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캐시 오닐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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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은 질서를 유지하는 데 아주 탁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식당이나 카페의 무개념 매너에 대한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올리면, 사람들은 그 행동에 대해 주인 대신 비난하고, 당사자는 부끄러움으로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는다.

이러한 수치심 주기와 부끄러운 감정들은 일상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어렸을 땐 버스나 식당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많았다.

버스 기사 아저씨의 담배 연기를 맡아가며 멀미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으니... 요즘은 어떠한가?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기만 해도 불편한 시선에 얼른 흡연실을 찾을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코로나 시국에는 어땠나? 마스크를 끼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밀려오는 수치심에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바로 내리기도 했다.

수치심... 부끄러움... 이는 유독 염치가 많은 나 같은 소시민이나 많이 느끼고 산다고 여겼는데 아니었다.

인간은 예로부터 수치심에 기반하여 공동체를 지켜내고, 수치심을 느낄 상황이라면 적절한 비난도 받아 가며 질서를 유지하기도 한다.

이처럼 수치심에는 순기능도 있지만, 이를 이용해 대중을 조종하거나 돈을 버는 자들도 있다.

이 책 <셰임 머신>에서는 인간의 선택권이나 해결책이 없는 영역의 수치심을 자극하여 돈을 벌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드는 '수치심(셰임) 머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 버나드 칼리지 수학과 교수를 거쳐 월스트리트에서 금융상품 관련 수학 모형을 개발했던 캐시 오닐은 플랫폼과 알고리즘을 통해 외모와 가난, 젠더, 피부색 등 여러 측면에서 수치심을 자극하고, 정치적,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수치심(셰임) 머신'이라고 정의하고 비판한다.

이러한 수치심을 이용하는 영역으로 비만, 약물중독, 빈곤, 외모 등으로 나눠 어떻게 이들 영역으로 수치심이 파고들어 대중을 조종하는지 이야기한다.


우선 비만은 자기 관리를 멋지게 할 수도 있었는데, 노력 부족과 식습관의 관리 실패로 인한 문제라는 관점에서 시작하고 있다. 이는 뷰티와 노화 등 외모에 관해서도 마차가지인 프레임을 씌워 시작한다.

이런 프레임에 빠져들면 유사과학과 SNS나 TV 등이 한몫 거들어, 비록 지금은 실패하여 비루한 몸 상태이지만 @@을 접하면 날씬한 몸매, 젊어진 외모, 심지어는 향기로운 질 냄새까지 누릴 수 있다는 환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도전, 실패, 도전, 실패는 개인의 삶에 또다시 자기 관리 실패라는 수치심과 혐오, 무기력을 선물한다. 비만이나 뷰티, 안티에이징 관련 산업들만 돈을 벌게 되는 구조다. 왜 이런 말이 있지 않나?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거라고... 다이어트를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 이 책에도 나왔듯.

어느새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다이어트나 외모 관리는 성공적인 삶의 주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내 늘어진 팔뚝살이나 헝클어지고 부스스한 머리칼, 주름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해결할 수 있는,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부끄럽게도 ㅜㅜ (수치심 100포인트 올림!)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약물 중독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심각한 약물중독도 개인의 선택에 따른 문제로 치부하려고 한다. 약물 중독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개선하거나 재활을 돕는 정부의 역할을 개인 탓으로 쉽게 돌려 대중은 그들을 쉽게 비난하고, 그들이 보기엔 의지력 부재인 그들의 갱생은 꿈도 못 꾸게 사회에서 매장해 버린다. 여기선 포용도 해결의 여지도 주지 않는다.

이 셰임 머신은 약물 중독자들의 갱생 시스템을 마련하고 재활을 도우며 사회로 구출할 책임에서 물러서려는 정부나 각종 보험회사가 조종하고 있다. 거기에 제약회사의 '중독성 없는 진통제' 판매라든지, 약물처럼 중독성 있는 담배나 술 등의 판매, 이들을 사회로부터 격리 수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을 무시 못 하는 시설이나 기관들이 포진하고 있다.

내가 많이 격분했던 것은 수치심에 기생하는 이들 재활 관련 사업체들이었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이들의 직업 훈련 시설이나 중독자에 대한 재활 시설들이 회복을 돕기보단 오히려 무너진 이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일삼는 경우였다. 하지만 거기엔 수치심으로 똘똘 뭉쳐 이들을 공격하는 대중도 한몫했을 것이다. 범죄와 중독에 노출된 그들의 순간의 선택의 잘못되었다고 믿으며 이들을 손가락질해가며 더 이상 사회에 나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입막음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어쩌다 우리는 잘못된 수치심에 기반하여 문제를 정확하게 직시할 수 없게 되었을까?

