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뒤집기 트리플 32
성수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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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자음과모음 @jamobook 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찻잔 뒤집기> - 당신 없이 존재하는 나를 상상해본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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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는 사라졌고,
해진은 그 자리에 남았다.

누가 누구를 더 동경했는지,
누가 누구에게 더 기대고 있었는지는
세 편을 다 읽고 나도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한 사람의 흔적이
다른 사람의 세계를
뒤집을 만큼 크고 날카로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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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진은
늘 자기를 증명하고 싶어 했다.
강희 곁에서
유용한 사람으로 남고 싶어 했다.
강희가 만들어낸 공간 속에서
자신의 쓸모를 확인받고 싶어 했다.

그러다 강희가 사라지자
해진은 혼자 남아버린다.
그 사람의 기준도 없이,
그 사람이 주던 월급도 없이.

불안해지고,
스스로를 자꾸 측정하게 된다.
이 정도면 괜찮은 사람일까,
누군가에게 여전히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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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강희는
무언가를 더 가지기보다
하나씩 덜어내는 쪽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말은 느리고, 반응은 늦고,
시간이 흘러야
겨우 마음이 드러나는 사람.

그 속도에 맞춰준 사람이 해진이었고
해진은 그 ‘느림’ 을
한때 멋지다고 여겼다.
그게 사랑이었는지,
존경이었는지,
아니면 어떤 결핍이 만든
집착이었는지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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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과
쓸모라는 말 자체를
해체하고 싶어 하는 사람.
서로 반대에 서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닮아 있었다.

그 둘 다,
누군가의 시선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제 자리에 단단히 서지 못하는 사람들.

그게 조금 아프기도 하고
조금 이해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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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자기 얼굴을 바꾸고 싶어서 사라진다.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의 공백을 붙잡고서
자기 얼굴을 겨우 떠올린다.

어느 쪽이든
누군가의 실루엣이
크게 자리 잡고 있어야만
스스로의 형태가
완성되는 사람들이 있다.

<찻잔 뒤집기> 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다.
뒤집어야만 보이는 뒷면,
거기서야 겨우 꺼낼 수 있는 말들.
 
 
 
📍
아무리 뒤집어도
여전히 남는 감정이 있다.
이해는 되지 않지만
납득되는 거리감,
닿지 못했기에
오래 남는 감촉 같은 것.

강희는 사라졌고,
해진은 그 자리를
비워두지 않기로 한다.

그게 삶을 이어가는 방식 중 하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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