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 공부 - 세 번에 한 번은 죽음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루시 폴록 지음, 소슬기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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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보다 가장 오래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노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대한민국에서는, ‘노인’은 미리 대비해야 하는 떠오르는 사회 문제이자 돌봄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거 같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나도 중년이다. 나도 곧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이에 누구나 노인이 되기에 앞서 누구나 이 부분에 대해 마음으로든 물질적으로든 준비해 두어야 한다.

노후를 위한 준비는 여러 가지가 있다. 노후자금 준비, 건강관리, 멘탈의 관리, 꾸준히 지속할 관계들, 죽음에 대비한 준비 등등

이는 젊을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

그중에서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와 준비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 공부>의 저자 루시 폴록은 누구보다 노인의 죽음을 자주 다루고, 그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노인의학 전문의다.


그는 이 책에서 제목과 같이 비록 '오십'이라는 특정 나이를 설정하지는 않았지만, 가급적 이르게 노후에 대해 직면하고 죽음을 준비하고, 이에 관해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말하고 싶지 않은 이 주제는 미리 말해두지 않으면 당연히 오게 될 순간에 대해 미처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게 되기에, 저자는 자신의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그간 쌓아온 것들을 설명하며 본격적인 노후에 관한 대화를 돕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비록 피하고 싶지만, 이제는 조심스럽고 까다로운 주제에 발을 내디디며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라고 있다.

2022. 9. 16. 자 신문에서는 혈액으로 암을 발견하는 갈레리 검사가 획기적인 암 치료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인가에 대해 기사가 실렸다. 아이러니하게 바로 뒤이어 부고란에는 프랑스의 누벨바그 거장 장뤼크 고다르 감독이 스위스에서 조력사를 선택해 92년의 생을 마감했다는 기사도 실렸다.

기사에서는 "고다르가 여러 질환을 진단받은 뒤 자발적으로 생을 끝내고자 했다."라고 한다.

각 정부에서는 매년 기대수명에 대해 발표한다. 이는 그 나라의 보건 의료수준을 나타내기에 의료기술의 지표인 셈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기대수명뿐 아니라 '건강 기대수명' 또는 독립적인고 건강상의 불편함 없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 보여주는 이와 유사한 척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눈부신 의학기술 발달로 인해 급히 죽을 수도 있는 암이나 심장마비와 같은 거물 살인마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새롭게 얻은 긴 삶은 각종 노인 질환들과 함께 힘겹게 오래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고다르 감독처럼 어쩌면 조력사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힘겨운 시간일 수 있다.

<3장. 곡선을 사각형으로 만들기>에서는 이 이환 기간에 대해 나온다. '이환'이란 건강하지 못한 상태를 이르는 개념이다.

삶의 곡선 그래프-세로축은 독립성을, 가로축은 나이를 나타낸다.


위의 삶의 곡선 그래프는 이환 기간이 표현되지 않은 이상적인 그래프이다 건강하게 독립적으로 살다가 죽는 걸 표현했다. 건강하게 살다가 사망할수록 이 그래프는 사각형에 가까워진다.

아래의 그래프는 실제 이환 기간이 표현된 그래프이다. 그래프 모습이 사각형에서 곡선에 가까워질수록 어려운 상황을 나타낸다.

삶의 이환 기간을 표현한 그래프


어쩌면 이 기간을 통제해 볼 수도 있을까 하는 희망으로 읽어갔다.

물론 여러 가지가 나온다. 활발하게 움직이고, 금연하고,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고, 여름마다 몇 시간씩 햇살 아래에서 소매를 걷어 올린 채 볕을 쬐며 비타민D를 얻고......

이 모든 걸 아주 어린 나이인 아동기, 더 이르게는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

읽다가 힘이 빠졌다.

이 책은 수많은 노인질환 예방법에 대해 당부하려는 게 아니었다. 그나마 수십 년간 노인들을 관찰하면서 저자가 내놓은 임상에 근거한 잠정적 결론은 특정 식단표나 알약보다 계속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정도이다.

