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의심스러운 철학 수업 - 주도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50가지 철학적 질문들
움베르토 갈림베르티.루카 모리 지음, 김현주 옮김 / 풀빛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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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AI와 문답을 나누는 경우가 주변에 많이 보인다. 질문을 살펴보면 단순한 생활 연계형 질문부터 깊은 인생의 고민까지 있어, 인공지능에 꽤 많이 의존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얼마 전 뉴스에서는 장관 후보로 나온 인물의 논문이 78% 정도 AI의 도움을 받은 표절 논문이라는 점과 유명 대학 연구자들이 논문 평가를 인간이 하지 않고 인공지능에 맡기는 것을 알고, AI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 이를 유도하는 명령문을 의도적으로 논문에 넣었다는 내용을 접하고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동물과 다른 인간의 고유 영역인 사고의 영역까지 인공지능에 지배당하는 모습을 발견한 거 같아 씁쓸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점점 떨어지고, 귀찮아지고, 중요하지 않게 되어가는 현실을 보는 거 같다.

이럴수록 내 아이는 좀 더 디지털 세상과 거리를 두게 하고 싶고, 생각하는 시간을 더 주고 싶어 인문학 서적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생각할 거리를 제공할 책을 찾다가 《매우 의심스러운 철학 수업》을 만났다.


이 책에는 주도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줄 수 있는 50가지 철학적 질문이 나온다. 이 책의 저자는 움베르토 갈림베르티라는 철학자인데,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현대 철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이며, 카 포스카리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공동 저자로 루카 모리라는 이탈리아의 철학자도 있다. 루카 모리 씨는 유치원에서 중등학교까지 철학적 대화를 할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를 여러 저서에서 소개하고 있는데, 국내 발간 도서로는 《청소년을 위한 철학 질문의 힘》이 있다.


책은 50가지의 철학적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다.

질문은, 자아/내면/행복에 관한 철학적 질문들, 삶의 가치/목적/도덕에 관한 철학적 질문들, 진리 탐구/성찰에 관한 질문들, 사문/문화에 관한 질문들, 이성/감정에 관한 철학적 질문들로 짜여있다.


질문들 면면을 살펴보면, ‘나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일까?’라는 거의 날마다 되풀이되는 질문부터 ‘적당한 선은 무엇일까?’, ‘왜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걸까?’, ‘유행을 따르지 않으면 뒤처진 걸까?’ 등등의 실생활과 관련한 재미난 질문도 발견하고, ‘죽고 나면 어떻게 될까?’,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등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질문도 보게 된다.



그런데 이런 질문 목록을 보고 있자니, 누구나 다 한 번쯤은 해봤을 그런 고민이 많다. 늘 고민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까지 그 답은 아직 뚜렷하게 가지고 있지 못한 질문들.

하지만 책에서는 이런 고민을 하는 데 평생 걸릴 거라는 힌트를 주기도 한다.

두 번째 질문인 ‘나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의 질문에 대한 본문의 내용을 읽어보면,


스스로에 대한 탐구는 평생이 걸릴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때로는 이것이 쓸데없는 짓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수도 있어요. 이 과제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왜 꼭 스스로에 대해 알아야 하는 걸까요?

고대의 위대한 철학자들 중에서, 특히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스스로 알고자 하지 않는 자는 자신을 적절하게 돌볼 줄도 모르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무엇을 돌봐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매우 표면적이고 불행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이렇듯 스스로에 대해 알아내는 일을 소홀히 하는 사람은 자신이 입고 있는 옷과 신발, 그리고 갖고 있는 물건을 관리하는 데만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외적인 것에 더 신경을 쓰게 되겠죠.” - 31쪽


책을 읽다 보면 철학이라는 게 대단한 이을 머리에 탑재하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늘 갖고 있는 질문에서 시작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평생 이어간다면 우리는 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것이리라.


