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 정호승 우화소설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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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비채 @drviche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조약돌> - 작은 존재들의 커다란 이야기

📌 책 소개

조약돌 하나가 바깥세상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
갈매기는 모래를 모아 쉴 곳을 만들고 싶어 하고, 조화 장미는 생화들 틈에서 자기 자리를 고민한다.
살아 있는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똑같이 외롭고 아프고 꿈꾼다.
43편의 짧은 이야기 속에는 세상을 비스듬히 바라보는 존재들이 있다.
사람은 등장하지 않지만, 그들의 말과 표정은 낯익다.
누군가는 강가에 버려진 느낌이고, 누군가는 아직 도착하지 못한 여행자다.
이야기는 짧지만 질문은 길다.
그 질문은 대개 힘 있는 목소리에서가 아니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자리에서 들려온다.
시인은 그 조용한 목소리에 오래 귀 기울인다.
뭘 얻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서평

💡조약돌의 선택을 기다리는 마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존재라고 느낄 때가 있다.
강가에 깔린 조약돌처럼, 무수히 많은 것들 사이에 섞여 자신만의 무늬나 결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냥 흘러가는 존재로 남는다.
하지만 안경 쓴 한 남자의 손에 쥐어졌을 때 조약돌은 생각한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 몰라.”
어떤 존재든, 언젠가는 선택받고 싶은 순간을 기다린다.
삶에서 건져 올려질 기회를 기다리며 스스로의 가치를 간절히 믿는 마음.
그 작은 돌멩이 하나의 내면이 이렇게까지 극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선택은 타인의 몫이지만, 그 순간을 기다리는 태도는 분명 스스로의 것이었다.

💡낙타는 기다리지만, 떠난다

기다림은 사랑의 한 방식이기도 하다.
낙타는 젊은이를 기다리다가, 결국 떠난다.
더는 머물 수 없어서다.
삶에서 누군가를 끝까지 기다리고 싶지만 끝까지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은 언제든 벌어진다.
그런 순간엔 마음 한켠이 찢어지는 듯하다.
하지만 낙타는 그저 떠나지 않는다.
“저기 멀지 않은 곳에 오아시스가 있다” 고 말하며 방향을 남긴다.
그 한마디로 남은 자는 길을 잃지 않는다.
완전한 이별 대신 다음 길을 가리키는 작별.
낙타의 떠남은 외면이 아니라 전하는 방식이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날 때, 남겨야 할 건 정답이 아니라 방향일지도 모른다.

💡바다 앞에서 망설일 때 필요한 말

“냇물이나 바닷물이나 똑같은 물이야.”
겁을 잔뜩 먹고 바다 앞에서 망설이는 이들에게 건넬 수 있는 말이다.
스스로는 너무 작고 작아서, 거대한 세상에 밀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을 때가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세상도, 나도 결국 같은 성분의 물로 이루어져 있다.
달라 보이는 건 내 마음이었을 뿐이다.
냇물로 흐르던 존재가 바다에 다다랐을 때, 오히려 스스로를 다시 이해하게 된다.
우화 속 물고기처럼 두려움을 품은 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야말로 결국 나를 성장시키는 첫걸음이다.
용기는 결코 결단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이해에서 시작된다.

💡꽃은 결국 피고야 만다

꽃샘추위가 아무리 오래 와도, 결국 꽃은 핀다.
개나리도, 목련도, 진달래도. 기다림이란 결국 지나가는 계절이고, 그 끝엔 반드시 봄비가 온다.
우화 속 나무들은 “차라리 봄이 안 오는 게 낫다” 고 툴툴거린다.
견디는 동안엔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엔 이미 봄비가 가득 차 있었다.
자기 자신도 모르게 피어나는 꽃처럼,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게 아니다.
서서히 차오르고 있다가 어느 순간 튀어나오는 것이다.
꽃은 그저 기회를 기다렸을 뿐이다.

우리 마음속에도 봄비는 이미 머물고 있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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