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형 인공지능 천재가 되다 -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챗gpt 활용법 대화형 인공지능 천재가 되다
빅아이 인공지능 연구소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 몇 년 전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구단을 바둑에서 이겼다는 내용에는 그저 무덤덤, 크게 동요되지 않다가 챗 gpt 활용 후 연신 놀라고 있는 중이다. 나에게 인공지능이란, 그저 로봇청소기나 세탁기, 음성인식 기능인 기능이 있는 프로그램이나 내비게이션 등에서만 그 존재감을 느꼈었다. 아직 약간은 먼 일 같았던 인공지능이, 이제 인간과 그럴듯한 대화까지 하고 자녀 공부에도 유용한 튜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요즘엔 이게 없이 어찌 살아가나 싶을 만큼 아들의 골치 아픈 숙제나 영어 작문 등에서 나보다 훨씬 더 나은 조언을 받고 있다. 이렇게 순식간에 나의 고민을 해결해 준 인공지능이 더없이 고맙기도 하지만 이젠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모르는 더 나은 쓸모는 없을까 고민이 되기도 했다.




<대화형 인공지능 천재가 되다-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챗 gpt 활용법>은, 이런 대화형 인공지능 컴퓨터의 일상 속 활용법에 대해 아이들과 아직 대화형 인공지능에 익숙하지 않은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고 유용하게 알려주고 있다.



우선 그 활용에 앞서 <1장 인공지능이 뭐야?>에서는 대화형 인공지능에 대해 파헤쳐 준다. '치치'라는 가상의 대화형 인공지능을 설정하여, 주인공인 초등학생이 치치와 대화창에서 묻고 답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여기서 치치는 자신도 인간처럼 공부를 하는데, 딥러닝을 기반으로 직접 공부하여, 사람들의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해줄 수 있다고 소개한다. 기존의 비슷하게 이런 기능을 수행했던 시리나 빅스비와는 또 다른 점으로 자신은 이들보다 대화를 더 잘하게끔 만들어졌다 한다. 치치는 이러한 대화형 인공지능이 등장하며 달라질 미래 세상에 대해서까지 예상해 준다.

1장의 소개 후 2~20장은 구체적으로 치치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나온다.

즐거운 하루를 보내기 위한 맞춤 가이드부터 기호가 다른 친구와의 갈등이나 가족 간에 잘잘못에 대한 상담, 영어 공부, 요리 레시피, 반려견 키우기, 복용할 약 등등 정보를 구하기, 토론 연습이나 롤플레잉 게임까지 섭렵할 수 있는 유용한 대화형 인공지능의 활용법을 담았다. 마지막은 인공지능이 진로 상담을 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어 아주 활용도가 높다.

다음은 롤플레잉 게임, 영어학습, 토론, 진로 상담에 대한 이야기로 책의 일부를 사진으로 담았다.


각 장의 끝에는 인포메이션을 두어 대화형 인공지능 활용 방법과 실제 프롬프트, 유의사항을 알려준다.

치치에게 어떻게 물어보면 더 나은 답을 얻게 되는지 여러 가지 조건이나 명령어를 알려주는 팁이 있어 읽으면서 이렇게 질문해 봐야겠다 싶은 게 꽤 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인간처럼 지식을 학습하여 새롭게 지식을 생성해 내는 인공지능의 기능에 놀라기도 하면서도 방대한 지식, 인내, 중립성까지 지닌 인공지능에 대해 두려운 생각도 든다. 무엇이 가장 두려울까? 아마도 더 이상 생각하는 기능을 상실한, 인공지능에 지배당하는 인간이 되는 건 아닌지, 그게 나뿐 아니라 나의 아이까지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생각에 두려움을 느끼는 거 같다.

실제로 챗 GPT를 개발한 오픈 AI 팀은 그 사용 시작 연령대를 만 13세 이상으로 권고하고 있다. 그리고 만 18세까지는 반드시 부모 등의 보호자 관리하에 사용하라고 권한다. 하아... 비현실적인 권고이긴 하다...

하지만 이 점을 꼭 염두에 두고 사용한다면 적절한 질문을 하기 위해서라 책도 많이 읽어 인공지능을 뛰어넘어 성장할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 두려움을 잠시 접어두려고 한다.