"안심되는 점은, 사소한 변화(신체활동)로 가장 큰 혜택을 얻는 사람은 운동을 제일 덜 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보다 더 위로되는 점은 이미 초고령에 접어들었어도 신체 활동을 늘리면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활발하게 움직이면 건강을 유지하고 독립성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62p

노인 전문 의사이기에 '뚜렷한 어떤 게 가장 효과가 있다. 이것이 좋다.'라고 강하게 어필하기보다 임상과 여러 믿을 만한 연구에 기반을 둔 조심스러운 제안이라 오히려 더 신뢰가 간다.

다시 아까의 삶의 곡선으로 돌아가면 그 늘어난 기대수명 동안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는 기간도 늘어 우리가 미리 알아두어야 할 것이 많다.

이 책에서는 이 시기의 여러 명의 노인과 보호자들의 다양한 사례가 소개된다. 이들은 물론 가상의 인물이지만 사연은 노인 의학 전문가로서 실제 겪은 사실에 기반을 둔다. 여러 사례를 중심으로 우리가 이 시기의 노인에 대해 관심을 쏟아야 할 질문과 그 대답, 설명, 해결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주로 고민해 봄직한 주제를 중심으로 챕터를 나누어 이야기한다.

이 책의 차례


낙상, 딱 알맞은 약, 지혜로운 선택(치료에 대해), 사전 연명치료 계획, 치매, 운전, 사전 돌봄 계획, 대리인... 그러나 <4장. 좋은 소식이다!>에서는 이 모든 것에 앞서 가장 중요한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대상은 노인, 그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보고 시작하라고 한다. 노인을 독립성을 상실한 그저 돌봄의 대상으로만 보려는 태도를 경계했다.

우리도 어쩌다 병원의 환자로 신분이 바뀔 때 흔히 이런 대우를 직간접적으로 받을 때가 있다. 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나'는 빠진 채, 내 증상으로 나를 분류하고, 이에 따른 의료적으로는 합당한 치료만 행해지며, 이에 관해서 일방적인 전달만 받을 뿐이며 대화는 '나'를 제외한 보호자와 이루어질 뿐이다.

귄위있는 노인의학 전문의인 메리 티네티 박사는 노인 치료에 있어 중요한 5M을 말한다.

" 정신 상태 마인드/ 이동성 모빌리티/ 약물치료 메디케이션/ 다중복합성-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정확한 진단/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83, 89p

이 마지막 질문인 노인에게 무엇이 중요한가에 관해서는 첨단 정밀 검사가 없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이 중요한 질문에 의해 치료 계획도 변경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부분을 읽다 보면 병원 치료만이 절대 선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관절 말고는 상태가 굉장히 좋은 96세의 잭 할아버지는 장수의 비결을 묻는 저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나는 단 한 번도 술이나... 담배나... 여자를 건드려본 적이 없다오. 열 살 때까지는."

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평소 대화하며, 미리 파악해 두는 것부터가 시작인 것이다.

각 장에서 새롭게 안 사실 몇 가지를 소개하면,

<5. 낙상에 관한 네 가지 사실>에서는 노인에게 흔히 일어나는 낙상은 한 가지 원인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낙상이라는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사례에서는 치료에만 초점을 맞춘 현재 의학적 대처를 꼬집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았던 <7. 딱 알맞은 약>에서는 지나친 약물 복용과 약으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의 사례가 나와있다. 부모님의 평소 복용하던 협심증 약물로 인해 자칫 위험할 뻔한 일이 최근에 있어 더 유심히 보게 된 장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의료보험 제도가 잘 되어있고, 각자 의사들이 분업화되어 서로 고려하지 않고 약을 처방한다. 사슬처럼 약은 더 많은 약으로 연계되어 그 양이 늘어난다. 다약제 복용은 자칫 약물 간 위험한 상호작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남기는 약'과 '버리는 약'으로 복용하던 약을 분류하는 작업이 인상적이었다.

<9장. 우리는 그걸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10장. 치매 대응하기>에서는 치매에 관해 말한다. 우선 치매가 의외로 정확한 진단 검사가 없다는 것에 놀랐다. 치매라는 게 사실 질병이 아니라 여러 증상을 한데 모아서 일컫는 말이고, 치매로 이르게 된 다양한 원인의 질병이 따로 있어서라고 한다. 주변에서 흔히 권하는 영상검사나 기억검사로 일부 질병으로 인한 치매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치매가 아닌 다른 문제로 병원에 오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오히려 주변의 이야기와 "우리는 그걸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시작되는 가족의 이야기 속에서 치매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한다.