거기에도 거대한 산업 메커니즘의 의도가 숨겨져있다.

저자는 알고리즘과 각종 플랫폼 기업의 예를 든다.

끊임없이 생산되는 수치심의 원동력은, 돈이 된다 싶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그 수치심에 기름을 붓는다. 근거도 그럴싸한 유사 과학과 조작된 통계의 도움을 받아 나름 검증된 정보를 거대 기업의 플랫폼 기업의 sns가 열심히 실어 나르고 거기에 알고리즘의 편향된 정보로 안내되어 우리를 자극한다.

이들의 목적은 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아 트래픽을 늘려 광고를 얻어내고, 돈을 버는 목적뿐. 그 정보가 정확한지, 올바른지, 특정 기업에만 유리한지 전혀 판단하지 않고, 걸러낼 생각도 하지 않는다. 할 수 있음에도.

하지만 이러한 수치심은 때로 정의로운 무기로 사용될 수도 있다.

여기서는 펀치 업을 날린다고 표현하는데, 나이지리아의 독재에 대한 저항 촛불 시위, 간디의 소금 행진, 미투 운동 등 그 집단의 가치를 공유한 힘 있는 자들의 수치심을 자극하는 모욕을 주기도 한다. 순기능이다.

수치심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삶에서 영향을 끼친다. 나 또한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릴 때는 이러한 수치심의 발로가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스스로를 자책하기에 바빴다. 이제는 그 근거도 불분명한 나를 괴롭히는 수치심의 화살촉을 외부로 돌려보기로 하자. 나에게 해당되는 내용일 수도 나와는 무관하다 여길 수도 있는 각종 이슈나 통용되는 관념 등에 하나하나 해체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저자 또한 평생을 괴롭히던 자신의 비만에 대한 수치심을 직시하며, 잘못된 수치심을 해체하는 노력을 하였다.

나도 혹시 나와 상관없다 여기고 묵인하며, 이 머신의 힘에 은연중에 지지했던 것은 아닐지 고백도 해보며, 각종 수치심 머신 해체 작업에 함께 수치심 렌즈를 끼고 들여다보아야겠다. 또한 주변으로 눈을 돌릴 때, 수치심 머신에 길들여져 날카로워진 시선을 거두고, 따뜻하게 포용하며, 공감해 보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할 거 같다.

살면서 이러한 시선을 거둘 수 있도록 이 책을 여러 번 다시 읽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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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형 인공지능 천재가 되다 -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챗gpt 활용법 대화형 인공지능 천재가 되다
빅아이 인공지능 연구소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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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마음이 간사하다. 몇 년 전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구단을 바둑에서 이겼다는 내용에는 그저 무덤덤, 크게 동요되지 않다가 챗 gpt 활용 후 연신 놀라고 있는 중이다. 나에게 인공지능이란, 그저 로봇청소기나 세탁기, 음성인식 기능인 기능이 있는 프로그램이나 내비게이션 등에서만 그 존재감을 느꼈었다. 아직 약간은 먼 일 같았던 인공지능이, 이제 인간과 그럴듯한 대화까지 하고 자녀 공부에도 유용한 튜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요즘엔 이게 없이 어찌 살아가나 싶을 만큼 아들의 골치 아픈 숙제나 영어 작문 등에서 나보다 훨씬 더 나은 조언을 받고 있다. 이렇게 순식간에 나의 고민을 해결해 준 인공지능이 더없이 고맙기도 하지만 이젠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모르는 더 나은 쓸모는 없을까 고민이 되기도 했다.




<대화형 인공지능 천재가 되다-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챗 gpt 활용법>은, 이런 대화형 인공지능 컴퓨터의 일상 속 활용법에 대해 아이들과 아직 대화형 인공지능에 익숙하지 않은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고 유용하게 알려주고 있다.



우선 그 활용에 앞서 <1장 인공지능이 뭐야?>에서는 대화형 인공지능에 대해 파헤쳐 준다. '치치'라는 가상의 대화형 인공지능을 설정하여, 주인공인 초등학생이 치치와 대화창에서 묻고 답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여기서 치치는 자신도 인간처럼 공부를 하는데, 딥러닝을 기반으로 직접 공부하여, 사람들의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해줄 수 있다고 소개한다. 기존의 비슷하게 이런 기능을 수행했던 시리나 빅스비와는 또 다른 점으로 자신은 이들보다 대화를 더 잘하게끔 만들어졌다 한다. 치치는 이러한 대화형 인공지능이 등장하며 달라질 미래 세상에 대해서까지 예상해 준다.

