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와인 페어링 쿡북
정리나.백은주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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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평소에도 즐겨 마시지만, 안주에 있어서는 딱히 호불호가 없는 편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마른안주 중 어포나 오징어와 함께 레드 와인을 마시면 유독 그 비린 맛이 강하게 느껴져 비위가 살짝 상하기도 하고, 와인을 마실 때 과일과 치즈를 함께 먹으면 그 향이 배가되기도 했다. 그리고 스파클링 와인과는 달콤한 케이크가 정말 잘 어울렸다.

그렇다면 와인을 마실 때는 어떤 음식이 어울릴까? 한식 중에서도 어울리는 안주가 있을까?


<푸드 앤 와인 페어링 쿡북>에서는 국내 최고의 와인 전문가인 백은주 교수와 와인 바를 운영하는 정리나 푸드 디렉터가 만나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을 소개한다.

책은 크게 2파트로 음식과 와인 페어링의 기초와 와인과 잘 어울리는 요리로 엮었다.


1장 음식과 와인 페어링의 기초에서는 페어링의 기본으로 음식과 와인의 맛을 끌어내는 3가지 방법을 설명한다. 저자가 오랜 시간 한국과 프랑스에서 직접 경험한 다양한 페어링 노하우를 풀어놨는데, 음식과 와인의 산지 맞추기(신토불이 매칭), 비슷한 특성의 음식과 와인 매칭하기(유유상종 매칭),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맛을 매칭하기가(대비 효과주기) 그것이다.

신토불이나 유유상종 방법으로 음식과 와인을 매칭하는 것은 어렴풋하게나마 경험을 해봤었는데, 대비되는 특성의 맛을 이용하는 것이 새로웠다.


그런데 이것도 이미 우리가 은연중에 적용해 오던 방식이었던 게, 고기와 같은 단백질 요리에는 타닌의 떫은맛이 느껴지는 레드 와인을 마셔주면, 와인의 타닌이 고기의 퍽퍽함을 부드럽게 해주며, 단백질은 타닌의 떫은맛을 코팅해 준다고 한다.

짠맛이 강한 치즈를 먹을 때는 달콤한 맛의 와인을 마셔 단맛과 짠맛을 조화롭게 해준다.


1장에서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 기초를 접했다면 2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와인가 잘 어울리는 요리 레시피 37가지가 나온다. 스파클링 와인, 화이트 와인, 로제 및 오렌지 와인, 레드 와인, 스위트 및 주정 강화 와인에 어울리는 요리로 2장의 챕터를 구성했다.


와인의 안주를 살펴보면 이름은 생소하지만, 막상 레시피를 보면 간단하기도 하고, 비슷한 한국 요리가 생각나 자신감이 생긴다. 예를 들어, 스파클링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으로 미나리 감자 뢰스티가 있는데, 감자 뢰스티는 우리의 감자채전과 닮았다. 채썬 감자 위에 달걀이나 베이컨, 치즈 등을 올려 구워내면 근사한 와인 안주가 탄생한다! 또 파르마지아노 치즈 칩(시판 파마산 치즈 가루), 들기름 간장 달걀프라이나 김 플레이트 등 딱히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 않고도 간단한 조리로 안주를 완성할 수 있다!


이것도 저것도 자신이 없거나 의욕이 안 생긴다면 전문가가 제안하는 편의점 음식과 와인 페어링 칼럼을 보면 된다. 추천하는 상품을 사다가 접시에 소분하면 그럴싸한 미니 와인 바가 완성되지 않을까?




또, 요리를 어느 정도 하는 경우라면 나온 음식 레시피를 응용해서 비슷한 특성의 재료로 안주를 만들 수 있다.

화이트 와인 안주로 추천한 방풍나물, 사과, 부라타 치즈 삼합을 보면서 겨울철 제철인 시금치를 응용하여 반찬을 만들며, 따로 덜어내 사과와 부드러운 치즈를 얹어 와인 안주로도 내볼 수 있겠다. 그리고 브리 치즈 곰취 쌈밥 레시리를 보면, 냉장고를 털어, 데칠 수 있는 채소를 응용해 그 안에 밥과 고기 대신 밥과 치즈를 넣어 와인과 곁들일 수도 있을 거 같다.