대화형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더 알고자 하는 친구들이나 어른들까지 모두 읽기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숙이의 숙제 책 읽는 어린이 연두잎 10
유순희 지음, 오승민 그림 / 해와나무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는 내내 가슴이 아리고, 눈물이 글썽이는 소설은 진짜 오랜만이었다. 그것도 어른의 소설이 아닌 아이들이 읽을 커다란 활자의 소설인데... 주인공이 울 때 마음이 저릿저릿하고, 희망찬 이야기를 할 때 함께 가슴이 벅차기도 했다.


작가의 이전 작품이 교과서에 글이 실렸다는 소개로 이 책 <명숙이의 숙제>에 관심을 가졌었다. <지우개 따먹기 법칙>과 <우주호텔>이 그것이다.

'작가의 필력이 어느 정도이기에 초등 교과서에 두 편이나 실렸을까?'하는 마음에 신청한 책이었다.


명숙이가 방바닥에 엎드려 숙제하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사실 명숙이는 숙제를 할 틈도 없이 참으로 바쁘다. 새엄마가 낳은 아기를 돌보랴, 새벽부터 장사 나간 엄마 대신 집안일하랴 하루가 어찌 흐르는지 모른다. 너무나 바쁘고, 동생은 아직 간난 아기라 나중에는 그토록 가고 싶은 학교도 거르기 일쑤다. 그렇다고 아버지나 새어머니가 학교에 가라고 닦달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당장 쌀도 나오지 않는 공부를 아버지는 못마땅해 할 뿐.

과연 명숙이는 언니처럼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으로 가게 되는지, 아니면 숙제를 다 끝내고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지 궁금해온다.


이 책은 한번 보고 덮어버릴 책은 아니다. 두고두고 보게 될 책이다. 가슴 아픈 우리들의 큰 언니 이야기가 읽는 내내 가슴을 울리고, 그 시절 아픔들을 잔잔히 그려낸 훌륭한 책이다. 잊고 살았던 그 시절을 다시 기억하게 하고, 길지 않은 책이지만 그 기억과 함께 큰 울림과 여운을 길게 주는 책이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엄마, 아빠와 아이들이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싶다.

문득 이 작가의 다른 소설들도 궁금해져 서평을 찾아보면서 책의 내용을 부분적으로 살펴보았다.

다 본 것은 아니지만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학급이나 사회에서 소외된 대상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 같다. 다행이다. 이 작가의 이런 따뜻한 글이 교과서에 실려서^^

그래서 명숙이는 학교에 갔을까? 그토록 하고 싶은 숙제는 다 해갔을까?

그 답은 이미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다. 한편으로 다행이다. 이름처럼 밝고 깊고도 맑을 명숙이의 앞날을 빌어본다!



-책 속으로-

명숙이는 큰 소리로 울었다. 자기의 울음소리인데도 너무 커서 놀랐다. 그래도 계속 울었다. 지금은 자기가 갈 수 없으니까 언니가 이 울음소리를 듣고 하늘을 나는 양탄자를 타고 날아와 줬으면 좋겠다. 눈물을 다 쏟아 내고 나니 가슴이 후련했다. 아까보다 진주도 덜 무겁고, 그릇도 덜 무거웠다. 참 이상하다. 눈물이 그리 무거운 거였나? -29쪽

"진주야, 우린 굉장한 것 같아. 자, 봐. 저 꽃들은 바람의 힘이 아니면 절대로 움직일 수가 없잖아. 우리는 다리가 있으니까 가고 싶은 데 다 갈 수 있는데. 시장도 가고, 학교도 가고...... 서커스 구경하러 가고. 근데 이 꽃들은 여기서만 살다 시들어 버리니......" -48쪽

명숙이는 자기가 대단한 보물처럼 여겨졌다. 어깨에도, 배에도, 눈동자에도 힘이 들어갔다.

'이제부터 욕은 쓰지 말아야겠어...... 내 이름답게 살려면.'

이건 명숙이가 처음으로 자신과 한 약속이었다. -67쪽

'아, 그래서 빛과 물이 만나면 반짝반짝 이는구나...... 나도 우물물처럼 반짝반짝 빛나겠네...... 난 아주 예쁜 거였잖아!' -68쪽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깨비 놀이 봄편 : 도깨비를 부르는 노래 도깨비 놀이 1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오토나이 지아키 그림, 김지영 옮김 / 넥서스Friends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마을이나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금기가 있다. 이를테면 다쿠가 사는 바닷가 마을에는 봄철의 대조가 지나기 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북쪽 해변에서 조개를 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나 산 근처 겐의 마을에는 산에 갈 때는 반드시 부적을 가지고 가야 한다는 것.