1장의 소개 후 2~20장은 구체적으로 치치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나온다.

즐거운 하루를 보내기 위한 맞춤 가이드부터 기호가 다른 친구와의 갈등이나 가족 간에 잘잘못에 대한 상담, 영어 공부, 요리 레시피, 반려견 키우기, 복용할 약 등등 정보를 구하기, 토론 연습이나 롤플레잉 게임까지 섭렵할 수 있는 유용한 대화형 인공지능의 활용법을 담았다. 마지막은 인공지능이 진로 상담을 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어 아주 활용도가 높다.

다음은 롤플레잉 게임, 영어학습, 토론, 진로 상담에 대한 이야기로 책의 일부를 사진으로 담았다.


각 장의 끝에는 인포메이션을 두어 대화형 인공지능 활용 방법과 실제 프롬프트, 유의사항을 알려준다.

치치에게 어떻게 물어보면 더 나은 답을 얻게 되는지 여러 가지 조건이나 명령어를 알려주는 팁이 있어 읽으면서 이렇게 질문해 봐야겠다 싶은 게 꽤 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인간처럼 지식을 학습하여 새롭게 지식을 생성해 내는 인공지능의 기능에 놀라기도 하면서도 방대한 지식, 인내, 중립성까지 지닌 인공지능에 대해 두려운 생각도 든다. 무엇이 가장 두려울까? 아마도 더 이상 생각하는 기능을 상실한, 인공지능에 지배당하는 인간이 되는 건 아닌지, 그게 나뿐 아니라 나의 아이까지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생각에 두려움을 느끼는 거 같다.

실제로 챗 GPT를 개발한 오픈 AI 팀은 그 사용 시작 연령대를 만 13세 이상으로 권고하고 있다. 그리고 만 18세까지는 반드시 부모 등의 보호자 관리하에 사용하라고 권한다. 하아... 비현실적인 권고이긴 하다...

하지만 이 점을 꼭 염두에 두고 사용한다면 적절한 질문을 하기 위해서라 책도 많이 읽어 인공지능을 뛰어넘어 성장할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 두려움을 잠시 접어두려고 한다.

대화형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더 알고자 하는 친구들이나 어른들까지 모두 읽기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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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숙이의 숙제 책 읽는 어린이 연두잎 10
유순희 지음, 오승민 그림 / 해와나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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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가슴이 아리고, 눈물이 글썽이는 소설은 진짜 오랜만이었다. 그것도 어른의 소설이 아닌 아이들이 읽을 커다란 활자의 소설인데... 주인공이 울 때 마음이 저릿저릿하고, 희망찬 이야기를 할 때 함께 가슴이 벅차기도 했다.


작가의 이전 작품이 교과서에 글이 실렸다는 소개로 이 책 <명숙이의 숙제>에 관심을 가졌었다. <지우개 따먹기 법칙>과 <우주호텔>이 그것이다.

'작가의 필력이 어느 정도이기에 초등 교과서에 두 편이나 실렸을까?'하는 마음에 신청한 책이었다.


명숙이가 방바닥에 엎드려 숙제하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사실 명숙이는 숙제를 할 틈도 없이 참으로 바쁘다. 새엄마가 낳은 아기를 돌보랴, 새벽부터 장사 나간 엄마 대신 집안일하랴 하루가 어찌 흐르는지 모른다. 너무나 바쁘고, 동생은 아직 간난 아기라 나중에는 그토록 가고 싶은 학교도 거르기 일쑤다. 그렇다고 아버지나 새어머니가 학교에 가라고 닦달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당장 쌀도 나오지 않는 공부를 아버지는 못마땅해 할 뿐.

과연 명숙이는 언니처럼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으로 가게 되는지, 아니면 숙제를 다 끝내고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지 궁금해온다.


이 책은 한번 보고 덮어버릴 책은 아니다. 두고두고 보게 될 책이다. 가슴 아픈 우리들의 큰 언니 이야기가 읽는 내내 가슴을 울리고, 그 시절 아픔들을 잔잔히 그려낸 훌륭한 책이다. 잊고 살았던 그 시절을 다시 기억하게 하고, 길지 않은 책이지만 그 기억과 함께 큰 울림과 여운을 길게 주는 책이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엄마, 아빠와 아이들이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싶다.