고백하자면, 그간 필자에게 철학이란 특정 철학자의 어려운 논리를 이해하기에 바쁜, ‘철학을 하는 것’보다 ‘철학을 아는 것’에 급급한 지식의 영역으로 여겨왔던 거 같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스스로 질문을 해보면, 또는 주변인들에게 해보면서 대화를 시작하면, 그 자체가 철학이 되는 것이다. 비록 책의 목적이 청소년들을 생각하게 할 요량으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자 원하는 이라면 누구라도 이 책의 질문을 읽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가졌던 의문이, 질문에 대한 뚜렷한 답을 본문에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는 거다. 깊고 넓게 고민을 해보도록 관련 질문을 더 하거나 사회 현상이나 역사, 철학자, 심리학자 등등을 가볍게 소개하고 있다. 아마도 저자의 의도가 철학을 하기 위하여 질문을 던지면 그에 대해 우리가 우리 모두의 내면에서 진실을 길어 올리기를 원하기에, 이런 형식을 취한 거 같다.

뭔가 여운도 많고, 더 알아야 할 거 같은데 책의 내용이 끝난다. 아마도 학교나 학원의 일방적인 강의 형태에 익숙한 한국 청소년들은 책이 질문을 해놓고선 덜 해결해 준 듯한 느낌마저 들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이 질문이 나만 하던 고민은 아니었다는 묘한 동질감과 함께 이 고민을 스스로 더 풀어나가 보자는 의욕이 생기게도 한다.



그래서 부담 없이 책을 들었다가 어느덧 깊은 사색의 길로 산책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 같다. 나를 돌보고, 나를 지킬 수 있는, 진정한 나를 가꾸는 내 안의 사유의 힘을 발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철학을 위한 입문서로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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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말을 걸 때 - 아트 스토리텔러와 함께하는 예술 인문학 산책
이수정 지음 / 리스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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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필자는 나이대별로 그림을 감상하는 방식이 달랐던 거 같다.

10대에는 유명화가의 그림을 감상하며 잘 모르지만, 외워야 할 대상인 양 부담을 가져가며 억지로 눈으로 찍듯 머리에 담았다면, 20대에는 객기 어린 마음에서인지 공부할 생각은커녕 느낌대로, 끌리는 대로 마구마구 마음에 담아두었다.

그렇다면 40대 후반인 지금은 어떠한가?

전시회에 가기에 앞서 기본 배경지식은 따로 검색하여 사전 공부도 하고, 관련 유튜브 영상도 찾아보는 편이다. 그리고 전시회에서 한 번씩 훑듯이 그림을 감상한 뒤 마음에 들었던 그림에 머물러있는 방식을 택하는 거 같다. , 머리와 가슴을 온전히 가동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마음을 울리는 그림도 꽤 많아지는 거 같다. 아마도 그림에 대한 배경을 알고 느끼기에 그러하지 않을까?

 

요즘은 예전보다 그림을 이해하기에 좋은 시기인 거 같다.

관련 정보도 다양해졌고, 예술 관련 종사자도 그 영역이 넓어지고, 그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중들의 미술에 관한 관심이 커져서인지 훌륭한 전시회가 자주 열리는 거 같아 내심 기쁘다.

 

이런 즐거운 예술 여행에 꼭 챙겨가고 싶은 책이 있어 소개한다.

아트 스토리텔러인 이수정 씨의 그림이 말을 걸 때라는 책인데, 서평을 쓰기 위해 배송받은 날에 읽기 시작해 이틀 만에 읽어버릴 정도로 매력적이다.

 

저자 이수정 씨는 홍익대 미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미술 전공자이자 경영을 따로 전공하여 기업의 강연가로 25년간 활동한 다소 어울리지 않은(?) 이력을 지닌 이다.

하지만 그간 강연 내용이 아름다움을 읽는 힘이었던 걸 보면, 예술과 동반한 삶을 직접 살아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처럼 그녀가 표방하는 바도 예술에 대한 단순한 감상을 넘어, 예술을 통한 자신과 삶의 통찰로 이끄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책은 그림 속에서 나를 찾고(1, 그림 속에 내가 있었다), 삶을 견디며 그림을 그려낸 예술가를 바라보게 하고(2, 예술가의 상처와 삶을 견디는 그림들), 언어만큼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그림을 듣게 하고(3, 그림, 또 하나의 언어), 그림을 너머 그림 밖을 이해하도록(4. 그림 너머의 모든 것) 구성되었다.

 

각 장마다 주제에 아우르는 저자의 이야기가 나오고, 작품마다 얽혀있는 이야기와 그림이 그려진 시기나 작가에 대한 정보를 담아냈다.

