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메시지가 왔습니다
조피 크라머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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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모든 생명들이 꿈틀대다 못해 에너지가 넘쳐 환희에 몸부림치는 봄.

봄에 어울리는 생명력 넘치는 알콩달콩 로맨스가 보고 싶었다.

독일에서 날아온 로맨스 소설이라 해서 골랐던 책! <메시지가 왔습니다.>

표지는 건조한 메시지들의 나열처럼 재미없게도 디자인되었다. 얼핏 봐서는 가슴 떨리는 사랑 이야기라기 보다 메시지를 예의 바르게 잘 보내는 법이 쓰였을 법한 표지다.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선입견을 가지고 펼쳐본 소설.



 

프롤로그 시작 지점에서 사랑하는 벤이 1월 어느 날 추락사했다는 주인공 클라라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클라라는 사고사인지 자살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연인이 죽은 이후 내버려진 기분, 혼자 남겨진 기분, 압도당할 만큼 거대한 그림자 형상의 온갖 상념들에 쫓겨 밤이 되면 더욱 심해지는 우울감으로 일상에 내던져진 채로 지낸다.

하지만 출근은 해야 하는 현실. 오히려 일상적인 루틴이 그녀를 연인의 장례식 이후 평온한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오도록 해줄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 혼자 살아가야 하는 인생에 적응하면서도, 밤이 되면 예전 벤에게 하루에 있었던 이야기를 털어놓 듯 그의 전화번호로 문자를 보내본다. 이렇게 보낸 수신인이 없어야 하는 문자는 엉뚱한 이에게 전송된다.

스벤 레만. 유명 잡지사의 경제부 기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 사랑하던 연인 피오나의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한 비참한 상황이다.

처음에는 다른 이의 감성 어린 문자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잘못 온 줄 알고 무시하고 지나간다.

 

벤의 죽음 이후로 클라라는 현실 속에 적응하려는 자신과 벤의 죽음에 얽힌 생각에 잠기지 않으면 느껴지는 양식의 가책 사이를 오가면 지낸다. 또한 그녀가 머무는 공간과 도시 곳곳에서는 불쑥불쑥 그와 함께했던 추억이 따뜻하게 때로는 고통스럽게 얼굴을 내민다. 아마도 벤과 함께 했던 시간과 공간에서 공유했던 그 행복했던 그 모든 순간들이 그녀의 일방적인 느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도 한몫하는 것이리라.

 

"벤은 클라라가 스스로를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여자라고 느끼며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걸 가장 잘 하는 남자였다. 클라라를 칭찬할 때도 늘 호들갑을 떨며 흥분했다. ... 그런 벤이 어떻게 클라라의 곁을 떠날 수 있었을까? 그토록 클라라를 사랑했는데? 클라라는 내면의 절망감이 점점 고조되는 것을 느꼈다. ...

이보다 더 처참한 일이 또 있을까? 연인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던 한 젊은이의 인생이 비극적인 사고 한 번으로 망가져버린 사건보다 더 처참한 일이?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상을 나누던 단 한 명의 연인에 대해 사실상 거의 아는 게 없었다는 느낌보다 비참한 기분이? 벤은 얼마나 오랜 시간 불안감을 겪었던 걸까?- 34쪽"

 

하지만 이런 그녀의 불안한 심정은 어느 누구에게서도 위로받지 못한다. 가족을 비롯한 친구, 직장 동료 등 주변인들은 그녀를 도우려 하지만 이들에게 짐을 지우기에는 그녀는 너무나 죄책감을 많이 느끼는 타입이다. 외로움과 슬픔, 공허함이 밀려오는 순간마다 하늘에 있는 벤에게 혹시라도 올지 모를 신호를 기다리며 문자를 보낸다. 이젠 매일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식처럼 자리 잡은 벤을 향한 문자.

 

"계속 자기 생각만 하고 있어. 잘 지내는지 신호라도 보내줘. 대신 날 너무 놀라게 하지는 말고! 영원히 사랑해. 당신의 사샤가. -40쪽"

 

스벤은 또 어떤가? 연인은 떠났고, 직장에서도 예전 명성만큼의 기사를 쓰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던 중 누군가로부터 잘못 온 문자를 직장동료 힐케와 농담처럼 주고받으며 웃음의 소재로 가볍게 삼고 넘어가고자 하지만 어느새 이 문자를 기다리게 된다.

