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페더 사가>는 멸망한 왕국의 후손이자 출생의 비밀의 모른 채 살아가던 세 남매가 악마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평화를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윙페더가의 전설이다.

책은 무난하게 판타지의 정석대로 따라간다. 가상의 세계인 에어위아에 댕대륙에서 건너온 악마 '이름 없는 네그'가 팽족과 야수들을 이끌고 스크리대륙에 침략하여 철저히 짓밟는다. 그 뒤 스크리 사람들은 팽족의 지배를 받게 되는데...

두려울 것 없는 '이름 없는 네그'는 여전히 스크리 대륙에서 초조하게 어니러의 보석을 찾아다닌다.
이 보석에 의해 자신이 파멸하게 되기에...
글립우드에는 이기비 가의 남매가 살고 있는 오두막이 있다.

이들 남매는 불안하지만 나름 평화로운 마을에서 잘 살아가고 있었다. 글립우드 시내로 용의 축제를 보러 가기 전까지는.
남매들끼리만 용의 축제를 보러 갔다 일은 여러 가지로 꼬이게 되고, 팽족들과 다투게 된다.
자, 이제 신기한 마법이나 무기, 뛰어난 초능력이 나타날 차례인데, 500쪽 넘는 이 책 어디에도 특별한 능력은 나오지 않는다. 물론 신비로운 물인 '최초의 샘물'은 나온다. ㅎㅎ 판타지이지만 가상의 세계와 종족, 동물, 조력자 등을 등장시키는 것은 기존 공식대로 가지만 그 외의 판타지 요소는 많이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기비 남매의 지나친 호기심과 무모함으로 인해 문제에 문제가 더해져 이야기가 흥미롭게 이어진다.
보는 내내 안정지향형인 내 성향과는 반대로 흘러가는 이들 남매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굳이 안 해도 되는 모험을 감행한다.
이들의 무모함은 나름 팽과의 타협으로 평화롭던 현재의 마을에 위험을 부르기도 한다.
물론 처음이야 호기심에서 시작되었지만 팽족과 맞서는 내내 남매의 아버지에 대해, 큰 아버지에 대해, 어니러의 보석에 대해, 몰락한 자신의 왕국에 대해 하나하나 알게 된다.
어이쿠! 앞으로 4부까지 나온다는데 팽족하고 현실 전쟁을 하게 된다니!!
하지만 여러 사건과 등장인물들의 갈등으로 이야기를 500쪽 이상을 끌고 온 작가의 필력으로 보면, 굳이 신비로운 능력이나 새로운 인물을 계속 투입하지 않더라도 4부까지 재미있게 진행될 거 같다.
실제로 어린 이기비의 남매들의 활약이 2023년에는 TV에서도 방영된다고 하니 그 인기를 알 수 있겠다.
어니러 왕국을 다시 되찾기까지 주인공들이 위기를 용기를 갖고 차근차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를 읽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열광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읽으면서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도움과 용기를 주는 할아버지 포도와 속내를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우리 편인 거 같던 양말의 사나이 피트의 비밀에 대해서 매우 궁금해진다. 또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를 여실히 온몸으로 보여준 증오의 화신 팽 '슬랍'과 군데군데 묘사된 팽족과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신이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한다.
팽족이 여러 방법으로 망가지는 신에서 희열하기도 한다.
두껍지만 시간이 순삭 되는 판타지 <윙페더 사가1>을 판타지를 좋아하는 초등학생부터 어른들에게는 당연히 권한다.
나와 같이 복잡한 판타지의 세계관과 등장인물들 때문에 별 매력을 못 느꼈던 현실 안정지향주의자들에게도 권한다.
복잡하지 않게 등장인물을 배치하였고, 작가가 소개하는 전설도 뭔가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있지 않아서 읽기 좋다.

2022년 8월 26일에는 윙페더 사가 2권도 출간된다고 하니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