이 장에 나와있는 탄자니아의 어느 마을의 치매 방별률을 측정하기 위해 했던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마침내 정식 질문(치매 판단을 위한) 몇 가지를 만들어내긴 했는데, 막상 시작해 보니 그냥 사람들한테 '예전이라면 조언을 구하러 갔겠지만 이제 더는 조언을 구하지 않는 사람이 이 마을에 있냐'라고 묻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214p

아울러 사람들이 끔찍하게 인식하는 치매의 증상은 대부분 병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이기에 미리 가족들이나 주변인의 관심으로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여 증상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대응할 수도 있겠다.

그 밖에도 우리가 미리 결정한 사전 연명의료의향서가 막상 의학적 처치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매우 결정적이지 않다는 것과 이를 위해서는 가족과 의료진과 미리 사전에 아주 자세한 대화를 해두어야 한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노인, 노인을 부양하는 가정, 노인을 다루는 종사자들, 그리고 노인이 될 우리들 모두가 읽어보아야 한다. 누구도 나이 드는 것을 막을 수 없기에.

2022년 한국 평균 기대수명 83.5세. 지금으로부터 약 90년 전인 1936년의 평균수명은 42.6세였다고 하니 평균수명만으로 가히 의학의 눈부신 발전을 깨닫게 한다. 하지만 100년 동안 의학 기술은 발전하였으나 노인의 삶에 대한 고민은 이제 시작인 거 같다. 패러다임 자체가 아직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해보지 않던, 전에 없던 고민이기에 이제부터라도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이런 고민을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 공부>는 그 길을 자세하게 안내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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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사장 구드래곤 구드래곤 시리즈 1
박현숙 지음, 이경석 그림 / 다산어린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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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기억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억이 나는 것은 거의 나에 대한 불평, 불만이었던 거 같다. 허리까지 내려오지 않는 짧은 머리칼도 마음에 안 들고, 굵은 다리도 마음에 안 들고, 낮은 코, 처진 눈, 더듬거리는 말투까지 모두~다 마음에 안 들었지만 제일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내 이름이었다. 개인적으로 여성스러운 느낌이 나는 글자인 ‘혜’, ‘민’, ‘은’, ‘진’ 이 들어가면 이름이 예뻐지는 것 같은데 하필 촌스러운 느낌이 나면서 임팩트도 없는 글자로만 이루어진 이름이라니...... 물론 어른이 된 지금은 자연스럽게 이름과 한 몸이지만 아마 어릴 때는 이름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시기였기에 더욱 불만이었나 보다.



어린이들이 열광하는 <수상한> 시리즈와 <구미호 식당>의 작가 박현숙의 신작 <마트 사장 구드래곤>은 아이들의 이름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주인공 구드래곤은 용이 되기 위해 천 년 동안 수련 후 승천을 코앞에 두고 누구보다 멋지게 승천하려다가 그만 실수로 용이 되는 데 실패한다. 절망하던 그의 눈앞에 <용몽록>이 나타나는데, 이 용몽록은 대대로 용이 되려다 실패한 구렁이 선배들의 조언을 한 땀 한 땀 엮어 만든 비늘 책이다. 구드래곤은 용몽록에서 용이 되려면 살아 있는 강아지, 고양이, 아이의 이름을 얻어 꿰매면 다시 승천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강아지, 고양이의 이름은 쉽게 얻었건만 아이의 이름을 얻기가 쉽지 않다. 고민하던 구드래곤은 연꽃 초등학교 앞에 ‘다 있소! 용용 마트’라는 마트를 차리고 이름을 바꿔 준다는 이벤트를 연다.


등장인물



연꽃초 앞에 다 있소! 용용마트가 문을 열다.


구드래곤 예상대로 자기 이름에 불만이 있는 수많은 아이들이 이벤트에 참여하고, 구드래곤은 그중 가장 순해 보일 것 같은 이름인 ‘왕순동’을 당첨자로 뽑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조아용과 최영민 두 명의 대기자를 뽑는다. 당첨자와 대기자가 된 세 명의 아이들은 각각 구드래곤을 찾아가 이름을 바꿔 오지만, 구드래곤의 말과 다르게 아이들의 삶은 전혀 달라지거나 나아지지 않는다. 구드래곤 역시 자신이 획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자 당황하게 된다.