알면 보인다고, 책을 읽으며, 레시피대로 따라 하거나 그때그때 집안에 있는 재료로 대체해 가면서 다양한 와인 안주를 만들다 보면 어느새 나도 와인과 음식 페어링 준전문가가 되지 않을까 흐뭇한 상상을 해본다.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하는 모임이 많은 연말연시 한 번쯤은 집으로 초대해 이 책에 나온 레시피를 따라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을 대접해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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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우울증 영수증
류정인 지음 / 라브리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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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블로그 글쓰기를 위해 시작한 요일별 주제 중 하나인 <우울증 언박싱>시리즈를 엮어낸 책인 <알록달록 우울증 영수증>.

저자는 우울증을 겪은 (현재 진행 중) 이삼십 대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우울증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풀어냈다.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한국에서 살게 된 저자의 학창 시절은 어눌한 한국말만큼 부적응의 연속이었다. 성인이 된 뒤에도 대학원 진학을 하면서 힘들게 논문을 완성하지만 우울증과 성인 ADHD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20대의 대부분을 우울증과 보내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를 동반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을 덤덤하게 써 내려가고 있어, 읽는 내내 우울증과 ADHD 증상을 지닌 이의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저자가 그려낸 그의 하루는 아침 잠자리에서부터 사투가 벌어진다. 우울증 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된 어떤 하루를 그려낸 부분을 읽어보면, 나름 루틴을 만들어보고자 모닝 미라클을 시작하는 것으로 출발하지만 아침 미션이 끝난 뒤 잠깐 눕는다는 게 4시간을 훌쩍 넘긴다. 아침 루틴인 산책은 생략되고 정크푸드로 끼니를 챙긴다. 또다시 취침... 늦은 밤까지 게임 모드... 우울과 무기력에 취한 하루 일과를 간단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잠과 정크푸드로 가득 찬 저자의 일과를 적어가며 본인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려 한다.

또한 경제적, 심리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현재의 위치 또한 분석한다.

2년간의 직장 열등감과 욕망을 소비로 해소하는 모습들과 어머니로부터 온전히 독립하지 못한 심리적인 상태를 알게 된다.

이제 얼룩덜룩 잡다한 물건들로 어수선한 자신의 방 안을 둘러보며, 마치 해결되지 못한 우울증의 증표 같다 여기며 방과 더불어 마음속 혼란도 정돈을 시작하려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를 하며, 앞이 캄캄한 미래를 바라보던 시선을 자신이 숨 쉬고 살아가는 현재와 연결되는 쪽으로 돌리도록 노력한다. 저자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암담함보다 나와 다른 생물과 현재에 연결되는 감각을 최대한 많이, 자주 느끼려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가 우울증과 함께한 20대의 실수와 시행착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의 일상을 엮어낸 기록이지만, 우울증 극복 방법이나 완치의 비결을 전하려는 목적은 아니다. 오히려 평생 동안 정신적인 어려움과 함께 살아가야 할 수도 있는 개인의 일상적이면서도 독특한 삶의 방식과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솔직히 담았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우울증이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음에도 이를 받아들이고 정리해 나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이 책은 정신적 질환을 거부하거나 극복하려는 시선은 아닌 거 같다.

완벽한 정리나 극복이 아니라, 불완전한 자신을 인정하고 글을 쓰면서(저자는 글쓰기를 탈출구로 삼음) 자신의 삶과 내면을 표현하며, 느리지만 구석구석 살핀 우울증을 다시 잘 박싱하고 보관하려 한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함께 할 우울증을 받아들일 공간을 마련한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우울의 일상을 들여다보느라 조금 지친 느낌도 들었지만, 책을 읽으며, 그리고 덮으며, 뭐랄까 햇빛이 쨍한 겨울날을 창을 통해 밖을 보는 기분이었다. 비록 겨울이라 밖은 춥겠지만 단단히 여미고 나가면 맑은 겨울날을 즐길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아마도 저자만의 독특하고 솔직한 우울증 언박싱에 어느덧 공감하게 되어 이런 기분이 드는 게 아닐는지.