누구보다 사랑을 믿지 않는 냉소적인 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수상한 발신인의 문자를 모아 다시 읽고, 또 읽으며 미소까지 짓게 된다. 마치 첫사랑을 시작하는 십 대 소년의 두근거림이 느껴지기도 한다.

 

"의도치 않았지만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핑크 플로이드의 그 음반은 스벤이 이미 오래전부터 모은 컬렉션 중 하나였다... LP 판을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 과연 그 기계가 아직도 작동할까 기대하며 바늘을 앨범의 세 번째 곡인 '타임'에 올렸다. 잠시 후 깜짝 놀랄 만큼 좋은 음질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스벤은 음량을 조금 높이고 병에 남은 와인을 전부 잔에 따른 다음 쭉 들이켰다. 그런 다음 옥상 테라스로 연결된 문을 열고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셨다. 맞은편에 줄지어 늘어선 집 중에는 불빛이 켜진 곳이 드물었다. 그래서인지 달빛이 평소와 달리 높고 밝게 빛나 보였다. 인생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군, 하고 스벤은 문득 생각했다.-57쪽"

 

이렇게 코끝을 간질이는 차가운 밤공기처럼 스며든 스벤의 클라라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될까?

참고로 책의 절반을 넘어서까지 둘은 만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는 가득 차고, 때로는 가슴 설레기도 했다. 아마도 이미 불행에서 시작한 이야기라서 그런가?사랑하던 연인의 죽음과 그나마 자신의 인생에서 존재감을 확인하던, 어쩌면 자신의 전부라 여기던 직장에서의 실직을 겪은 뒤 이미 바닥까지 내려앉은 클라라가 점점 자신을 찾아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모습에서 희망에서 발견할 수 있어서? 진정한 사랑을 이제야 하게 되어서?

중년이 되어 오랜만에 읽게 된 로맨스 소설은, 간질거리는 사랑의 시작 단계보다 주변인의 따뜻한 시선(열정 친구 카트야의 든든한 조력, 걱정 어린 어머니와 조부모님들...)과 연인의 죽음 이후의 클라라의 심경 변화와 섬세하게 때로는 클라라와 함께 위안까지 느끼게 하는 작가의 필력에 더욱 집중하며 읽게 하였다.

무엇보다 소설 곳곳에 나오는 핑크 플로이드의 곡명을 검색하며 소설을 읽는 내내 함께 듣는 소소한 즐거움도 느끼게 해주어 정신없던 2023년의 봄을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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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을 꿈꿔라 8 - 2022 노벨 과학상 수상자와 연구 업적 파헤치기 노벨상을 꿈꿔라 8
이충환.이종림.한세희 지음 / 동아엠앤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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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을 꿈꿔라 시리즈는 매년 노벨상 중에서 과학상 수상자의 연구업적에 대해 소개하는 책이다. <노벨상을 꿈꿔라8>은 2022년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의 연구업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노벨상은 총 6가지 분야가 있는데, 노벨과학상은 노벨물리학상, 노벨화학상, 노벨생리의학상 3가지이고 그 외에 노벨문학상, 노벨평화상, 노벨경제학상이다.


2022년 노벨물리학상은 알랭 아스페, 존 클라우저, 안톤 차일링거 3명이 공동 수상하였고, 양자 얽힘 현상을 실험적으로 규명해서 양자기술의 활용기반을 마련했다고 한다.

노벨화학상은 캐럴린 버토지, 모르텐 멜달, 배리 샤플리스 3명이 공동 수상하였는데 이중 캐럴린 버토지는 여성이다! 화학물질을 쉽게 생성하는 클릭 화학으로 수상하였다.

노벨생리의학상은 스반테 페보가 수상하였고, 고유전학으로 인류의 진화를 규명하였다고 한다.

책은 2022 노벨상, 2022 노벨 물리학상, 2022 노벨 화학상, 2022 노벨 생리의학상으로 나눠 각 영역에서 수상한 수상자의 간략한 소개와 몸풀기 사전 지식 깨치기, 수상자들의 업적을 담았다. 그리고 각 장마다 확인 문제까지 넣어서 확실하게 2022 노벨과학상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해놓았다.