용몽록


책에서는 자신의 이름에 대해 불만인 아이들이 나온다. 어릴 때의 이름은 아마도 자신의 정체성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나를 대표하는 게 많지 않은 어린 시절, 나의 이름은 세상에 나를 알리는 첫 타이틀이기에 무엇보다 이름에 예민해지는 거 아닐는지.

자신의 이름을 부정하고, 불만을 보였던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포기할까? 과연 이름을 바꾼 아이들은 새롭고 원하던 인생으로 술술 풀리게 될까? 그리고 다른 이의 이름을 받아 든 무척이나 양심적인(?) 구드래곤은 원하는 용이 될 수 있을까?

초2학년 우리 집 꼬마가 책 도착과 동시에 쭉 읽어나갈 정도로 책은 재밌고, 흥미롭다. 거기에 그림까지 매력적이라 무척 재미있게 읽고 2권을 찾기도 했다. 중간중간 만화처럼 그려진 스토리에 매료되어 아이는 구드래곤 마트의 물건을 줄줄이 읊어대기도 했다. 글과 그림 모두 초등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역시 어린이의 열렬한 추앙을 받는 박현숙 작가다!




다른 이가 내버린 이름을 빛내기 위해 노력하는 구드래곤의 모습에서, 어릴 때 불만 많던 나의 이름은 정말 매력이 없던 이름이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잘 닦고 닦아 금방이라도 꽃으로 활짝 필 것 같은 항아리 속 이름을 바라보며, 한 번이라도 애정을 갖고 내 이름을 불러본 일이 있던가 떠올려보게 된다. 구드래곤은 자신의 이름은 자신만이 닦을 수 있다고 하니, 오늘은 오랜만에 내 이름을 잘 닦고 닦아 빛나게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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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 게임 - 세상에 없던 판도를 만든 사람들의 5가지 무한 원칙
사이먼 시넥 지음, 윤혜리 옮김 / 세계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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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더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최근 영화를 보고 나서였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는 일본을 배신한 준사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일본인 포로로 잡혀왔지만 기개만큼은 남달랐다. 전쟁 중에 이순신의 어깨에 총상을 입힌 자도 그였다. 하지만 돌연 그가 왜 이순신에게 충성을 다짐했을까?

 

이순신에게 전쟁의 의미를 묻고 난 후에 그는 달라졌다.

 

이순신에게 이 전쟁의 목적은 단지 위기에 빠진 조선을 구하고, 쳐들어온 일본군을 무찌르는 데 있던 게 아니다. 그는 이 전쟁의 의미를 '의와 불의의 싸움'이라고 하였다. 나라를 버리고 도망가기 바쁜 조선의 임금이나 벼슬아치들, 명나라를 치기 위해 주변국을 발판 삼으려던 일본. 모두 '불의'. 이에 대항하여 ''가 승리하는 것을 원하기에 전쟁에 임한다고 하였다. 아군이냐 적군이냐의 차원이 아닌 의를 위하여 싸우는 전쟁이야말로 제대로 된 대의명분이다.

 

대의명분은 장수에게 섬겨야 할 나라까지도 바꾸게 만든다. 준사에게 영감을 준 이순신은 어떤 사고방식을 지닌 것일까? 이 책, 인피니티 게임에 따르자면 일종의 무한게임 사고방식이다.



인피니티게임(무한게임) 사고방식은 유한게임과 달리 승리와 패배, 비기는 것만 따지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더 확장해서 생각하게 하는 방식이다.

 

유한게임에는 참여자가 전부 공개되며, 시작, 중간, 끝이 항상 존재하지만, 무한게임에서는 참여자가 전부 공개되지 않으며 시간이 무한대로 주어진다. 게임에 명확한 종료 지점이 없어서 사실상 '이긴다'라는 개념도 없다. 무한게임의 주목적은 게임을 계속해나가며 그 게임을 오랫동안 유지시키는 것이다.(18p)

 

이 책에는 무한게임과 유한게임 사고방식의 리더와 기업에 대한 여러 사례가 나온다. 무한게임 사고방식에 따라 운영된 사례 중 스위스 아미 나이프로 유명한 스위스 기업 빅토리녹스의 경영 위기 극복에 대한 사례가 흥미로웠다.