한없이 무겁지도, 그렇다고 발랄하지도 않은 좌충우돌 저자의 우울증 경험은 특별한 조언을 주기보다는, 우울증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공감을 전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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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디톡스 - 쾌락과 고통에 지배당한 뇌를 되돌려라
애나 렘키 지음, 고빛샘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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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마약중독으로 인기를 누리던 유명인이 세상을 달리했다.

대한민국에서는 절제하지 못함, '중독'이라는 사안에 유달리 엄중한 잣대로 보며 자기 관리 못하고 실패한 것으로 낙인찍는다.

이런 생각의 이면에는 자기 절제를 할 수 있음에도 나약한 의지로 중독에 빠지고 방만한 생활을 하게 된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기에 그러한 거 같다.

과연 중독은 마음만 먹으면 스스로 극복 가능할까?


누구나 적게든 많게든 중독되는 대상이 있을 것이다.

지하철을 타보면 많은 이들이 서서도, 앉아서도 휴대전화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만원 지하철에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소셜미디어의 여러 콘텐츠를 돌려보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식당에서 함께 마주 앉아 있는 사람들조차 각자 휴대전화를 보기에 여념이 없다.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휴대전화 중독 현상이 아닐까 싶다.


2021년 <도파미네이션>이라는 책으로 현대 사회에 만연한 중독 문제와 쾌락 추구가 어떻게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렸던 애나 램키가 이번에는 <도파민 디톡스>라는 처방전을 들고 왔다.

<도파민 디톡스>의 대상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다.

(물론 심각한 수준의 도파민 중독자를 제외한다. 이들에겐 자칫 생명과도 직결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책에서는 애초에 중독은 '의지'의 영역이 아닌 뇌의 질환으로 본다.

더 정확히 말하면 중독된 뇌는 보상의 회로가 변한 것이다.


우리의 뇌는 긍정적인 행동에 대한 보상을 해주도록 만들어져 있다.

보통 좋은 영화를 보거나 즐거운 놀이를 하거나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을 먹으며 좋은 시간을 보내면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이 뇌에서 나오고 그것이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함으로써 그 행동을 보상한다.


그런데, 자극적인 행동(게임, 도박, 스포츠, 포르노 영화 등)이나 물질(마약, 카페인, 알코올)에 의해서도 도파민이 과도하게 만들어지게 되는데 그로 인한 쾌락은 그 행동이나 물질의 지배를 받게 하는 중독 현상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중독 증상은 더 많은 자극을 요구하게 되고 이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재정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중독은 스스로 알아차리기도, 인정하기도 힘들지만, 인식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극복하기는 더욱 어렵다.

애나 렘키는 이러한 잘못된 보상 회로에 뇌가 완전히 지배 당하기 전에 우리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도파민 디톡스 처방을 제안한다.

약물치료나 정신과 치료가 아닌 4주간의 도파민 디톡스 프로세스가 그것이다.


이 프로세스는 DOPAMINE이라는 머리글자로 그 주제를 대신하는데, D(데이터), O(목표), P(문제), A(절제와 금욕주의), M(마음챙김), I(통찰과 솔직함), N(다음 단계), E(실험) 이렇게 8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책은 각 단계를 설명한 순서에 따라 읽어도 좋고, 필요한 부분을 읽는 것도 괜찮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1~4단계까지 읽고 연습 문제를 완료한 후에 디톡스 실천을 하고, 그 후 5, 6장을 읽고, 디톡스가 끝날 무렵에 7, 8단계를 읽으라고 권한다.


