 선뜻 말하지 못한
문장들을 슬며시 꺼내 보다가,
“나한테 이런 생각이 있었네” 하고
혼자 놀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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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그래도 작가님이시잖아요”
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는커녕
‘이미’ 라는 말도 선뜻 삼키지 못한 채
단 한 글자에도 조심스러워지는 마음.
그 마음이 이 책에 진하게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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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22전 22패.
정확히 기억하는 걸 보니,
꽤 오래 진심이었다는 뜻일 거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아니다" 라고 말하는
그 태도에서
어설픈 포장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문장마다 붙잡힌 무수한 밤들과
습작이 잠든 파일 이름들만
어렴풋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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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작가란,
누군가에게 읽히는 사람이다.
그건 책을 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문장을
지닌 사람이란 뜻일 거다.
그러니 “쓰는 당신, 이미 작가” 란 말이
때론 잔인하게도 들리는 이유는
누구보다 그 무게를
알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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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정면으로 말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잖아요”
라는 말이
때론 얼마나 가혹하게 들리는지
아는 사람만이
그걸 차분히 적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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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계속 쓰는 사람.
마감도 없고 독자도 없는 그 길을
어떨 땐 길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그 경로를
자기 안의 열기로
겨우겨우 밝혀 나가는 사람.
이 책은 그런 시간들을
묵묵히 따라간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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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란 게 원래 그런 건지
고백이든 꿈이든
적어도 처음 시작은
대개 너무나 불안정하고
모호한 어떤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걸 뚫고 나아간다는 건
힘의 문제라기보단
어떤 체질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
무작정 쓰는 쪽으로 굴러가는 사람들.
딱 멈출 줄 모르고
그래서 더 살아 있는 문장을
얻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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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대, 뜨개바늘, 지팡이.
단어 하나하나에 매달리며
삶을 한 줄씩 엮어나가는 사람의 손엔
늘 그 무엇이 들려 있다.
그게 펜이든, 키보드든.
🫧
여백 많은 문장들이 좋다.
여운 남기는 말보단
정말로 공간이 느껴지는 글들.
그래서 독자가
그 틈을 채우게 되는 글들.
책에서 말하길,
소설이 그런 예술이라고 한다.
읽는 사람이
능동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장르.
소설이든, 에세이든,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을 나는 좋아한다.
📍
누가 시켜서 쓰는 게 아니라
그냥, 쓰게 되는 사람.
왜 글이냐는 질문에
“글밖에 없어서” 라고 답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고집과 사랑이
오롯이 담긴 페이지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