제일 처음 소개하는 작품이 고야의 것이라 더욱 끌렸다. 고야의 작품을 무척 흠모하는 필자는 그의 작품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도 다녀온 적도 있을 정도이다. 특히 저자가 풀어낸 고야의 작품 산 이시도로 축제의 순례축제 날의 산 이시도로 초원의 비교가 인상적이다.




젊은 시절 고야의 그림과 세월이 흐르고, 두 번의 전쟁을 목격한 뒤 그려낸 동일한 대상의 작품은 어찌 그리 달라졌는지. 말 그대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라는 게 확 와닿았고, 이전 내 생각과 모든 판단에 대한 의심이 들면서 사람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여기에서 필자는 희망을 발견하기도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나! 그렇다면 어제와 다른, 일 년 전과 다른, 10년 전과는 다른 더 성숙해진, 깊어지는 나를 기대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자못 달라질 나의 미래에 대해 희망을 품어본다.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될까? 지금보다는 더욱 현명해질 필자를 기대해 본다!

 

이와 비슷하게 또 울림을 주는 작품과 명문장이 있어 여기에 담아본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두 점이 그것인데, 첫 번째 작품인 피에타는 그의 젊은 시절에 조각되어 완벽한 조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89세의 죽기 직전까지 다듬던 피에타는 그야말로 미완이다. 하지만 그 미완의 작품에서도 저자는 삶의 무게와 고독, 그리고 깊은 성찰이 담겨있다고 본다



마치 우리에게 우리만의 방식으로 상상해 보라는 기회를 주려는 거 같다고도 말한다. 그리고 미켈란젤로의 천장화와 최후의 심판을 마주했던 날의 그 감상을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하다가 뒤늦게 저자의 마음을 대변한 듯한 글귀를 찾았다고 고백하였는데, 그것을 옮겨본다.


수십 년간 매일 매일의 시간 흔적이 세월의 흐름을 따라 점점 희미해지고 급기야 언젠가는 사라질 것을 짐작하는 일은 강한 울림을 준다. 영원하지 않은 인간이 영원한 시간 속에서 되풀이해 묵묵히 쌓은 흔적은 왜 하나같이 뭉클한가.’(출처: 김은경<습관의 말들>, 도서 출판 유유) - 133

 

그리고 2장 예술가의 상처와 삶을 견디는 그림들 파트에서는 가슴 아픈 로세티의 연인 베아트릭스의 이야기와 낮은 계급과 여성이라는 벽을 당당히 부수고 앞으로 나아간 멋진 여성 화가 수잔 발라동의 자화상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프리다와 디에고와의 사랑은 가슴 아팠다. 여기서 어쩔 수 없이 그와의 질긴 인연을 받아들이는 그녀의 말을 옮겨 적어본다.


디에고는 하나의 우주였다, 우주가 아무리 나를 아프게 해도, 우주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 - 167

 

프리다 칼로의 작품 <우주, 대지, 디에고, , 세뇨르 솔로틀의 사랑의 포옹>을 보면서 저 말의 뜻을 곱씹어 본다. 정녕 그들 사이는 불가분의 관계였나 보다.



 

3장에서는 낯선 이름을 만나게 되지만, 곧 그의 작품은 인쇄물만 보고도 눈물을 흘리게 할 정도로 가슴에 스며들었다. 바로 월터 랭글리.

특히 그의 <고아>라는 작품은 가슴 아프지만 연대의 힘을 느끼게 하는 묘한 희망을 주는 작품이다. 아이의 상실을 넘어 앞으로 서로 보듬으며 살아갈 이야기가 전해져 깊은 감동을 느낀다. 아이는 잘 자랐겠지?

 

이처럼 그림이 말을 걸어올 때, 내 삶은 더욱 아름답고 풍요로워진다. 그 감동을 미술관에 가지 않고도 이 작은 책 하나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어 정말 멋진 경험을 선사해 준 저자에게 감사하다. 전시회에 가기 전, 여행을 준비하기 전, 무엇보다 그림 너머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가 궁금해질 때 읽으면 더없이 좋은 책이다. 모든 이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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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 - 나민애의 인생 시 필사 노트
나민애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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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사석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외우고 있던 시구를 읊으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직장 상사부터 자신의 상태를 대변하는 시를 프로필에 올리는 친구, 짤막한 카드 메모에 좋아하는 시를 담아 정성스레 건네준 어릴 때 학창 시절 친구들까지.

