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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등 뒤에 있어 ㅣ 인생 산책자를 위한 밤과낮 에디션 2
나쓰메 소세키 외 지음, 강문희 외 옮김 / 꽃피는책 / 2025년 6월
평점 :
🌟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chae_seongmo 를 통해 꽃피는책 @blossombook_publisher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빛은 등 뒤에 있어> - 계절을 건너는 문장, 삶을 건네는 산책
🫧
여름 정원이 얼마나
순식간에 생겨났다가 사라지는지를
이야기하는 글을 읽을 때,
시간이 흘러도 마음속에 남는 건
공허하지 않고
따뜻한 서늘함이었다.
휙 지나간 계절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피어날 수 있는
기억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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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의 해변을 소년들이 헤엄치며
부유하는 모습은
어떻게 읽어도 청춘의 자유와
햇살 아래 맡는 냄새가 전해졌다.
바깥으로 나가는 몸짓이
내 가슴에도 한 줄기 생기를 가져왔다.
“내가 말했지, 갈매기라니까!”
라는 말이 닿을 듯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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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 쉼터에서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햇빛 아래 발을 쉬게 하는 장면은
어쩐지 천천히 숨 쉬고 싶은
마음을 자극했다.
시간을 버리고,
졸음에 귀 기울이며 걷는 하루가
생애 어디에선가 있었던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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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하나, 잎 사이 작은 구슬 하나를
정성으로 배치하는 쓰루의 이야기는
세세한 관찰이 만들어내는
감동을 보여줬다.
꽃과 사람이 공명하는 순간이
소중하다는 걸 잔잔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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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위한 산책과
눈빛을 이어가는 사람의 하루는
사랑과 보호는 조금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려라는 건
서로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책임지는 일이라는 걸
짧고 깊은 문장으로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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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문선은
시간과 계절과 풍경을
함께 쓰는 글이 아니라
사람의 존재와 감각을 채우는 글이다.
글자 하나하나가
‘삶의 걸음을 느껴야 한다’ 고 말한다.
오래된 문장을 읽는 느낌보다는
시공간을 함께
호흡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끝을 향해 가며
글 속 인물들의 시선과
내 시선이 부드럽게 포개지는 순간이
여럿 있었다.
그 여운은
사건이 아니라 감각이었고
장면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
이 산문집은
읽고 나면
머릿속이 시각으로,
온도로 채워진 듯한 느낌이다.
정원에서 뿌리내리는 시간,
해변에서 반짝이는 자유,
꽃 하나를 바라보는 애정,
개를 지키는 책임 …
그런 순간들이
‘삶의 저장소’ 처럼 채워졌다는 느낌.
📍
풍경을 걷는 기분이었다.
단어들이 나를 지나치지 않고,
슬며시 손잡고 옆에 나란히 걷는 느낌.
잠깐 멈춰 숨 고르기에
딱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