문득 이 작가의 다른 소설들도 궁금해져 서평을 찾아보면서 책의 내용을 부분적으로 살펴보았다.

다 본 것은 아니지만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학급이나 사회에서 소외된 대상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 같다. 다행이다. 이 작가의 이런 따뜻한 글이 교과서에 실려서^^

그래서 명숙이는 학교에 갔을까? 그토록 하고 싶은 숙제는 다 해갔을까?

그 답은 이미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다. 한편으로 다행이다. 이름처럼 밝고 깊고도 맑을 명숙이의 앞날을 빌어본다!



-책 속으로-

명숙이는 큰 소리로 울었다. 자기의 울음소리인데도 너무 커서 놀랐다. 그래도 계속 울었다. 지금은 자기가 갈 수 없으니까 언니가 이 울음소리를 듣고 하늘을 나는 양탄자를 타고 날아와 줬으면 좋겠다. 눈물을 다 쏟아 내고 나니 가슴이 후련했다. 아까보다 진주도 덜 무겁고, 그릇도 덜 무거웠다. 참 이상하다. 눈물이 그리 무거운 거였나? -29쪽

"진주야, 우린 굉장한 것 같아. 자, 봐. 저 꽃들은 바람의 힘이 아니면 절대로 움직일 수가 없잖아. 우리는 다리가 있으니까 가고 싶은 데 다 갈 수 있는데. 시장도 가고, 학교도 가고...... 서커스 구경하러 가고. 근데 이 꽃들은 여기서만 살다 시들어 버리니......" -48쪽

명숙이는 자기가 대단한 보물처럼 여겨졌다. 어깨에도, 배에도, 눈동자에도 힘이 들어갔다.

'이제부터 욕은 쓰지 말아야겠어...... 내 이름답게 살려면.'

이건 명숙이가 처음으로 자신과 한 약속이었다. -67쪽

'아, 그래서 빛과 물이 만나면 반짝반짝 이는구나...... 나도 우물물처럼 반짝반짝 빛나겠네...... 난 아주 예쁜 거였잖아!' -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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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놀이 봄편 : 도깨비를 부르는 노래 도깨비 놀이 1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오토나이 지아키 그림, 김지영 옮김 / 넥서스Friends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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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이나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금기가 있다. 이를테면 다쿠가 사는 바닷가 마을에는 봄철의 대조가 지나기 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북쪽 해변에서 조개를 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나 산 근처 겐의 마을에는 산에 갈 때는 반드시 부적을 가지고 가야 한다는 것.


 

이렇게 금기는 오래된 지역이라면 으레 존재하고, 어느 신화나 옛날이야기에도 많이 등장한다. 금기는 꼭 지켜야 하는 거라 여기는 부류도 있지만 깨트려보려는 부류도 늘 있다. 마치 금기는 어기라고 있는 것이라는 듯.

금기를 깨면 그 대가는 혹독하다. 굳이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금기에도 돌아보아 소금 기둥이 된 성경의 이야기나 제우스의 금기를 깨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며 벌을 받고 있는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를 들지 않아도, 어린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금기를 어긴 대가를 치르도록 날마다 종용하거나 종용당하기 마련이다.

두려움에 사로잡히도록 하는 그 금기는 만일 지키지 않을 경우 어찌 될지 궁금증을 유발하도록 앞, 뒤 없이 단순한 명령이다.

이 책 도깨비 놀이는 이런 여러 금기를 깨트린 아이들이 도깨비를 만나 사서 고생하다가 도깨비에 잡히거나 천신만고 끝에 돌아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금기는 어디에나 비슷하지만 도깨비는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 아주 재미나다. 자신의 숲에서 꽃을 꺾으면 반드시 그 아이를 찾아내 데리고 가는 도깨비, 술래잡기를 하다가도 더 재미난 축제에 이내 마음을 빼앗기는 산만한 도깨비, 때로는 언제쯤 지어졌는지 모를 오래된 거대한 집으로 변신한 도깨비...

 

해학적이고, 빈틈도 많고, 장난기 많은 마음 넉넉한 우리나라의 만만한 도깨비에 익숙해 있다가는 이 책의 도깨비를 보고 깜짝 놀랄 수 있으니 어느 정도 공포물을 읽어 매운맛에 익숙한 초등 중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다만 읽기 전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마음 여린 어린이들은 자기 전엔 되도록 읽지 말고, 특히 136쪽은 혼자 있을 때 펼쳐보지 말 것!