또한 책에는 재미를 위한 노벨상인 이그노벨상도 간략히 적혀 있다.

재미로 읽기에 좋은데 그 내용이 다소 엽기적이다. 2022년 이그노벨상 수상 내용은 물리학상으로는 오리 떼가 줄지어 헤엄치는 이유, 의학상으로는 항암 부작용에 아이스크림이 도움이 되는지, 생물학생으로는 항문 없는 전갈이 짝짓기를 할 수 있는지, 응용심장학상으로는 소개팅에서 만난 상대에게 얼마만큼 매력을 느끼는지이다.

물리학상을 받은 내용은 양자 얽힘에 대한 내용이라 물리학 문외한인 나에게는 어렵게 다가왔다. 아마 물리학에 관심이 있는 어린이 친구들은 재미나게 읽을 듯하다. 중간중간 그림이나 사진으로 이해를 돕고 있어서 초보자들도 각 잡고 읽으면 이해가 될 것 같다.^^;;

2022노벨 화학상의 클릭 화학은 그 이름처럼 분자 조립을 버클이 클릭되는 것처럼 간단하게 하여 다양한 분야에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인데, 수상자들의 클릭 화학에 대한 업적을 읽다 보니 이들 연구가 새로운 재료의 생성부터 대중화, 암 연구, 신약이나 치료제 개발, 각종 진단 검사 등등 다양한 응용분야로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상자들의 부단한 연구성과가 우리 주변까지 미친 영향력을 새삼 감탄하며 읽게 된다.

2022 노벨 생리의학상은 오래전에 멸종한 인간의 조상인 호미닌의 유전체를 분석해 인류의 진화과정을 밝혀낸 인류학자 스반테 페보가 단독 수상했다. 스반테 페보의 아버지 또한 1982년 노벨 생리학상을 받은 수상자라 하니 역시 부전자전, 부러운 일이다. 스테반 페보가 고유전학을 연구하기까지의 과정도 나오는데, 그의 이력이 흥미롭다. 13살 이집트 여행에서 이집트에 매료되어 그때부터 이집트 마니아가 된 그는 훗날 의학 공부를 하다가 2400년 전의 이집트 미라의 DNA 연구까지 하게 되었다. 이 연구가 계기가 되어 멸종된 생물에서 DNA를 추출해 유전정보를 복원하는 연구로 진로를 정하게 된다.


읽다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PCR 기법도 나오는데, 이 기법 개발자도 1992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책을 통해 나의 일상에까지 뻗어있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업적에 대해 만나게 되고, 이들이 세운 이론으로 인해 더 나아진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어 수상자들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과학을 사랑하고 관심있는 청소년과 어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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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이해하는 여자의 인간관계와 감정
이시하라 가즈코 지음, 김하경 옮김 / 메이트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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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 들고 넘겨본 첫 느낌은,

'음... 뭔가 일본스럽네. 이게 뭐지?'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의외의 구성이었다.

마치 여자 심리에 대해 쫙 진열해놓았지만, 무겁지는 않은, 필요한 건 다 있는 여성 심리학계의 '편의점'같은 느낌이었다.



초반의 의구심을 뒤로하고 슬슬 읽다 보면,

키워드로 정리된 내용에서는 자연스레 나를 비롯한 주변인, 우리 엄마, 자매 등이 떠올려진다.

'맞아... 나도 이런 적 있었는데... 아무개는 왜 그런지 알겠다... 아... 내가 이래서 이런 마음이 드는구나.'

짧아도 키워드별 내용을 읽다 보면 평소 여자들과의 관계에서의 나의 성향이나 불편한 부분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다 읽고 나니 책을 통해 평소엔 몰라서 감지하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주고, 나를 좀 더 객관화하여 정리하는 출발점을 삼을 수 있었다. 내가 불편하게 여기거나 언짢은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다양한 키워드와 키워드마다의 적당한 양의 글과 예시, 해결책이 제시된 참 괜찮은 책이다.^^

 

저자 이시하라 가즈코는 독특한 명칭인 '자기중심 심리학'을 제창하는 심리 카운슬러로 현재 심리 상담 연구소 '올 이즈 원(All is One)'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 책은 인간관계의 심리학으로 특히 여자의 인간관계와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3장으로 구성되어 1장에서는 여자의 인간관계와 감정을 심리학으로 이해하기, 2장에서는 여자의 인간관계와 감정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 3장에서는 여자의 인간관계 고민, 이럴 땐 이렇게 해결하기 등이 나온다.