 

9.11테러로 회사 대표 상품이 기내 반입 금지 품목이 되자 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빅토리녹스는 기존 수치와 피해 금액에 대해 집착하는 유한게임 사고방식 대신 유연하게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비용 절감 대신 신제품 개발에 투자하여 기존 브랜드로 다른 시장에 진입하는 방안을 강구한 것이다.(31p) 이런 격변 속에서 직원을 단 한 사람도 해고하지 않았다는 게 인상적이다.

 

빅토리녹스의 CEO 칼 에스너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 경제의 역사를 살펴보면 늘 이런 식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랬죠! 미래에도 항상 그럴 것입니다. 영원히 좋을 수만은 없어요. 끝없이 나빠지기만 할 수도 없죠. 저희는 다음 분기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다음 세대를 바라봅니다."

 

이 같은 무한게임 사고방식 덕분에 다른 회사였다면 치명적이었을 위기 상황도 준비된 자세로 대처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인피니티 게임 사고방식을 지니고자 하는 리더는 다음과 같은 기본 원칙 다섯 가지를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 모두의 가슴을 뛰게 할 '대의명분'을 추구하라.

 

-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신뢰하는 팀'을 만들어라.

 

-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선의의 라이벌'을 항상 곁에 둬라.

 

- 본질 외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근본적 유연성'을 가져라.

 

-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밀고 나갈 '선구자적 용기'를 보여줘라.

 

(46p)

 

 

 

<무한 게임 속 리더가 따라야 할 다섯 가지 기본 원칙>


대의명분이란 아직 존재하지 않는 특정 미래 모습에 대한 비전을 말한다. 조직원들은 이러한 대의명분을 제시하는 조직에 충성하며 기꺼이 희생하기도 한다. 대의명분은 단순히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또한 왜 일을 하는가?의 답도 아니다.

  

대의명분은 미래와 관련이 있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정해준다. 모두가 자신만의 대의명분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의 대의명분에 함께해도 된다.

 

대의명분을 좇는 회사에서 일한다면 (유한게임에 사로잡힌 회사와) 마찬가지로 업무가 재미있는 날도 있고 재미없는 날도 있겠지만, 자기 직업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마음과 비슷하다. 어떤 날은 예쁘고 어떤 날은 밉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실은 항상 같은 것처럼 말이다.(60p)



그리고 직원의 희생보다 의지력을 이끌어내는 리더들의 사례도 부러웠다.

 

유한게임식 리더는 보통 실적 쪽으로 치우쳐있어, 회사가 어려워지면 정리 해고와 극단적인 비용 절감을 단행한다. 반면 무한게임식 리더는 직원들을 비용의 요소 중 하나로 취급하지 않는다. 인원 감축이 아닌 다른 대책을 찾는다. 이를테면 의무적인 무급 휴가를 들 수 있겠다. (152p)

 

사람을 비용 요소이자 물건처럼 여기는 것이 아닌 1명의 인간으로 바라보기에 존중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렇기에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회사에 안정감을 느끼고, 자발적이고 열정적으로 일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대의명분으로 영감을 주며, 한정적인 자원에만 기대어 기업을 이끌기보다, 인간의 무한한 열정과 의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인피니티 게임 방식의 회사, 개인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회사, 또한 서로 신뢰하는 단단한 회사를 꿈꾼게 된다.

사실, 이순신 장군의 대의명분으로만 준사가 돌아선 것이 아니었다. 준사는 보았다. 자신이 곧 총에 맞을 것을 알면서도 다른 부하를 구하기 위해 활시위를 당기던 이순신 장군의 눈빛. 그 눈빛에서 부하를 위하는 진정한 리더를 보았기에 자신의 나라까지 버려가며 충성했던 것이다. 기업도 결국 사람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함께 꿈꾸며 성장하고 나의 열정을 바칠만한 조직인지 아닌지는 해당 조직원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 부디 무한게임 사고방식의 리더나 조직이 많아졌으면 한다.

