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숙이의 숙제 책 읽는 어린이 연두잎 10
유순희 지음, 오승민 그림 / 해와나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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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가슴이 아리고, 눈물이 글썽이는 소설은 진짜 오랜만이었다. 그것도 어른의 소설이 아닌 아이들이 읽을 커다란 활자의 소설인데... 주인공이 울 때 마음이 저릿저릿하고, 희망찬 이야기를 할 때 함께 가슴이 벅차기도 했다.


작가의 이전 작품이 교과서에 글이 실렸다는 소개로 이 책 <명숙이의 숙제>에 관심을 가졌었다. <지우개 따먹기 법칙>과 <우주호텔>이 그것이다.

'작가의 필력이 어느 정도이기에 초등 교과서에 두 편이나 실렸을까?'하는 마음에 신청한 책이었다.


명숙이가 방바닥에 엎드려 숙제하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사실 명숙이는 숙제를 할 틈도 없이 참으로 바쁘다. 새엄마가 낳은 아기를 돌보랴, 새벽부터 장사 나간 엄마 대신 집안일하랴 하루가 어찌 흐르는지 모른다. 너무나 바쁘고, 동생은 아직 간난 아기라 나중에는 그토록 가고 싶은 학교도 거르기 일쑤다. 그렇다고 아버지나 새어머니가 학교에 가라고 닦달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당장 쌀도 나오지 않는 공부를 아버지는 못마땅해 할 뿐.

과연 명숙이는 언니처럼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으로 가게 되는지, 아니면 숙제를 다 끝내고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지 궁금해온다.


이 책은 한번 보고 덮어버릴 책은 아니다. 두고두고 보게 될 책이다. 가슴 아픈 우리들의 큰 언니 이야기가 읽는 내내 가슴을 울리고, 그 시절 아픔들을 잔잔히 그려낸 훌륭한 책이다. 잊고 살았던 그 시절을 다시 기억하게 하고, 길지 않은 책이지만 그 기억과 함께 큰 울림과 여운을 길게 주는 책이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엄마, 아빠와 아이들이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싶다.

문득 이 작가의 다른 소설들도 궁금해져 서평을 찾아보면서 책의 내용을 부분적으로 살펴보았다.

다 본 것은 아니지만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학급이나 사회에서 소외된 대상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 같다. 다행이다. 이 작가의 이런 따뜻한 글이 교과서에 실려서^^

그래서 명숙이는 학교에 갔을까? 그토록 하고 싶은 숙제는 다 해갔을까?

그 답은 이미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다. 한편으로 다행이다. 이름처럼 밝고 깊고도 맑을 명숙이의 앞날을 빌어본다!



-책 속으로-

명숙이는 큰 소리로 울었다. 자기의 울음소리인데도 너무 커서 놀랐다. 그래도 계속 울었다. 지금은 자기가 갈 수 없으니까 언니가 이 울음소리를 듣고 하늘을 나는 양탄자를 타고 날아와 줬으면 좋겠다. 눈물을 다 쏟아 내고 나니 가슴이 후련했다. 아까보다 진주도 덜 무겁고, 그릇도 덜 무거웠다. 참 이상하다. 눈물이 그리 무거운 거였나? -29쪽

"진주야, 우린 굉장한 것 같아. 자, 봐. 저 꽃들은 바람의 힘이 아니면 절대로 움직일 수가 없잖아. 우리는 다리가 있으니까 가고 싶은 데 다 갈 수 있는데. 시장도 가고, 학교도 가고...... 서커스 구경하러 가고. 근데 이 꽃들은 여기서만 살다 시들어 버리니......" -48쪽

명숙이는 자기가 대단한 보물처럼 여겨졌다. 어깨에도, 배에도, 눈동자에도 힘이 들어갔다.

'이제부터 욕은 쓰지 말아야겠어...... 내 이름답게 살려면.'

이건 명숙이가 처음으로 자신과 한 약속이었다. -67쪽

'아, 그래서 빛과 물이 만나면 반짝반짝 이는구나...... 나도 우물물처럼 반짝반짝 빛나겠네...... 난 아주 예쁜 거였잖아!' -68쪽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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