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렇게 존재하고 있어
베튤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책은 안온북스 @anonbooks_publishing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기 이렇게 존재하고 있어> - 소속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감각
 
 
 
🫧
가끔은 내가 나를 설명하지 못할 때가 있다.
말이 안 붙고,
붙여놓은 말들이 어딘가 틀린 것 같고.
그럴 땐 꼭 공기 중에 조각난 상태로
떠다니고 있는 기분이 든다.

내가 말하는 나는
항상 조금 부족하고,
항상 어딘가 미끄러진다.
 
 
🫧
어느 나라 사람인지,
어떤 정체성을 가졌는지,
나는 어디에 속해 있고
어디에서 밀려났는지를
누군가 물었을 때
쉽게 대답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의심처럼 가슴에 걸린다.
 
 
🫧
이 책은 그런 상태로도
계속해서 말하고 싶은 사람의 이야기다.
자꾸만 누락되거나
정리되지 못한 채 밀려났던 마음을
그냥 그 모습대로 꺼내어 놓는다.
 
 
🫧
정체성을 정의하지 못하고,
어디에도 정확히 속하지 못한 채
계속 경계에 서 있는 감각.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넓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
 
 
🫧
한 문장을 쓰기까지
열 번쯤은 삼키고 접고 지우는 사람의 이야기.
사라지는 듯이 존재하면서도
어딘가에서는 날카롭게,
또 어디에서는 부드럽게
자신을 밀어붙이는 사람.

그 문장에는
격려도, 분노도, 애정도
모두 미묘하게 섞여 있었다.
 
 
🫧
누군가에겐
“그냥 말하면 되잖아” 일 수 있는 그 일이,
어떤 사람에겐
말 하나 꺼내는 데도
수십 겹의 내면을 지나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 겹들을 지나가며
조금씩 이해받고,
조금씩 말해지고,
그렇게 살아가는 존재를 보며
나도 모르게 마음을 붙잡게 된다.
 
 
🫧
‘정상’ 이라는 이름 아래
조금씩 포개어져 사라졌던 마음들이
이 글 속에서는
그대로 살아 있었다.

겹겹이 얽힌 정체성과 모순들,
말하려다 미뤄뒀던 감정과 불안들.
애써 괜찮은 척,
밝은 척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하나의 문장이 되는 방식.
 
 
🫧
“예민해서 다정한 사람이고 싶었다.”
이 한 문장이 머릿속에 남았다.

그건 나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이자,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
내가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느끼기 때문에
끊임없이 다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야기.
 
 
🫧
그걸 보는 독자 입장에서는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적당히 조심스럽고, 단단한
하나의 존재를 만나게 된다.
 
 
🫧
살결에 보디로션을 바를 때처럼
자기 몸을 확인하고 어루만지는 마음이랄까.
그저 존재하고 있다는 걸
차분하게 인식하는 일.

감정이 퍼지는 속도만큼
문장도 천천히 스며든다.
 
 
🫧
어디에도 딱 맞지 않는 채
조금씩 미끄러지며 살아가는 날들,
그 안에서도 여전히
말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건 분명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그 마음을
그대로 놓아두기로 했다.
이름 붙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용히 말해주는 문장 하나를 곁에 두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