무릇 시와 얽혀 있는 기억은 어찌 다 다정하고, 사랑스럽고, 수줍으며, 따뜻하다가도 쓸쓸한지.

이렇듯 시란 마치 누군가가 어딘가에 숨어있던, 내가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내 마음 한 조각을 잘 닦아서 보여주는 양 감동을 주고, 추억을 남긴다.

평소 필자의 모국어 사랑을 키워준 나민애 교수님이 이번에는 인생 시를 골라 오셨다.

신문에서 10년째 시평을 연재하면서 소개한 시와 시평 중에서 골라, 77편과 시평을 담은 책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가 탄생했다.



시는 총 77편을 담았는데, 다섯 파트로 내포하는 주제로 시를 분류해 실었다.

책에서 소개하는 시를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지금 내게 필요한 느낌이 드는 파트부터 읽어도 좋을 거 같다.


마침, 필자는 근교로 우중 여행을 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2 파트 작은 위로가 필요한 날 부분부터 읽었다. 업무에 조금 지친 탓인지 여행 내내 침대와 한 몸이었던 상황인데 여러 편의 시가 이런 지친 마음에 착 담긴다.



<나란히>라는 육종호의 시를 직접 따라 쓰며, 필자와 나란히 나란히 걷고 있는 주변 인물들을 떠올리며 가슴 따뜻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시도 좋지만, 이 책은 시평도 가슴에 여러 번 와닿는다.

시는 마음의 조각이다낯 모르는 누군가가내가 모르는 때에내가 모르는 장소에서 날려 보낸 한 조각이 바로 시다그러니 익숙할 리가 없다타인의 마음 한 조각은 내 것이 아니니까 익숙하지 않아야 맞다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사실 때문에 시를 읽게 되고 시를 좋아하게 된다.

결코 내 것이 아닌 남의 마음인데그건 절대 익숙한 것이 아니어야 하는데읽는 순간 그 조각에 내 마음이 박힌다. ‘여기 내 마음이 나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네.’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외로운 지구는 외롭지 않다내 마음을 알아주는 단 하나의 마음만 있어도 우리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저녁의 허기와 저녁의 안식이 나란하게 놓여 있는 하루의 끝지쳤으나 겸허하게 마주 잡은 손허기가 안식을 돕고안식이 허기를 돌보는 다행스러움이 이 소박한 시를 꽉 채우고 있다이것이야말로 보통의그러나 가장 감사한 우리의 모습이다.

특히 나란해서 서로 돕는다는 말이 오래 남는다아픈 사람은 타인의 아픔을 알아보고상처받은 사람은 타인의 상처를 알아볼 수 있다우리는 대단치 않은 보통의 사람들이지만나란히 나란히 나아갈 수 있다나란히 옆 사람 손을 잡아줄 수 있다참 다행이다.

 112~113쪽


이 여행을 할 때쯤 필자가 조금 지쳐있었다는 걸 정끝별 시인의 밀물을 읽으며 깨닫는다.


이런 시들이 위로가 되고, 마음에 더욱 와닿는 게 나민애 씨가 표현한 시에서 내 마음 한 조각을 발견했기에 그러한 듯하다.


얼마 전 수술을 마친 친정어머니를 떠올리면서는 이승희 시인의 <호박>과 정호승 시인의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가 또 울린다.



이처럼 시가 와 닿는 그 순간이 있어 인생이 좀 더 아름답고, 풍부해짐을 느낀다. 이런 순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시를 가까이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늘어난다. 시가 참 좋아진다!

이 책을 시를 좋아하는 이는 물론, 시를 전혀 모르는 무딘 이에게도 추천한다!

이 책 어디쯤 머물러 나의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 꼭 올 것이라는 걸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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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첫 문장 - 역사로 익히는 과학 문해력 수업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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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태동과 최근까지의 책을 한꺼번에 쭉 읽어보면 어떨까?

물론 문과 전공인 필자에겐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전공자 또한 힘들지 않을까?

과학이라는 학문이 처음보다는 가장 나중의, 관찰과 실험으로 입증된 최신 이론을 더 중시하니 아무래도 처음의 저서부터 읽기는 쉽지 않을거라는 필자의 짧은 생각이다.

그런데 이렇게 과학책을 연대별로 줄세워 36권을 정리한 책이 나왔다.