 

1장은 먼저 심리학에서 바라본 여성 사이에서 일어나는 인간관계의 특징과 감정의 변화, 커뮤니케이션 방법 등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2장이 하이라이트인데 핵심 키워드 176종류의 단어를 통해 자신과 상대방을 이해하고, 이벤트 등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과 대처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뭐든 소분하고, 잘 포장해서 편리하게 가공을 잘하는 일본인의 특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어떻게 이렇게 키워드로 인간관계와 여성의 감정을 정리할 생각을 했을까?

이런 발상이 다소 우습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읽다 보면 어느새 이렇게 깔끔한 구성이 한눈에 들어오고, 내 마음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도움이 된다.

키워드를 통해 평소 좀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그럼에도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하는, 심지어 매우 친한 여자 선배에 대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가 유치원에서 친하게 되어 서로 가족까지 알게 되었지만, 그 아이와 부모의 성향이 나와 맞지 않아 덩달아 아이의 친분까지 끊어진 인연에 대해서도 다시 떠올려졌다.

최근에 오랜 친구에게 서운함을 느꼈지만 오히려 더 편하게 말하기 어려워하는 나의 심리 상태에 대해서도 진단해 보았다. 물론 아직 진행 중인 진단과 정리이다^^;

무엇보다 내가 여러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경향이 있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심리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 좋았다. 아... 여자들의 마음이란 정말 복잡다단한 게 맞는 거 같다. 176개의 키워드가 필요할 정도이니... 문득 남자들은 몇 개의 단어로 예시를 들지 궁금해졌다.^^;




 

3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여성의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다룬다. 엄마와 딸 외에도 친구, 상사와 부하직원, 아이의 친구 엄마와의 관계, 심지어는 자꾸 시비 거는 여성, 짝 있는 남자에게 집적되는 여성 등 독특한 여성들에 대한 상황별 해결책이 제시된다.

가볍게 일독하다보면 어느새 자신의 복잡한 감정의 실타래의 시작과 꼬임을 풀 수 있는 깔끔한, 그러면서 여성에게 특화된 심리한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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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숨에 긍정 날숨에 용기
지나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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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영 씨는 유튜브로 처음 접했던 거 같다. 육아 관련 영상이었던 거 같은데,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의 교수로 알려져서 이 부분만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가 이번에 청소년을 위한 책을 썼다고 하여 궁금해하던 차였다. 주로 아동기의 강의만 접했었는데, 청소년 대상의 심리 서적이라 더욱 읽어보고 싶었다.

 


책을 처음 받아 들고는 바로 읽지 않고 표지와 목차들만 쭉 훑어보고 시간이 흘렀다.

프롤로그로 시작한 나는 재미난 소설책을 만난 듯 하루 종일 틈틈이 읽어나가게 되었다.

소설도 아닌 심리학 에세이를 이렇게 쭉 읽게 만드는 힘이 무엇일까?

서평을 쓰면서 중간중간 내가 줄을 쳐놓은 부분을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동병상련 그리고 진심 어린 응원!

 

지나영 박사는 우리가 흔히 아는 엄친딸 범생이 스타일은 아니었던 거 같다.

집안 내력인지 아버지부터 물려받은 ADHD를 앓는 에너지 많은 여학생이었고, 한국에서는 순탄치 않았던 정신과 의사 되기와 미국으로의 유학, 그리고 다시 영어로 의과 공부 다시 시작, 원하는 정신과 의사가 되었지만, 이때 찾아온 자율신경장애와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난치병.

뭐하나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던 청소년기를 보내왔던 터라 누구보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답답한 심정을 잘 알고 있는 거 같다.

