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조도 ~ 괴이, 이형의 둥지
이다모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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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아프로스미디어 @aphrosmedia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괴조도> - 기억 위에 내려앉은 붉은 날개
 
 
 
🫧
나는 공포 소설을 꽤 읽는 편인데도,
이 책은 뭔가 다르게 다가왔다.
괴조도의 눈동자가
처음 묘사되는 장면에서
가슴이 서늘해졌고,
그 이후부터는 페이지를 넘기며
긴장이 근육처럼 굳어갔다.

한 폭의 그림 하나가
사람을 사라지게 하고,
도시를 잠식하고,
시간마저도 비틀어버린다.
도쿄라는 익숙한 배경이
낯설게 변해가는 감각,
그게 꽤 무서웠다.
누군가 내 뒤를 따라오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읽는 내내 뒷목이 서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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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그 그림을 보지 마.”
마치 책 밖의 나에게도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괴조도라는 한 장의 그림이 끌어낸 저주는 초자연적 존재 때문만이 아니다.
인간이 저지른 일들이 엉켜서,
저주의 형식을 띠었을 뿐이다.

읽다 보면 죄책감이 번진다.
잊힌 죽음들, 설명되지 않은 증오,
반복되는 폭력,
타인의 불행을 외면해온 시간들.
그 모든 것들이 도시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서서히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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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 사라진 캐리어.
하얀 짐가방이 없어진 자리에
서 있는 탄화된 여성.
그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지금도 눈이 아릿해진다.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이
보는 것이 아니라
죽은 자가 노려보고 있는 도시.
그 감각이 이 소설 전반을 가로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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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추적하는 시게루의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것이 논리로 연결되지 않는다.
단서가 너무 오래 묻혀 있었고,
사람들은 각자의 생존을 위해 입을 닫았다.
하지만 미사키는 다르다.
그녀는 '본다'.
괴이를 보고, 잊힌 자들의 기척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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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란,
단지 귀신이나 저주의 이름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사이에 비집고 들어오는 틈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잊혀진 죽음이,
마저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어떤 모양으로든 되돌아오는 감정의 형태.

그게 그림이고, 까마귀고,
새빨간 하늘이고,
밤중에 돌아다니는 검은 형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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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움이라는 감정에는 종류가 많다.
놀라는 무서움,
상상 속 괴물에 대한 무서움,
그리고
'언젠가 나에게도 닥칠 수 있겠다' 는
현실감에서 오는 무서움.

이 책은 그 셋을 겹쳐서 보여준다.
어느 하나만이 아니라,
셋이 한꺼번에 몰려올 때
사람은 정말 얼어붙는다.
읽는 내내 손에 힘이 들어갔다.

기묘한 새가 그려진 그림.
그게 상상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
나는 이미 그 이야기에 잠식당해 있었다.
 
 
 
📍
도시의 어둠 한 켠에,
아직도 그 그림이 걸려 있는 것만 같다.
불그스름한 하늘을 보면
괜히 창밖을 한 번 더 보게 된다.
그 새가 날고 있는 건 아닌지,
혹은 이미 내 안 어딘가에
내려앉은 건 아닌지.

지워진 줄 알았던 감각들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건,
한 번 눈을 마주친 이상
완전히 외면할 수 없는 종류의

불안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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