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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압축 교양수업 - 6000년 인류사를 단숨에 꿰뚫는 60가지 필수 교양
임성훈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5월
평점 :
🌟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chae_seongmo 를 통해 #다산초당 @dasanbooks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초압축 교양수업> - 낯선 이름과 친해지는 데 필요한 시간📌 책 소개철학, 문학, 역사에 대한 지식을 시대순으로 정리한 교양 입문서다.고대에서 현대까지 인류사의 핵심 장면 60가지를 선별해 짧고 간결한 설명으로 소개한다.쇼펜하우어, 소크라테스, 니체 같은 철학자, <신곡>, <오디세이아>, <노인과 바다> 같은 고전, 프랑스혁명과 남북전쟁 같은 전환점이 된 역사까지, 단일 주제에 몰입하기보다 여러 분야의 흐름을 동시에 훑으며 배경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각 장은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목차를 따라 읽어도 되고 관심 있는 꼭지부터 펼쳐도 무방하다.특정 개념을 암기하는 책이 아니라, 서로 흩어진 교양 조각들을 하나로 이어보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서평💡신탁은 소크라테스를 찬양하지 않았다지혜로운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소크라테스’ 라고 대답한 아폴론 신의 여사제.이 이야기에서 시작되는 소크라테스의 여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그는 왜 자신이 지혜로운지 알 수 없어 직접 확인하러 다닌다.유명한 정치가, 작가,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에게 묻는다.미덕이 무엇인지,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그러면서 하나씩 발견한다. 다들 모르는 걸 모르고 있다는 걸.소크라테스가 위대한 건 그가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모른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데 있다는 이야기다.생각해보면 이 장면은 철학이라는 단어를 아주 간단하게 보여준다.‘지혜’ 를 증명하려 했던 이의 여정이 결국 ‘무지’ 를 확인하는 일이었다는 역설이 낯설지 않다.그리고 그 질문 방식은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남아 있다.💡브루투스는 칼을 들었고, 카이사르는 말했다로마를 흔들었던 이름 중 하나가 카이사르다.폼페이우스와의 내전에서 승리하고, 클레오파트라와 함께 이집트 전쟁도 마무리 짓는다.“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는 그 유명한 말도 여기서 나온다.그런데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그의 마지막은 생각보다 간단하다.브루투스가 칼을 들었고, 카이사르는 말했다.“브루투스, 너마저.”칼에 찔리면서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싶지만, 기록은 그렇게 전한다.단 한 줄로 설명되는 마지막이 이렇게 오래 남는 이유는 그 안에 관계의 모순이 담겨 있어서일지도 모른다.칼을 든 쪽도, 칼을 맞은 쪽도 쉽게 단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전쟁보다 배신 쪽에 더 무게가 실린다.어쩌면 이 짧은 대사가 로마보다 더 오래 살아남은 이유일지도 모른다.💡흑사병은 종말처럼 찾아왔다열이 오르고, 종기가 생기고, 정신을 잃기까지 채 하루가 걸리지 않는 병.흑사병의 전염 방식은 설명만 들어도 숨이 턱 막힌다.벼룩으로 감염된 선페스트, 폐에 직접 침투한 폐페스트, 둘 다 피할 수 없었고 증상은 빠르게 번졌다.마을 사람들은 문을 못질하고, 집 안에 불을 지르고, 얼굴을 천으로 감싸며 버텼지만 소용이 없었다.이 시기의 기록을 보면 대부분이 어떤 치료법도 설명하지 않는다.그저 기도했다는 말만 남아 있다.의학이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던 시대의 절망이 페이지마다 흘러나온다.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람들은 살았다.신의 분노든 운명의 농담이든 간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음 시대를 만들었다.역사는 이렇게 끝나지 않고, 그렇게 이어졌다.💡노인은 청새치를 잃었지만 사자 꿈을 꾸었다헤밍웨이의 노인은 힘겹게 청새치를 끌고 돌아오지만, 해안에 도착했을 땐 뼈밖에 남지 않는다.상어에게 다 뜯긴 뒤에도 그는 그걸 들고 돌아온다.누군가는 허무하다고 느끼고, 누군가는 안타깝다고 여길 수 있다.하지만 노인의 생각은 다르다.그는 자기가 할 일을 다 했고,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남들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남은 건 뼈지만, 그는 패배하지 않았다.다음 날 또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하며, 조용히 사자 꿈을 꾼다.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인 건 결과보다 태도에 초점이 있기 때문이다.누군가의 판단보다 자신의 기준으로 정리하는 방식.그것이야말로 인간답다는 말을 설명 없이 보여준다.바다도 청새치도 대사가 필요 없다.바다도 청새치도 아무 말이 없다.그런데도 그 장면 앞에서는 괜히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