 

이렇게 금기는 오래된 지역이라면 으레 존재하고, 어느 신화나 옛날이야기에도 많이 등장한다. 금기는 꼭 지켜야 하는 거라 여기는 부류도 있지만 깨트려보려는 부류도 늘 있다. 마치 금기는 어기라고 있는 것이라는 듯.

금기를 깨면 그 대가는 혹독하다. 굳이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금기에도 돌아보아 소금 기둥이 된 성경의 이야기나 제우스의 금기를 깨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며 벌을 받고 있는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를 들지 않아도, 어린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금기를 어긴 대가를 치르도록 날마다 종용하거나 종용당하기 마련이다.

두려움에 사로잡히도록 하는 그 금기는 만일 지키지 않을 경우 어찌 될지 궁금증을 유발하도록 앞, 뒤 없이 단순한 명령이다.

이 책 도깨비 놀이는 이런 여러 금기를 깨트린 아이들이 도깨비를 만나 사서 고생하다가 도깨비에 잡히거나 천신만고 끝에 돌아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금기는 어디에나 비슷하지만 도깨비는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 아주 재미나다. 자신의 숲에서 꽃을 꺾으면 반드시 그 아이를 찾아내 데리고 가는 도깨비, 술래잡기를 하다가도 더 재미난 축제에 이내 마음을 빼앗기는 산만한 도깨비, 때로는 언제쯤 지어졌는지 모를 오래된 거대한 집으로 변신한 도깨비...

 

해학적이고, 빈틈도 많고, 장난기 많은 마음 넉넉한 우리나라의 만만한 도깨비에 익숙해 있다가는 이 책의 도깨비를 보고 깜짝 놀랄 수 있으니 어느 정도 공포물을 읽어 매운맛에 익숙한 초등 중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다만 읽기 전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마음 여린 어린이들은 자기 전엔 되도록 읽지 말고, 특히 136쪽은 혼자 있을 때 펼쳐보지 말 것!



 

이번 도깨비 놀이- 도깨비를 부르는 노래는 봄편으로 앞으로 계절별로 더 나올 시리즈이다. 앞으로 여름과 가을, 겨울에는 어떤 도깨비가 또 등장할지 기대된다.

*네이버카페 미자모자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2주 여행, 숨쉬고 물드는 제주도 528 - 165개의 스팟 · 매주 1개의 당일 코스 · 월별 2박 3일 코스, 최신개정판 52주 여행 시리즈
현치훈.강효진 지음 / 책밥 / 202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제주도 여행은 업무차 가본 출장과 올레길 조성 당시 여자 셋이 떠났던 걷기 여행, 2016년 가족 여행으로 다녀온 후 가본 적이 없다. 지인 중에는 1년에 얼마씩 세를 내가며, 머무를 곳을 구해 2~3주마다 다녀온다고 할 정도로 제주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던데, 개인적으론 그다지 관심 있는 여행지는 아니었던 거 같다. 아마도 코로나가 한몫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직도 두고두고 기억나는 건 올레길에서 보았던 완만한 오름과 바다, 눈보라를 헤치며 두려움에 떨며 바람에 휘청대는 승용차를 운전했던 해안 도로, 빽빽하게 들어찬 절물 휴양림의 삼나무다.


요즘은 코로나 규제도 많이 완화되면서 내 마음은 하루에도 여러 번 여행을 떠나고 있다. 인터넷으로 여행 검색을 하면서 기회가 되면 꼭 혼자 제주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던 차에 52주 여행 시리즈 중 제주 편을 만났다.

<52주 여행, 숨 쉬고 물드는 제주도 528>란 제목에는 1년 52주간 가볼 수 있는 계절별, 취향별 특색 있는 제주 여행지 528개를 소개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528곳의 장소 선정이라 책은 꽤 두껍지만 쭈르륵 목차를 훑어보니 어쩌면 이렇게도 내가 머물렀던 곳과 겹치는 곳이 없는지 ㅠㅠ 그간 새로운 장소가 많이 생긴 건지, 내가 제주의 100분의 1도 몰랐던 건지......



