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집
정보라 지음 / 열림원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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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열림원 @yolimwon 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이들의 집> - 돌봄이 국가의 일이던 시절의 기록

📌 책 소개

📖아이를 키우는 기술 사회의 풍경

로봇 공학과 인공 자궁 기술이 자리 잡은 근미래.
사람들은 아이를 직접 낳지 않아도 된다.
육아는 점점 ‘관리’ 의 영역이 되고, ‘돌봄’ 은 시스템 안으로 흡수된다.
어떤 아이는 훈육을 빌미로 기계에 연결되고, 어떤 아이는 선택받은 만큼만 애정을 받는다.
과잉 보호도, 과잉 학대도 명확한 기준 없이 기술과 섞여버린다.
이야기 속 세계는 분명 비현실이지만, 모든 인물은 현실의 얼굴을 하고 있다.
국가는 아이를 ‘구조’ 하고, 부모는 아이를 ‘위탁’ 하며, 누군가는 그 아이를 상품처럼 사고판다.
죽은 아이가 벽 속에서 비명을 지르거나, 기억을 잃은 아이가 기계 안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풍경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그 아이들을 이미 지나쳤기 때문이다.

💡정당한 양육이란 무엇인가

가난한 집에 아이를 그대로 두는 것과, 부유한 집으로 ‘보내는’ 것.
둘 중 어느 쪽이 아동복지인가.
누군가에게 이 질문은 정답이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두 선택 모두 폭력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양육은 늘 논리적으로 설명되지만, 그 감정 안에는 말로 환원되지 않는 복잡한 것이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선의를 가장해 아이를 데려가고, 누군가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아이를 놓는다.
이야기 속에서 아이는 어른들의 손에 쥐어진 존재가 아니라, 계속해서 물러지는 존재다.
물려지고, 조정되고, 때로는 제거된다.
양육이라는 단어는 점점 누군가의 행위가 아니라 시스템의 작동처럼 느껴진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점점 사라진다.

💡무심한 설정, 날 선 묘사

항아리 안에 들어 있는 아이들.
벽 속에서 기계에 연결된 아이들.
죽은 아이를 데려가는 손.
이런 장면들은 대사도 없이, 설명도 없이 툭하고 떨어진다.
그런데 바로 그 무심함이 감정을 만들어낸다.
이 세계에서 가장 날카로운 건 비명이 아니라 침묵이다.
묘사는 길지 않고, 설정은 생략되어 있다.
하지만 그 자리에 독자의 상상이 들어간다.
그래서 이야기는 불친절할수록 강해진다.
누구는 아이의 뇌파를 바꾸는 기계를 두려워하고, 누구는 그 기계를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것으로 여긴다.
그런 선택들은 선악이 아니라 온도처럼 다가온다.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회색 세계에서 중간 지점을 찾지 못한 채 머문다.

💡기술이 뒤덮은 감정의 단면

이야기 속 사람들은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너무 아파서 싫어’ 같은 말만 겨우 흘린다.
그러다 문득, 엄마가 원하는 아이가 되고 싶다는 말이 나온다.
기계는 고통을 주고, 아이는 그 고통을 통해 사랑받으려 한다.
어떤 감정은 너무 단단해서 부서질 수 없고, 어떤 감정은 너무 낡아서 아무 감촉도 없다.
기계가 먹어치우는 건 신체나 기억이 아니라, 그런 감정의 자취다.
양육은 더 이상 관계가 아니라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감정은 기능처럼 소비된다.
그러니 더 무섭다.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통제하고 싶어하고, 국가는 그 통제를 돕는다.
기술은 그 사이에 끼어 감정을 효율화한다.
그러다 보니 누구도 울지 않게 되었다.
울 수 없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목소리

비현실이라는 외피 속에서도 익숙한 이름들이 들린다.
색종이, 섬, 항아리 같은 단어들이 차가운 배경과 맞물리며 오히려 이야기의 온도를 높인다.
누군가는 아이를 ‘이름 없이’ 만들고, 또 누군가는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기계를 멈추려 한다.
그 움직임들은 클라이맥스를 향하지 않는다.
그저 잔잔하게, 반복적으로 이어질 뿐이다.
하지만 그 반복이 이야기의 비명을 만든다.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지 않아도, 울음소리는 벽 너머에서 들린다.
이 소설은 분명 끝이 있다.
하지만 그 끝이 마침표 같지는 않다.
오히려 어떤 문장이 열린 채로 멈춘 느낌이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누군가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지 않는 이상, 아이들은 벽 안에 그대로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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