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고전이 좋았을까 - 오래된 문장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신은하 지음 / 더케이북스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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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책과콩나무 를 통해 더케이북스 @the_.kbooks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왜 고전이 좋았을까> - 한 문장이 건넨 방향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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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좋았다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왜였는지는 늘 막연했다.
“그때 그 문장이 내 마음을 흔들었지”
라고 떠올릴 뿐,
왜 하필 그 문장이었는지,
그 흔들림이 정확히
어디서 왔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다 누군가 차분하게
자신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그 문장 하나하나에 기대어
살며시 마음을 내려놓는 걸
지켜보게 되면,
비로소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나는 왜 그 문장에 멈춰섰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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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독서가 진짜 흥미로운 건,
책 내용보다 그 사람의 삶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정한 목소리로,
고전이라는 낯설고
커다란 바위 같은 것을
하나씩 조각처럼 깎아내며 건네준다.

작은 문장이 걸어 들어오고,
한 사람의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해할 수 있었던 구절,
어떤 날엔 어렴풋이 감정을 건드렸지만
몇 해가 지나서야 그 감정의
이름을 붙일 수 있었던 문장들.

그런 고전들을 다시
꺼내볼 수 있게 해주는 건,
누군가의 진짜 고백 같은
독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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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책장 사이로 스민 햇살처럼,
익숙한 문장에서
전혀 다른 얼굴이 보이기도 한다.
그건 아마도, 삶이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릴 적 읽었던 <데미안> 은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었고,
어른이 되어 다시 펼친 <데미안> 은
사람 사이에서 ‘자기 자신’ 으로
존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문장은 그대로인데,
읽는 내가 달라져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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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마음이 있다.
지금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책도
언젠가 삶이 그 지점을 지나게 되면
저절로 마음을 기울이게 된다.

고전이라는 이름의 책들은
그런 시간의 책이다.
먼저 살아본 누군가의 문장에
조용히 기대어,
지금의 나를 조금 더
가만히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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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페이지에서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망가뜨린 상처가
한 개인의 실격으로
끝나버리는 순간을 보았고,

다른 장에서는,
누구의 시선에도 휘둘리지 않고
혼자만의 삶을 걸어가는
여자의 고요한 걸음을 따라갔다.

소설 속 인물은 끝내 자신을
용납하지 못했지만,
그 실패조차 껴안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또 다른 인물도 있었다.

어느 하나 닮지 않은 듯한 이 문장들에서
결국은 내 마음 한 조각이 툭,
떨어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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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늘 대단한 문장을
품고 있을 필요는 없다.
그저 한 줄의 문장이,
나를 머물게 하고,
그 자리에 서 있게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한 번쯤 삶이 걸려 넘어졌던 사람이라면,
고전을 피상적인 과거가 아닌,
지금 여기의 언어로 받아들이게 된다.

좋은 책은 ‘말’ 이 아니라
‘자세’ 를 바꾸게 하는 거다.
삶을 바라보는 방향이
조금 틀어졌을 뿐인데
전혀 다른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오래된 책 속 문장들이
다시, 지금의 삶으로 번역된다.
 
 
 
📍
마음에 남는 문장은
유명한 작가의 문장이 아니었다.

지친 하루 끝에 스치듯 마주한 한 줄,
내가 살아보았던 어떤 장면과
이상하리만치 닮아 있는 문장.

누구에게는 평범했을지도 모르는
그 구절이
어느 날 내게 작은 등불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오늘도 책장을 넘긴다.
지금의 내가 붙들 수 있는
한 문장을 만나기 위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내가 붙든 그 문장이

또 다른 온기가 되어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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