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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시대
스티븐 J. 파인 지음, 김시내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5년 7월
평점 :
🌟 이 책은 한국경제신문사 @hankyung_bp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의 시대> - 불이 만든 세계, 우리가 만든 시대 🫧불은 언젠가부터뉴스에만 등장하는 존재가 됐다.산불, 화재, 연기, 대피, 사망자 수.그 모든 단어들이 붙어 다니다 보니불은 그냥 위험한 것, 끔찍한 것,피해를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이 책을 읽다 보면불이 뭔가 다른 방식으로 다가온다.멍하니 보게 되는 캠프파이어 말고,전기레인지 위에 조절되는 불꽃 말고,정말로 세상을 재조립하는‘존재’ 로서의 불. 🫧우리가 사는 지구는불을 지닐 수 있는거의 유일한 행성이다.불을 낼 수 있고,불을 다룰 수 있는 생명체가이곳에만 있다는 사실이이상하리만큼 강하게 다가온다.인류는 불과 함께 살아왔다.밥을 지을 때, 길을 밝힐 때,신을 만나려 할 때도,심지어 누군가를 태워 없애려 할 때조차.불은 너무 오래 곁에 있었기 때문에이젠 그걸 잘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너무 가까워서,오히려 낯설어져버린 존재. 🫧지금 우리가 겪는 기후의 혼란은단순히 온도가 높아지는 문제가 아니라불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데 있다.불은 더이상 통제 가능한 도구가 아니다.예전엔 생명을 위해 불을 피웠는데지금은 그 불이 생명을 위협한다.불이 기후를 바꾸고,기후는 다시 불을 키운다.이 악순환을‘파이로신(Pyrocene)’ 이라고 부른다.불의 시대.정말로 그런 시대를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화염은 모든 걸태워 없애는 것처럼 보이지만실은 그 안에서 생태계가 다시 조립된다.식물은 연소되고,뿌리는 타고,씨앗은 다시 뿌려지고,동물은 이동하고,경관은 완전히 새로 만들어진다.혼돈이지만, 그 안에 질서가 있고파괴인 동시에 시작이기도 하다.경제로 치면 이건‘창조적 파괴’ 에 가깝다.원래 있던 걸 무너뜨리고그 재로 다음 시스템을 구성하는 방식.다만, 너무 자주,너무 넓게 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놀라운 건이토록 중요한 존재인 불이정작 과학 안에서자기 ‘자리를 못 갖고’ 있다는 거다.물리학, 생물학, 지질학,기상학을 전전하면서분명히 실체는 있는데학문적으로는‘주제 없는 존재’ 처럼 다뤄진다.도시에 사는 사람들은불을 체험하기보다는 뉴스에서 본다.언론이 붙이는 단어는늘 ‘참사’, ‘비극’, ‘경고’그러니 불은 점점실체가 아닌 이미지가 된다.위험한 상징, 공포의 풍경,통제 불가능한 것.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이 책은 보여준다.불은 여전히, 우리가 만든 세계를다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누군가는 불을없애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만사실 지금 필요한 건불을 정확히 아는 일이다.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번지고,무엇을 바꾸고,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지금 우리가 겪는 일은‘그냥 자연재해’ 로만 넘길 수 없다.이건 인간이불을 다뤘던 방식의 결과이고그 결과가 이제인간을 되돌아보고 있는 시점이다.우리는 불을 만들었고,지금은 불 안에서 살아간다. 📍불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다.보이지 않는 순간에도,무언가를 태우고바꾸고 움직이고 있었다.그게 나무든, 땅이든,혹은 인간의 욕망이든 간에.이제는 불을 없애는 게 아니라어디까지 타게 둘지를스스로 물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