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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킹 라오
바우히니 바라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5월
평점 :
🌟 이 책은 #문학수첩 @moonhaksoochup 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멸의 킹 라오>
📖모든 시스템은 누군가의 얼굴을 지우며 완성된다
기술은 한계를 돌파하려는 인간의 집념에서 시작되었지만, 어느 순간 인간이 시스템을 따라가야만 생존 가능한 구조가 되어버렸다.
물은 끓고 있었고, 하늘은 점점 더 아름다워졌다.
모두가 감각을 잃는 사이, 세계는 무너졌다.
혁신의 얼굴은 희미해졌고, 거대한 이름만 남았다.
이야기는 그 이름 아래 가려진 진짜 역사, 그리고 지워진 사람의 흔적을 기억하는 이의 목소리로부터 출발한다.
국가도, 기업도, 기후도 모두 연결된 구조 안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그리고 한 사람, 더 정확히는 한 사람의 딸만이 그 뒤엉킨 세계의 실루엣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설계했고, 세계가 받아들였고, 결국 모두가 외면한 이야기였다.
💡개인적인 감상
처음부터 미래는 멀리 있지 않았다.
소설 속 풍경은 예측이 아니라, 지금 이곳의 뒷면처럼 느껴졌다.
포인트로 관리되는 삶, 감정보다 효율이 먼저인 세계, 모든 불편을 제거한 채 남은 정적.
낯설지 않았다.
불쾌할 만큼 현실적이었다.
킹 라오는 한 사람의 이름이라기보단 시대의 구조를 압축한 상징처럼 보였다.
거대한 체계를 만든 사람이지만, 정작 그 체계 속에선 자신의 목소리도 점점 미화되고 희미해진다.
권력은 그렇게 사람을 덜어내고, 상징만 남긴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건 그가 남긴 유산이 아니라, 그 유산 아래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결국 그것을 해체하게 되는 딸의 서사다.
질문은 단순하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든 이가 정말로 옳았는가.
하지만 질문을 던지는 입장은 훨씬 복잡하다.
불편한 건 시스템이 아니라 그것에 길들여진 사람들이다.
잘못된 줄 알면서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살아가는 풍경이 반복되며 오히려 감정을 무디게 만든다.
견디는 쪽이 약한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신호처럼 보였다.
이야기는 시간을 들여 어떤 실패를 다시 꺼내 보여준다.
실패가 어떻게 반복되고, 왜 다들 모른 척하며 살아가는지.
그리고 누군가는 그 안에서 꺼내온 파편들을 하나씩 복기하고 말로 남긴다.
말하지 않으면 금방 사라져버릴 것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장면보다, 그런 시도 자체가 오래 남는다.
성공이나 구원의 서사가 아니었기에 더 신뢰가 갔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 해답 없는 질문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끝이 허무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는 끝까지 써야 한다’ 는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