 

글을 읽다 보면 자신이 겪었던, 어쩌면 부끄러울 수도 있는 여러 상황을 글 곳곳에 소개하며 청소년들이 느낄 법한 고민에 공감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임상했던 소아청소년 환자나 다른 이들의 이야기보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사례로 많이 이야기해주니 더욱 와닿고, 그 문제 해결 방법 또한 구체적이고 검증이 되어 더욱 신뢰가 간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에서 인생의 절반씩을 살아온 그 경험 또한 크게 도움이 된다.

한국의 사회 문화적 정서로 인한 고정관념에서 그 틀을 깰 수 있도록 이야기할 때는 생각의 전환을 도와준다. 외국의 문화적 배경을 아직 많이 접하지 못한 한국 청소년들에게는 무척 필요한 작업 같다. 그리고 문체 또한 따뜻하면서 정감있게 쓰여있어 술술 읽게 된다.

 

복잡한 심리학적 용어나 치료법보다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용어도 부담 없고 억지스럽지 않으며, 바로바로 써먹을 수 있도록 쉽게 떠올려진다.

이를테면, ANTs, 내 머릿속의 자동적인 부정 사고를 개미들이라고 일컫는 것과 4-2-4 호흡법, 김밥요법(김밥을 먹기 좋게 썰어 하나씩 먹으면 맛있게 먹듯 공부나 작업도 소화할 만큼 분량을 나눠 조금씩 해결하기), 뜨거운 감자 요법(내 안의 불편한 뜨거운 감자 같은 감정을 담담하게 표현해보는 연습법) 등등이 그것이다.

 

청소년뿐 아니라 그런 청소년을 둔 부모나 어른들도 꼭 읽어보면 좋겠다.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와닿았던 내용이 <내 생애 길잡이가 있다면>이라는 챕터에서 나온다.

여러분에게도 살아가면서 풀어야 할 문제가 있거나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길잡이가 있다면 도움이 될 거예요. <중략> 그런 빛이 되어 줄 네 가지 가치를 알려 드릴게요. 바로 정직, 성실, 배려, 기여입니다. (85)’ 이 중 기여에 대한 부분만 더 소개하자면 기여는 어렵고 거창한 말이 아니랍니다. 내가 속한 그룹에 보탬이 되는 것을 뜻해요. 수동적으로 다른 사람이 해주는 것을 받기만 하는 게 아니고요. <중략> 지금 여러분은 집에서 가족 구성원으로서 어떤 보탬이 되고 있나요? <중략>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는 기여를 중요하게 가르치진 않는 것 같아요. 특히 청소년은 부모님이나 다른 어른들로부터 다른 것은 내가 다 해줄 테니 너는 공부만 하야는 말을 더 많이 듣죠. 그런데 미국에서는 어린아이라도 거의 모두가 집에서 맡고 있는 일이 있어요. 쓰레기 버리기, 식기 세척기에 설거지거리 넣고 빼기, 식탁에 수저와 접시 놓기, 강아지 밥 주기, 빨래통에 빨래 넣기 등이 아이들이 주로 하는 집안일이랍니다. (88)’

네 가지 가치는 내가 아이를 지도할 때뿐 아니라 내 인생에서도 큰 길잡이가 되어줄 거 같다.

인생을 살면서 이 길로 갈지, 저 길로 갈지 고민하는 순간이 어찌 청소년들에게만 해당될까!

고민될 때마다 저자가 알려준 정직, 성실, 배려, 기여라는 기준에 맞는지 생각해 보라는 것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지나영 씨가 옆에서 응원해주는 느낌도 받는다.

너는 가치 있는 사람이야! 너 자체로 소중해!”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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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책 읽기 수업 - 디지털 시대에 책 읽는 아이가 되기까지 나침반 시리즈 1
신정아 지음 / 언더라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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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페인에서 한 언론사와 한 방탄소년단 RM의 인터뷰가 화제다.

K팝스타를 길러내는 혹독한 한국 시스템에 대해 비판을 담은 질문이었는데, RM은 이에 대해 이러한 한국식 방식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을 들어 이야기한다.

여기에 더해 식민지를 거느리며 몇 백 년간 부와 문화를 손쉽게 향유한 유럽인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삶의 방식일 거라고 꼬집었다.