 

그리고 부모로서도 가정에 적용해 보고 싶은 요소가 참 많다.

 

몇 가지 들자면,

 

나의 아이가 나아갈 방향 설정하고 함께 공유하기!

 

언제라도 같은 편인 부모가 있다는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끼게 하기!

 

힘들 때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신뢰 형성하기!

 

유연한 사고방식 지니기!

 

당장의 승리나 숫자(성적, 등수, 월급ㅎㅎ)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 중에 있음을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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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 - 선사 시대 ~ 남북국 시대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
최태성 지음, 신진호 그림 / 다산어린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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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공부의 시작은 공감과 필요성을 가지면 더욱 관심 있게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수학이나 과학의 원리를 찾고, 책이나 미디어를 접하거나 여행을 하면서 외국어의 필요성을 알게 된다. 또한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그 공부의 필요성과 쓸모 나아가 학습에 의해 만들어지는 여러 능력까지 제시하여 이에 공감한 아이는 스스로 필요에 의해 열심히 할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스며든 공부, 본인이 스스로 필요해서 하는 공부는 더 잘 기억하게 되고, 더욱 확장되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대표 역사 강사 최태성의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는 이렇게 역사 공부에 공감과 필요성을 끌어내기에 적합하도록, 어린이에게 맞춘 다양한 질문을 제시한다. 과연 어린이들이 오래된 역사를 자신에게 적용하거나 역사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 답은 가능하다!

 

어린이는 정말 스펀지 같다. 그래서 아이가 쓰는 말투, 행동, 습관 나아가 사고방식이나 가치관까지 자신의 주변인을 빼닮는다. 아이를 보면 부모, 형제, 가정의 분위기 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을 만들어가는 아이들에게 길잡이가 될 인물이 부모나 형제, 선생님 외에 검증된 멘토를 제시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12개의 질문으로 구성된 책의 내용>


이 길잡이 역할을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최태성은 말한다.

그것도 5000년 이상의 긴 시간 동안 쌓인 데이터가 잔뜩 마련되어 어떤 상황에서건 적용해 볼 수 있는 해결책이 제시될 수 있다고.

 

어느 날 아이가 자신은 왜 경주 김() 씨가 아니라 김해 김() 씨냐고 물어온 적이 있다.

찬란했던 경주 신라의 김알지의 후손이고 싶은데 망한 가야의 김수로왕의 후손인 점이 불만이라고 했다. 그때 부실한 답변이지만 가야의 후손 김유신이 김춘추를 도와 통일신라를 이룩했다고 위안 아닌 위안으로 끝냈던 거 같다.

 

마침 이 책에서는 6삼국 시대인데 나라가 네 개라고요?’에서 가야에 대해 다룬다. 스포트라이트를 삼국에만 둬서 그렇지 가야도 삼국만큼 발전한 나라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단지 기록과 유물, 유적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기에 잊힌 나라였다가 발굴을 통해 조금씩 세상에 알려져 이제는 가야 문화의 우수성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곳에서 시선을 돌려 삼국 주변의 다른 나라들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하면 몰랐던 사실과 재미있는 역사 공부가 될 것이라 저자는 말해준다.

 

특히 가야는 철을 잘 다루고, 탄탄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추었던 나라였다고, 아마 사국시대라고 해야 될 거 같다고 아이에게 책에서 확인시켜 주니 아이도 어느 정도 자신의 성에 대해 자부심이 생긴 눈치였다.

 

<책의 일부 내용과 삽화-글씨가 간결하고 그림은 정말 매력적이다!>

책은 이렇게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질만한 내용과 알았으면 할 내용을 담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역사적 사실의 나열보다 문제 해결에 역사를 적용하는 방법이 훨씬 와닿고 흥미로우며 자연스럽게 내용이 스며든다. 더 많은 역사적 정보를 취하기보다는 나에게 포인트가 되는 인물이나 사건에 집중하는 것에서 어느 때보다 역사의 쓸모를 느끼게 될 것이다.

 

살면서 판단의 기로에 서거나 힘든 상황이 올 때 그때 떠올리는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은 정말 큰 힘이 될 것이기에 이 책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를 우리 어린이와 부모님께 추천하고 싶다.

