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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럭이는 세계사 - 인간이 깃발 아래 모이는 이유
드미트로 두빌레트 지음, 한지원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평점 :

깃발에 담긴 의미가 이렇게 깊고 다채로울 줄 몰랐다.
<펄럭이는 세계사>라는 책을 읽고 나서였다. 우크라이나 출신 드미트로 두빌레트 전 내각 장관이 쓴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보는 국기와 깃발을 통해 전 세계 역사를 쉽게 풀어낸다.
사실 깃발은 그저 국가를 상징하는 색과 무늬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 나니 깃발 하나하나가 역사의 축소판이란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책에는 200개가 넘는 국기와 깃발의 기원, 변화 과정이 자세히 나와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삼색기는 혁명 정신을 담고 있고, 영국의 유니언잭은 대영제국의 확장 역사를 말해준다. 또 공산권에서 자주 등장하는 붉은 오각별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거대한 이념의 상징이다.
더 놀라운 건, 국기가 단지 국가의 상징을 넘어 독립투쟁과 저항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비키니 환초의 깃발처럼, 핵실험 피해를 상징하는 검은 별과 ‘모든 것은 신의 손에 달렸다’는 문구가 담긴 깃발은, 그곳 원주민의 고통과 투쟁을 이야기한다. 캐나다의 단풍잎 국기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특히 한국 태극기는 평화와 음양의 조화를 담은 디자인으로 유명하지만, 여기에는 불의에 맞서 싸운 국민들의 의지가 숨어 있다. 심지어 일제강점기 때 일장기 위에 태극 문양을 덧칠한 깃발 이야기는 읽는 내내 가슴이 뭉클했다.
책 저자의 이력 역시 독특하다. 기자, 은행가, IT 기업가를 거쳐 우크라이나 내각 장관까지 역임했다니, 국기에 빠지게 된 배경이 더 궁금해졌다. 어릴 적 축구 경기 중계에서 국기에 매료된 그는 SNS에서 국기 이야기를 나누며 큰 관심을 모았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국기와 깃발들이 새롭게 보였다. 그저 색과 문양이 아니라 한 나라의 역사, 문화, 투쟁과 희망이 담긴 살아있는 이야기임을 알게 된 것이다.
‘역사는 멀리 있지 않다’고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국기와 깃발을 통해 역사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눈을 얻게 되었다. 평소 역사에 거리감을 느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깃발에 담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세계사도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워질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