 

책의 글과 사진작가는 모두 제주도 토박이 부부로 제주 곳곳을 담아냈다. 지금도 제사모카페와 인스타그램 제주도여기를 통해 제주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책은 주마다 그 계절에 맞게 가볼 만한 곳을 1일 치 여행처럼 구성하여 소개한다. 매주 그때마다 떠나기 딱 좋은 여행지 서너 곳이 나오고, 그 장소들끼리 이동 동선을 고려하여 소개되어 있다.


 

항상 가보는 대표적인 여행지가 아니라 시기적절한 여행지라 언제라도 그 시기에 맞춰 가볍게 책을 들춰보는 것만으로도 알차게 여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게다가 현지인 추천 식당, 이색적인 카페에 책방까지 버릴 게 없는 알찬 정보를 담아놨다. 이 책을 따라가는 당일치기 코스도 좋았지만, 월마다 테마별로 2박 3일 코스까지 친절하게 짜놓아 일정 짜기에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

이중 제일 개인적으로 끌리는 코스는 7월의 '제주에 남긴 건축가들의 흔적'이다. 이 코스대로도 좋고, 7월 다섯째 주의 황우지 해안을 넣어 스노클링까지 하는 코스를 더 추가해 보고 싶기도 하다.^^ 아... 생각만으로도 벌써 무지개를 타고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러 왔다던 천연 풀장 선녀탕에 풍덩 들어간 기분이다~

 

곧 다가올 5월에는 5월의 힐링 여행 '숲길과 곶자왈을 찾아서'도 좋을 거 같다. 강인한 제주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신비로운 숲길이 나를 유혹하는 것만 같다. 특히 가본 적인 없는 비자림은 이 책에서 5월의 숲길 여행의 필수 코스로 추천하니 꼭 한 번 방문하리라~


 

그리고 부록으로 여행지와 오름, 책방, 올레코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제주도 전도도 수록되어 있다.

이제 편한 신발 한 켤레와 이 책만 있으면 내일이라도 당장 제주로 떠날 수 있을 거 같다. 다만 숙소 정보는 이 책에 없으니 숙소는 미리 알아보고 가야 한다!!

 

*네이버 미자모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메시지가 왔습니다
조피 크라머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봄이다. 모든 생명들이 꿈틀대다 못해 에너지가 넘쳐 환희에 몸부림치는 봄.

봄에 어울리는 생명력 넘치는 알콩달콩 로맨스가 보고 싶었다.

독일에서 날아온 로맨스 소설이라 해서 골랐던 책! <메시지가 왔습니다.>

표지는 건조한 메시지들의 나열처럼 재미없게도 디자인되었다. 얼핏 봐서는 가슴 떨리는 사랑 이야기라기 보다 메시지를 예의 바르게 잘 보내는 법이 쓰였을 법한 표지다.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선입견을 가지고 펼쳐본 소설.



 

프롤로그 시작 지점에서 사랑하는 벤이 1월 어느 날 추락사했다는 주인공 클라라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클라라는 사고사인지 자살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연인이 죽은 이후 내버려진 기분, 혼자 남겨진 기분, 압도당할 만큼 거대한 그림자 형상의 온갖 상념들에 쫓겨 밤이 되면 더욱 심해지는 우울감으로 일상에 내던져진 채로 지낸다.

하지만 출근은 해야 하는 현실. 오히려 일상적인 루틴이 그녀를 연인의 장례식 이후 평온한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오도록 해줄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 혼자 살아가야 하는 인생에 적응하면서도, 밤이 되면 예전 벤에게 하루에 있었던 이야기를 털어놓 듯 그의 전화번호로 문자를 보내본다. 이렇게 보낸 수신인이 없어야 하는 문자는 엉뚱한 이에게 전송된다.

스벤 레만. 유명 잡지사의 경제부 기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 사랑하던 연인 피오나의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한 비참한 상황이다.

처음에는 다른 이의 감성 어린 문자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잘못 온 줄 알고 무시하고 지나간다.

 

벤의 죽음 이후로 클라라는 현실 속에 적응하려는 자신과 벤의 죽음에 얽힌 생각에 잠기지 않으면 느껴지는 양식의 가책 사이를 오가면 지낸다. 또한 그녀가 머무는 공간과 도시 곳곳에서는 불쑥불쑥 그와 함께했던 추억이 따뜻하게 때로는 고통스럽게 얼굴을 내민다. 아마도 벤과 함께 했던 시간과 공간에서 공유했던 그 행복했던 그 모든 순간들이 그녀의 일방적인 느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도 한몫하는 것이리라.