아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이상형이 딱히 없지만, 요즘은 이렇게 딱 자신의 논리가 있는 젊은이를 보면 참 인상적이면서 어떻게 자라면 저리 클까 궁금하기도 하다.^^;;

이러한 내용의 인터뷰를 하면서 보이는 그의 생각이나 논리가 참으로 당당하고 건강하며, 통찰력이 있다 느꼈다. 아마도 그간 읽어온 책과 함께한 사유의 힘이 아닐까?

그는 평소에도 책을 많이 읽기로 소문이 나있다. 책의 내용을 가사에 많이 담아놓기도 했다. 덕분에 딱히 아이돌에 관심이 없던 나도 BTS를 알게 된 계기가 노랫말이었고, 내용이 범상치 않아 검색까지 해봤을 정도이다.



이 책의 저자는 중학교 교사이면서, 중학생 아이를 둔 엄마다.

그리고 청소년의 책 읽기에 관심이 많아 유튜버로도 활약하고 있다. 물론 그녀가 올리는 영상은 청소년 책 읽기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저자가 이토록 유독 책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는 것은 책에서 얻는 것에 대해 어릴 때부터 스스로 체득했고, 학창시절과 어른이 되어 그 힘을 발휘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렇다.

실제 저자는 어릴 때 심심해서 집에서 집어 든 삼국지를 여러 차례 주야장천 읽으며(집에 삼국지만 있었다고 한다) 자연스레 어휘력과 문해력, 거기에 높은 학습능력까지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하지 않고 서울대를 가게 되었는데, 그녀는 그 이유를 삼국지를 여러 차례 읽어 길러진 지적인 힘으로 든다.

저자는 책을 읽으면서 얻게 되는 것으로 어휘력, 문해력 등에만 국한하여 이야기하지 않는다. 수많은 학자들의 논리가 쌓여져서 만들어진 책을 읽으면서 얻게 되는 사고 능력, 학습하는 능력, 몰입하는 경험, 통찰력, 지루함을 견디는 능력, 즐거움 등등 얻는 것은 많고도 많다.

그리고 그러한 책을 가까이하기 위해 아이의 성장단계별 맞춤식 책 읽기의 방법을 안내한다. '골든타임 4단계 읽기 로드맵'이 그것이다.

초등 저학년, 중학년, 고학년과 중학생의 과정으로 나누어 책 읽기 지도에서 중시해야 할 점을 말한다.

이를테면, 저학년에는 무조건 책은 재밌고, 즐거워야 함을 강조한다. 책에 대한 첫인상을 만드는 시기이기에 긍정적인 정서를 강조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유용한 팁도 제안한다.

도서관 매점에서 맛있는 것도 먹으며 도서관과 자연스럽게 친해지기, 문구나 아이디어 소품을 함께 파는 서점 이용하기, 아이가 직접 책을 고르게 하는 경험을 하되 그 선택의 범위를 조금 줄여서 제시하기 등등이 있다.

그 외에도 유용한 독서 팁을 단계별로 제시한다. 그리고 단계별 읽을 책 리스트를 정말 몇 권만 제안하는데, 그 책들이 참 괜찮다. 아이에게 꼭 읽히고 싶고, 나도 읽고 싶을 정도다.

책의 내용 중에서

도서 목록


중간중간에 엄마와 아이의 가상 대화도 읽는 재미를 준다. 책 안의 또 다른 육아서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주는데, 책을 매개로 한 대화가 흥미롭고 구체적이라 그 상황일 때 한번 시도해 보고 싶다.

가상의 대화


책 속 코너<더 알아보기>에서는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라면 평소에 궁금했던, 책 읽기와 연관되지만 좀 더 광의의 질문을 저자도 함께 고민한 결과를 덤덤히 적어놨다. 예를 들면 책 읽기에 거부감이 있는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마트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학습 만화를 권해도 될까요?, 세계 문학을 요약본으로 읽어도 괜찮을까요? 등의 주제로 이야기한다.



이 코너에서는 저자가 오랜 시간 고민한 흔적을 볼 수 있고, 나도이에 대한 고민을 정리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도움이 많이 된다.

책장을 덮고 나면, 각종 디지털 기기와 사교육 등으로 책 읽기에서 점점 멀어지는 아이들을 끌어올 수 있는 골든타임은 아마도 바로 지금일 것이라고 느끼게 되고, 아직 늦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나부터 책을 더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만들어 준 선생님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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