 

<책의 뒤편에는 사진으로 만나는 역사 속 사람들이라는 코너가 있다>

역사란 지나간 사람의 삶을 통해 나의 삶을 채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문이라고 말하는 최태성 선생님의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역사 여행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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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페더 사가 1 - 어두운 암흑의 바다 끝에서 윙페더 사가 1
앤드루 피터슨 지음, 김선영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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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페더 사가>는 멸망한 왕국의 후손이자 출생의 비밀의 모른 채 살아가던 세 남매가 악마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평화를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윙페더가의 전설이다.



책은 무난하게 판타지의 정석대로 따라간다. 가상의 세계인 에어위아에 댕대륙에서 건너온 악마 '이름 없는 네그'가 팽족과 야수들을 이끌고 스크리대륙에 침략하여 철저히 짓밟는다. 그 뒤 스크리 사람들은 팽족의 지배를 받게 되는데...


두려울 것 없는 '이름 없는 네그'는 여전히 스크리 대륙에서 초조하게 어니러의 보석을 찾아다닌다.

이 보석에 의해 자신이 파멸하게 되기에...

글립우드에는 이기비 가의 남매가 살고 있는 오두막이 있다.


이들 남매는 불안하지만 나름 평화로운 마을에서 잘 살아가고 있었다. 글립우드 시내로 용의 축제를 보러 가기 전까지는.

남매들끼리만 용의 축제를 보러 갔다 일은 여러 가지로 꼬이게 되고, 팽족들과 다투게 된다.

자, 이제 신기한 마법이나 무기, 뛰어난 초능력이 나타날 차례인데, 500쪽 넘는 이 책 어디에도 특별한 능력은 나오지 않는다. 물론 신비로운 물인 '최초의 샘물'은 나온다. ㅎㅎ 판타지이지만 가상의 세계와 종족, 동물, 조력자 등을 등장시키는 것은 기존 공식대로 가지만 그 외의 판타지 요소는 많이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기비 남매의 지나친 호기심과 무모함으로 인해 문제에 문제가 더해져 이야기가 흥미롭게 이어진다.

보는 내내 안정지향형인 내 성향과는 반대로 흘러가는 이들 남매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굳이 안 해도 되는 모험을 감행한다.

이들의 무모함은 나름 팽과의 타협으로 평화롭던 현재의 마을에 위험을 부르기도 한다.

물론 처음이야 호기심에서 시작되었지만 팽족과 맞서는 내내 남매의 아버지에 대해, 큰 아버지에 대해, 어니러의 보석에 대해, 몰락한 자신의 왕국에 대해 하나하나 알게 된다.

어이쿠! 앞으로 4부까지 나온다는데 팽족하고 현실 전쟁을 하게 된다니!!

하지만 여러 사건과 등장인물들의 갈등으로 이야기를 500쪽 이상을 끌고 온 작가의 필력으로 보면, 굳이 신비로운 능력이나 새로운 인물을 계속 투입하지 않더라도 4부까지 재미있게 진행될 거 같다.

실제로 어린 이기비의 남매들의 활약이 2023년에는 TV에서도 방영된다고 하니 그 인기를 알 수 있겠다.

어니러 왕국을 다시 되찾기까지 주인공들이 위기를 용기를 갖고 차근차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를 읽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열광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읽으면서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도움과 용기를 주는 할아버지 포도와 속내를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우리 편인 거 같던 양말의 사나이 피트의 비밀에 대해서 매우 궁금해진다. 또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를 여실히 온몸으로 보여준 증오의 화신 팽 '슬랍'과 군데군데 묘사된 팽족과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신이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한다.

팽족이 여러 방법으로 망가지는 신에서 희열하기도 한다.

두껍지만 시간이 순삭 되는 판타지 <윙페더 사가1>을 판타지를 좋아하는 초등학생부터 어른들에게는 당연히 권한다.

나와 같이 복잡한 판타지의 세계관과 등장인물들 때문에 별 매력을 못 느꼈던 현실 안정지향주의자들에게도 권한다.

복잡하지 않게 등장인물을 배치하였고, 작가가 소개하는 전설도 뭔가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있지 않아서 읽기 좋다.


2022년 8월 26일에는 윙페더 사가 2권도 출간된다고 하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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