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스의 개선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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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chae_seongmo 를 통해 내친구의서재 @mytomobook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셜록 홈스의 개선> - 왓슨의 시선으로 본, 이상한 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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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홈스 맞아?” 싶은데, 계속 보게 됨.
그런 이야기였다.

평소처럼 '추리소설' 을 기대하고 펼쳤다면 당황했을 수도.
사건보다 사람,
명쾌한 결말보다 흐릿한 감정.
그 익숙한 실루엣을 입고 등장한
낯선 셜록 홈스는
평소처럼 날렵하게 단서를 주워 담지도 않고,
기세 좋게 범인을 몰아붙이지도 않는다.

말하자면,
기력 없는 한 명의 인간이 방 안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는 기분을
몇 달째 이어가는 중이다.
바닥까지 떨어진 자존감 위에 쌓인,
애매한 자조.

그런 홈스를 지켜보는 건,
초콜릿을 기대했는데
간장에 찍은 크래커 먹는 기분이다.
근데 희한하게, 생각보다 맛있고
먹을수록 익숙해져서 포기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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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힘은 홈스보다 왓슨에게 있다.
지금까지 봐온 왓슨과는 완전히 다르다.
버팀목 역할만 하던 그가,
이번엔 감정을 느끼고 흔들리고 토라지고,
홈스를 향해 쏟아붓는다.

애정인지 분노인지 모를 감정이
친구라는 이름 안에서 엉겨붙는다.
남의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속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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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이름들이
익숙한 역할을 거부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모리어티 교수는 윗집에 살고,
아이린 애들러는 명탐정으로 변신해
홈스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레스트레이드는 먼지 먹으며
바닥에 엎드린다.

이 모든 상황이 어설픈 패러디가 되지 않고
하나의 '진심 있는 우스움' 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이 세계가 단단히 짜여 있기 때문이다.
허무맹랑하지 않고, 정교하다.
그러니 당황스러워도 계속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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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어느 순간,
사건도 인물도 추리도 아닌,
‘상실’ 과 ‘관계’ 의 감정선에 이끌려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슬럼프에 빠진 홈스를 구하려
온갖 방법을 쓰는 왓슨의 모습은
누군가의 바닥을 곁에서 견디는 일의
현실적인 모습처럼 보인다.

다정함은 종종 무기력으로 오해받고,
그 사람의 어둠에 내가 빨려들기도 한다.
말을 아끼다 망가지고,
지켜보다 지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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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자리를 떠날 수 없다.
이야기는 바로 거기에서 시작되니까.
한 사람이 무너지고
또 한 사람이 버티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멈칫하게 된다.
정리되지 않는 감정들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그건 이해인지, 애증인지,
혹은 끝나지 않는 유예의 감정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이 관계가
쉽게 끝나지 않으리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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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팬이라면 낯설겠지만,
그 낯섦 덕분에
더 가까이 느껴지는 이야기.
셜록 홈스가 아닌 셜록 홈스를,
처음처럼 다시 만나게 되는 책.
 
 
 
📍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든다.
지금 어딘가에서
조용히 주저앉아 있을지도 모를,
혹은 말없이 곁을 지키고 있을 누군가.
별일 아닌 대화 속에도
균형이 무너지거나,
버텨지는 순간이 있구나 싶다.

그게 삶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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