1장(데이터)에서는 중독에 대해 정의한다. 광범위한 의미의 중독은 자신과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특정 물질이나 행동을 지속적, 강박적으로 사용하거나 행하는 것을 말한다. 중독은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발생하는데, 많은 사람이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강박적 과소비의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특정 물질이나 행동을 과소비하지 않아도 균형을 유지하려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중독은 언제라도 내 문제가 될 수 있다.

저자인 애나 렘키 또한 자녀에 대한 과도한 걱정, 불안, 로맨스 소설 탐독에 대한 중독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고군분투했던 경험을 공유한다.

중독의 대상에는 흔히 알고 있는 물질이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행동뿐이 아니다.

책에서는 자신을 파악할 수 있도록 연습 문제가 나오는데, 강박적 과소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문제 물질 및 행동을 파악하도록 체크리스트도 제시한다.



소개된 내용에는 긍정적이고 일반적으로 보이는 가족에 대한 걱정, 승진, 수상, 일이나 운동 등을 열심히 하는 것 또한 중독의 대상으로 나온다.


2장(목표)에서는 강박적 과소비에 따른 결과와 실제 그렇게 하려는 내 의도와의 간극을 성찰해 보도록 한다. 즉 특정한 강화 물질을 사용하거나 특정 행동을 하게 되는 목적을 살펴보면 자기를 더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3장(문제)에서는 강박적 과소비와 관련된 문제와 갈망, 금단 증상, 의존성을 유발하는 뇌의 작용에 대해 나온다. 여기에는 이전 저서 <도파민네이션>의 그렘린이 또 등장한다. 뇌의 쾌락과 고통의 조절 시소에 올라탄 그렘린은 그 자극의 강도에 맞춰 균형을 맞추기 위해 늘어나고, 초기의 자극만으로는 만족을 하지 못해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게 만든다.

그리고 예전보다, 소득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이러한 중독의 유혹이 도처에 널려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4장부터는 이러한 중독의 심각성과 자신에 대한 파악을 마쳤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4주간의 도파민 디톡스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도록 하는데, 저자의 임상 경험과 과학적 연구 결과로 보면 디톡스에 필요한 기간을 최소 한 달로 잡고 있다. 그리고 중독의 대상을 줄이는 것보다 완전히 끊을 것을 권한다!

계획을 세웠다면 철저하게 유혹에 저항하기 위해 본인의 인내심을 믿지 말고 자기 구속을 하도록 권한다. 자기 구속의 방법이 자세히 나오니 참고하자!


5,6장부터는 실제 디톡스를 하면서 필연적으로 마주치는 금단증상을 극복할 수 있는 마음챙김과 통찰, 이를 높이기 위한 솔직해지기에 대해 나온다.


7,8장은 디톡스를 하면서 느꼈던 과정을 돌아보고 장점과 단점을 정리하도록 한다.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유용하다고 말한다. 또한 다음번의 더 효과적인 도파민 디톡스를 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위한 전략도 구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도파민 디톡스에서 중요한 것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완벽함이 아닌 그냥 계속해서 실천하는 것을 강조한다. 만약 넘어진다면 다시 일어나서 시도해야 한다.

우리는 그 어느 시절보다 더한 중독의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 모두 무언가에 중독되었거나 중독될 수 있다. 중독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이에 대한 디톡스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기에 이 책 <도파민 디톡스>를 지금 만나게 된 게 참 다행이다!


**책을 구매하면 디톡스를 할 수 있도록 도파민 디톡스 트래커라는 플래너까지 함께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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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5 - 2025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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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님의 트렌드 코리아 2025가 나왔다. 매년 읽게 되고, 읽어야만 할 거 같은 한 해의 지침서 트렌드 코리아가 벌써 20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전망하는 데 있어 최고의 서적이라 긴 시간 동안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닐까?




책은 먼저 2024년 트렌드의 큰 흐름에 대해 정리한다.

초효율주의, 불황기 생존 전략, 지리한 정체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 시그니처의 힘, 요즘가족이라는 화두로 2024년 트렌드를 되짚어 준다.