 

"벤은 클라라가 스스로를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여자라고 느끼며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걸 가장 잘 하는 남자였다. 클라라를 칭찬할 때도 늘 호들갑을 떨며 흥분했다. ... 그런 벤이 어떻게 클라라의 곁을 떠날 수 있었을까? 그토록 클라라를 사랑했는데? 클라라는 내면의 절망감이 점점 고조되는 것을 느꼈다. ...

이보다 더 처참한 일이 또 있을까? 연인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던 한 젊은이의 인생이 비극적인 사고 한 번으로 망가져버린 사건보다 더 처참한 일이?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상을 나누던 단 한 명의 연인에 대해 사실상 거의 아는 게 없었다는 느낌보다 비참한 기분이? 벤은 얼마나 오랜 시간 불안감을 겪었던 걸까?- 34쪽"

 

하지만 이런 그녀의 불안한 심정은 어느 누구에게서도 위로받지 못한다. 가족을 비롯한 친구, 직장 동료 등 주변인들은 그녀를 도우려 하지만 이들에게 짐을 지우기에는 그녀는 너무나 죄책감을 많이 느끼는 타입이다. 외로움과 슬픔, 공허함이 밀려오는 순간마다 하늘에 있는 벤에게 혹시라도 올지 모를 신호를 기다리며 문자를 보낸다. 이젠 매일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식처럼 자리 잡은 벤을 향한 문자.

 

"계속 자기 생각만 하고 있어. 잘 지내는지 신호라도 보내줘. 대신 날 너무 놀라게 하지는 말고! 영원히 사랑해. 당신의 사샤가. -40쪽"

 

스벤은 또 어떤가? 연인은 떠났고, 직장에서도 예전 명성만큼의 기사를 쓰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던 중 누군가로부터 잘못 온 문자를 직장동료 힐케와 농담처럼 주고받으며 웃음의 소재로 가볍게 삼고 넘어가고자 하지만 어느새 이 문자를 기다리게 된다.

누구보다 사랑을 믿지 않는 냉소적인 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수상한 발신인의 문자를 모아 다시 읽고, 또 읽으며 미소까지 짓게 된다. 마치 첫사랑을 시작하는 십 대 소년의 두근거림이 느껴지기도 한다.

 

"의도치 않았지만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핑크 플로이드의 그 음반은 스벤이 이미 오래전부터 모은 컬렉션 중 하나였다... LP 판을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 과연 그 기계가 아직도 작동할까 기대하며 바늘을 앨범의 세 번째 곡인 '타임'에 올렸다. 잠시 후 깜짝 놀랄 만큼 좋은 음질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스벤은 음량을 조금 높이고 병에 남은 와인을 전부 잔에 따른 다음 쭉 들이켰다. 그런 다음 옥상 테라스로 연결된 문을 열고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셨다. 맞은편에 줄지어 늘어선 집 중에는 불빛이 켜진 곳이 드물었다. 그래서인지 달빛이 평소와 달리 높고 밝게 빛나 보였다. 인생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군, 하고 스벤은 문득 생각했다.-57쪽"

 

이렇게 코끝을 간질이는 차가운 밤공기처럼 스며든 스벤의 클라라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될까?

참고로 책의 절반을 넘어서까지 둘은 만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는 가득 차고, 때로는 가슴 설레기도 했다. 아마도 이미 불행에서 시작한 이야기라서 그런가?사랑하던 연인의 죽음과 그나마 자신의 인생에서 존재감을 확인하던, 어쩌면 자신의 전부라 여기던 직장에서의 실직을 겪은 뒤 이미 바닥까지 내려앉은 클라라가 점점 자신을 찾아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모습에서 희망에서 발견할 수 있어서? 진정한 사랑을 이제야 하게 되어서?

중년이 되어 오랜만에 읽게 된 로맨스 소설은, 간질거리는 사랑의 시작 단계보다 주변인의 따뜻한 시선(열정 친구 카트야의 든든한 조력, 걱정 어린 어머니와 조부모님들...)과 연인의 죽음 이후의 클라라의 심경 변화와 섬세하게 때로는 클라라와 함께 위안까지 느끼게 하는 작가의 필력에 더욱 집중하며 읽게 하였다.

무엇보다 소설 곳곳에 나오는 핑크 플로이드의 곡명을 검색하며 소설을 읽는 내내 함께 듣는 소소한 즐거움도 느끼게 해주어 정신없던 2023년의 봄을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