 

이번 도깨비 놀이- 도깨비를 부르는 노래는 봄편으로 앞으로 계절별로 더 나올 시리즈이다. 앞으로 여름과 가을, 겨울에는 어떤 도깨비가 또 등장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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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주 여행, 숨쉬고 물드는 제주도 528 - 165개의 스팟 · 매주 1개의 당일 코스 · 월별 2박 3일 코스, 최신개정판 52주 여행 시리즈
현치훈.강효진 지음 / 책밥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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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은 업무차 가본 출장과 올레길 조성 당시 여자 셋이 떠났던 걷기 여행, 2016년 가족 여행으로 다녀온 후 가본 적이 없다. 지인 중에는 1년에 얼마씩 세를 내가며, 머무를 곳을 구해 2~3주마다 다녀온다고 할 정도로 제주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던데, 개인적으론 그다지 관심 있는 여행지는 아니었던 거 같다. 아마도 코로나가 한몫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직도 두고두고 기억나는 건 올레길에서 보았던 완만한 오름과 바다, 눈보라를 헤치며 두려움에 떨며 바람에 휘청대는 승용차를 운전했던 해안 도로, 빽빽하게 들어찬 절물 휴양림의 삼나무다.


요즘은 코로나 규제도 많이 완화되면서 내 마음은 하루에도 여러 번 여행을 떠나고 있다. 인터넷으로 여행 검색을 하면서 기회가 되면 꼭 혼자 제주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던 차에 52주 여행 시리즈 중 제주 편을 만났다.

<52주 여행, 숨 쉬고 물드는 제주도 528>란 제목에는 1년 52주간 가볼 수 있는 계절별, 취향별 특색 있는 제주 여행지 528개를 소개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528곳의 장소 선정이라 책은 꽤 두껍지만 쭈르륵 목차를 훑어보니 어쩌면 이렇게도 내가 머물렀던 곳과 겹치는 곳이 없는지 ㅠㅠ 그간 새로운 장소가 많이 생긴 건지, 내가 제주의 100분의 1도 몰랐던 건지......



 

책의 글과 사진작가는 모두 제주도 토박이 부부로 제주 곳곳을 담아냈다. 지금도 제사모카페와 인스타그램 제주도여기를 통해 제주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책은 주마다 그 계절에 맞게 가볼 만한 곳을 1일 치 여행처럼 구성하여 소개한다. 매주 그때마다 떠나기 딱 좋은 여행지 서너 곳이 나오고, 그 장소들끼리 이동 동선을 고려하여 소개되어 있다.


 

항상 가보는 대표적인 여행지가 아니라 시기적절한 여행지라 언제라도 그 시기에 맞춰 가볍게 책을 들춰보는 것만으로도 알차게 여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게다가 현지인 추천 식당, 이색적인 카페에 책방까지 버릴 게 없는 알찬 정보를 담아놨다. 이 책을 따라가는 당일치기 코스도 좋았지만, 월마다 테마별로 2박 3일 코스까지 친절하게 짜놓아 일정 짜기에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

이중 제일 개인적으로 끌리는 코스는 7월의 '제주에 남긴 건축가들의 흔적'이다. 이 코스대로도 좋고, 7월 다섯째 주의 황우지 해안을 넣어 스노클링까지 하는 코스를 더 추가해 보고 싶기도 하다.^^ 아... 생각만으로도 벌써 무지개를 타고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러 왔다던 천연 풀장 선녀탕에 풍덩 들어간 기분이다~

 

곧 다가올 5월에는 5월의 힐링 여행 '숲길과 곶자왈을 찾아서'도 좋을 거 같다. 강인한 제주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신비로운 숲길이 나를 유혹하는 것만 같다. 특히 가본 적인 없는 비자림은 이 책에서 5월의 숲길 여행의 필수 코스로 추천하니 꼭 한 번 방문하리라~


 

그리고 부록으로 여행지와 오름, 책방, 올레코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제주도 전도도 수록되어 있다.

이제 편한 신발 한 켤레와 이 책만 있으면 내일이라도 당장 제주로 떠날 수 있을 거 같다. 다만 숙소 정보는 이 책에 없으니 숙소는 미리 알아보고 가야 한다!!

 

*네이버 미자모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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