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 - 파국의 시대를 건너는 필사적 SF 읽기
강양구 지음 / 북트리거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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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북트리거 @booktrigger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 - 상상은 두려움을 꿰뚫는 도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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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다 죽겠다.”
예전엔 농담처럼 말하던 이 문장이
요즘은 자꾸 진심처럼 들린다.
뉴스 한 줄에 가슴이 철렁하고
사람들 말 속에 날 선 감정이 스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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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은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겪는 중이다.
폭염, 전쟁, 혐오, 통제, 전염병.
무서운 말들이 익숙해졌고,
경계는 느슨해졌다.
현실이 픽션보다 앞서가는
시대라는 말이
이제는 그리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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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 혼란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본다.
SF라는 형식을 빌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기술과 사회,
그 안에 놓인 사람들을 끄집어낸다.

AI, 디지털 감시, 인공 자궁,
핵무기, 외계 생명체, 유전된 불평등.
그럴듯하게 포장된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기울 수 있는지를
여러 개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처음엔 낯설게 시작하지만
점점 더 가까워진다.
딴 세상 얘기 같던 설정 안에
익숙한 얼굴과 목소리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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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넘나들며
지금 여기에 관한 질문을 계속 던진다.
이건 진보일까, 통제일까.
기술이 만든 평등인가,
새로운 착취인가.

어떤 장면에서는
전쟁을 멈추기 위한 무기가
오히려 다음 전쟁을 부른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과거의 진실을 직접 확인하고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
증거보다 믿음이 앞설 때
진실은 쉽게 밀려난다.

시간을 거슬러 진실을 보고 온 이들이
입을 다물게 되는 장면은
지금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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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에 대해 다룬 챕터도 인상 깊다.
여성의 신체가 아닌
기계에서 생명을 잉태할 수 있게 된 시대.
자유의 상징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억압의 방식이 될 수 있다.
기술은 도구일 뿐인데
그걸 쥔 손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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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 이후에도
사람들은 예술을 멈추지 않는다.
공연을 기다리고,
이야기를 나누고,
삶을 조금 더 견디기 위한 장치를 만든다.
극단의 무대 위에서
사람들은 삶을 다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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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는 허구가 아니라
다른 가능성을
탐색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사람과 사회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지,
경계 바깥을 그려보는 도구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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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이야기마다 말투가 다르고
초점도 다르지만
모두가 한 방향을 향해 묻고 있다.
지금 여기서
우리가 만든 문명은
진짜 괜찮은가?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눈앞 풍경이 떠올랐다.
지금 내가 쓰는 기계,
내가 스크롤하는 화면,
내가 소비하는 감정과 정보.
그 모든 것들이
이 이야기와 닿아 있다는 걸
피할 수 없게 만든다.
 
 
 
📍
우리는 여전히 이 세계에 살고 있고,
여전히 선택하고 있다.
무너지는 소리 사이로,
질문 하나쯤은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대로 괜찮은가.
지금의 나와 우리가 만들어갈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SF는 그 물음을
상상이라는 방식으로 던진다.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멈춰서 생각하게 만든다.
그 한 걸음이,

어쩌면 미래를 바꿀 시작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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