우리 집 책장에도 전권이 꽂혀있는 The Story of the World의 저자로 유명한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과학의 첫 문장이 바로 그것이다.

부제는 역사로 익히는 과학 문해력 수업이다.

 

이야기는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빅뱅까지의 과학사와 36권의 위대한 과학 저술에 대해 말한다.

여기서 소개하는 책들은 과학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일으켰던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었고, 연대순, 영역별로 엮었다.

1부는 과학의 기원을 다루고, 2부는 오늘날의 과학적 방법론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3~5부는 지구 과학, 생명 과학, 우주 과학의 세 영역에서 주요 저술을 소개한다.

 

책을 읽으면서도, 읽고 나서도 책소개임에도 불구하고 조금 어려웠다. 하지만 계속 읽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소재와 문장들이 나와서 순서를 뛰어넘지 못하고 계속 조금씩이라도 읽어보게 만들었다.

 

과학의 역사를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보니, 고대나 중세의 과학자들은 새로운 발견보다는 종교나 통념, 기존 과학자들과의 갈등이 발목을 잡히는 게 일상이었던 거 같다. 그 유명한 천동설을 담은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1400년 동안 모든 천문학을 지배하고, 사람들의 사고를 규정하는 천문학의 성경이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데이터가 쌓여가면서, 자연이 비밀을 털어놓도록 고문하는 도구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베일은 점점 벗겨지고 진전을 이룬다.


이처럼 과학의 첫 문장은 세상을 바꾼 뛰어난 과학 원전을 소개하며 과학의 역사를 들려주는 책이다. 하지만 인문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책은 이색적이기도 하다. 고대로부터 이어진 과학의 역사를 읽으면서 서로 얽혀있는 그 시대의 사고방식, 종교, 철학 등을 엿볼 수 있어서 과학의 발전에 대해 좀더 복합적이고 다양한 시선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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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럭이는 세계사 - 인간이 깃발 아래 모이는 이유
드미트로 두빌레트 지음, 한지원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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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에 담긴 의미가 이렇게 깊고 다채로울 줄 몰랐다.

<펄럭이는 세계사>라는 책을 읽고 나서였다. 우크라이나 출신 드미트로 두빌레트 전 내각 장관이 쓴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보는 국기와 깃발을 통해 전 세계 역사를 쉽게 풀어낸다.

사실 깃발은 그저 국가를 상징하는 색과 무늬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 나니 깃발 하나하나가 역사의 축소판이란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책에는 200개가 넘는 국기와 깃발의 기원, 변화 과정이 자세히 나와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삼색기는 혁명 정신을 담고 있고, 영국의 유니언잭은 대영제국의 확장 역사를 말해준다. 또 공산권에서 자주 등장하는 붉은 오각별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거대한 이념의 상징이다.

더 놀라운 건, 국기가 단지 국가의 상징을 넘어 독립투쟁과 저항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비키니 환초의 깃발처럼, 핵실험 피해를 상징하는 검은 별과 ‘모든 것은 신의 손에 달렸다’는 문구가 담긴 깃발은, 그곳 원주민의 고통과 투쟁을 이야기한다. 캐나다의 단풍잎 국기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특히 한국 태극기는 평화와 음양의 조화를 담은 디자인으로 유명하지만, 여기에는 불의에 맞서 싸운 국민들의 의지가 숨어 있다. 심지어 일제강점기 때 일장기 위에 태극 문양을 덧칠한 깃발 이야기는 읽는 내내 가슴이 뭉클했다.


책 저자의 이력 역시 독특하다. 기자, 은행가, IT 기업가를 거쳐 우크라이나 내각 장관까지 역임했다니, 국기에 빠지게 된 배경이 더 궁금해졌다. 어릴 적 축구 경기 중계에서 국기에 매료된 그는 SNS에서 국기 이야기를 나누며 큰 관심을 모았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국기와 깃발들이 새롭게 보였다. 그저 색과 문양이 아니라 한 나라의 역사, 문화, 투쟁과 희망이 담긴 살아있는 이야기임을 알게 된 것이다.

‘역사는 멀리 있지 않다’고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국기와 깃발을 통해 역사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눈을 얻게 되었다. 평소 역사에 거리감을 느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깃발에 담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세계사도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워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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