2024년도는 일상, 업무, 쇼핑 등에서 효율을 꾀하는 움직임이 많이 보였다. 점점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 시간이 돈보다 귀해지는 '분초사회'에 발맞춰 기성비 있게 일상을 영위하고 업무와 쇼핑을 처리하며, 더불어 시간의 효율을 극대화해 주는 AI 기술도 다룰 줄 아는 '호모 프롬프트' 역량도 중요해지는 한 해였다.


또한 세계 경제가 코로나 이후 경기 침체의 공포에 사로잡힌 한 해였는데, 이를 위한 생존 전략으로 가격, 콘텐츠, 비즈니스 '스핀오프' 프로젝트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를테면 조건, 시간, 대상에 따라 변동하는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을 앞세워 같은 상품이어도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도 하고, 업종을 넘나들며 콘텐츠 간의 스핀오프 전략도 시도했다. 영유아 상품을 대표하던 기저귀 시장이 성인 타깃의 상품군을 만들어 내는 등 비즈니스 스핀오프도 이젠 확산하고 있다.


그 외에 '도파밍', '육각형 인간' 등등 자극과 완벽을 추구하는 요즘 일상을 대변하면서 한편으로는 과한 자극과 기준에서 벗어나기 위한 이완을 추구하는 반작용까지 다루었다.


또한 선택지 과잉 시대 속에서 소비자들이 나에게 맞는 인플루언서를 따라 소비하는 '디토소비'와 지역색이 묻어나는(김천의 김밥축제나 대전의 빵지순례지도가 그 예시) '리퀴드폴리탄' 움직임 등 2024년도의 트렌드도 이 책 코리아 트렌드의 키워드로 한눈에 읽혔다.


2024년 트렌드를 반영한 10대 상품도 선정하였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푸바오, AI 스마트폰, 숏폼 음원, 일본 여행, C커머스, 공공기관 유튜브, 저렴이 화장품, 동구먹방 로컬 브랜드, 스포츠 관람, 육아지원제도이다.

선정된 202410대 상품을 살펴보면,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시성비, 삶의 우선순위가 된 재미와 즐거움, 불황형 소비, 쉼이라는 흐름이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0가지 선정된 상품을 살펴보니, 과연 올 한 해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상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C커머스의 부상(중국의 저렴한 상품구매 플랫폼), 기아 야구 경기의 삐끼삐끼 춤이 떠오르던 프로 야구 직관, 푸바오의 인기, 대전 성심당 오픈런 등에서 많이 공감됐다.


그렇다면 2025년을 읽을 수 있는 트렌드 키워드는 무엇일까?

2025년은 뱀의 해로 녹록지 않은 2025년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뱀처럼 섬세한 감각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SNAKE SENSE' 를 영문 키워드로 삼았다.



2025년의 10가지 키워드를 살펴보면,

첫째, 옴니보어(Savoring a Bit of Everything:Omnivores)이다. 잡식성이라는 의미로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라는 의미인데, 사회적으로는 세대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진 시대를 뜻하며, 소비 현상도 나이와 성별, 소득 등에 따른 경계와 구분이 사라지는 완전히 새로운 소비시장이 만들어지는 걸 일컫는다. 예를 들어 '갓기'라 해서 어린 나이지만 능력이 뛰어난 이들을 들 수 있는데, 올 한 해 '마라탕후루' 노래를 만든 이가 11'서이브'라는 유튜버라는 사실을 알고 새삼 나이와 능력의 무관함을 깨달았다. 또한 스포츠는 나이 든 아저씨나 좋아할 거란 편견을 없앤 프로 야구 티켓 구매자 중 여성의 비율이 54% 이상이라는 통계도 성의 경계가 사라지는 소비 현상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두 번째 키워드는 아보하(Nothing Out of the Ordinary: Very Ordinary Day)이다. 아주 보통의 하루의 앞 글자를 딴 것인데, '행복해야 한다'라는 믿음에서 '무난하고 무탈하고 안온한 삶'을 추구하는 변화를 일컫는다. 이는 행복의 과시로 변질된 보여주기식 '소확행'에 대한 피로이자 반발이면서 일상의 소소한 안녕을 추구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개인적으로는 이 키워드가 많이 와닿았다. '그저 그런 보통과 같은 하루'가 소중하며, 특별할 거 없는 오늘 하루를 무난하게 살아낸 것도 대단한 것인데 마치 날마다 새롭고 행복해야 할 거 같은 삶에 좀 더 덜 부담을 갖게 해서다.

오늘 하루도 '자알~ 살았다!' 하고 스스로 토닥여 주는 아주 보통의 하루! 멋진 키워드다!


세 번째는 토핑경제(All About the Toppings)이다. 남과 똑같지 않은, 자신만의 개성을 기성품에 추가하는 것을 말하는데, 피자에 토핑하듯 하여 토핑경제로 일컫는다. 기본상품보다 옵션이나 추가가 더 주목받고 비싸지는 역전 현상도 벌어지는데, 요즘 유행하는 와펜매장이나 토핑을 마음대로 고르는 요아정, 크록스의 수많은 지비츠가 떠오른다.


다음으로 페이스테크(Keeping It Human : Face Tech)인데, 인간의 얼굴을 한 기계, 기술을 뜻하며, 무생물인 기계에 표정을 입히는 것, 처음 보더라도 직관적으로 쉽게 그 기술에 다가갈 수 있게 하려는 노력 등을 아우른다. 사람의 얼굴을 하거나 표정을 짓는 로봇부터 사람과 각종 인공물에 대한 상호작용을 돕는 것까지 생각하는 '페이스테크' 장착이 기술 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트렌드라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다섯 번째로 무해력(Embracing Harmlessness)이다. 작거나 귀엽거나 서툴지만 순수한 것들이 사랑받는데, 이처럼 나에게 아무런 스트레스나 해가 되지 않는 무해한 대상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깜찍한 인형이나 키링, 키덜트 미니어처, 푸바오의 뒤를 잇는 레서판다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 무해력의 배경에는 나를 둘러싼 환경이 만만치 않을 때, 스트레스가 커질 때,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본능적인 반작용에서 나오는, 내게 상처주지 않을 만한 유약하고 무해한 존재를 찾는다는 저자의 해석에서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여섯 번째 그라데이션 K (Shifting Gradation of Korean Culture)는 한국적인 문화, 상품이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데 있어, 한국적인 것의 정체성을 이분법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한 색깔에서 다른 색깔로 서서히 변화하는 그라데이션 개념을 사용해 파악해야 한다는 걸 뜻한다. 무엇이 진정으로 한국적인 것인지 보다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제 한국은 단일민족국가가 아니긴 하다. 국내의 인종, 문화도 다양해졌고 나아가 한국제품이나 문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도 매우 크다. 이젠 한국인만 생각하며 상품을 생산할 때가 아닌 듯하다.


일곱 번째 물성매력(Experiencing the Physical: the Appeal of Materiality)이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비물질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보고, 만지고, 느끼고 싶어 한다. 특정 대상에 경험 가능한 물성을 부여하여 손에 잡히는 매력을 지니게 하는 것이 물성매력이라 저자는 말한다. 브랜드를 물성화한 사례로 선양소주의 팝업스토어가 인상적이었는데, 병뚜껑 모양의 보트를 타고 인공바다 존을 건너는 체험을 통해 참여자들은 그 브랜드를 더 잘 기억하고 각인할 듯싶다.

회사가 돈을 벌 목적을 뒤로 하고 벌이는 이러한 이벤트가 정말 멋지고 그 브랜드에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여덟 번째는 기후 감수성(Need for Climate Sensitivity)이다.

이제는 지구 온난화를 넘어 지구가 끓는 시대에 도래한 거 같은 기후 역변을 맞이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문제는 당장 해결해야 할 현존하는 위험이자 일상이다. 기후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그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기후감수성은 이젠 필수 덕목이다. 기후변화는 소비생활과 기업의 비즈니스 세계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우리 집의 수납장만 열어봐도 여름내 들고 다닌 양우산부터 계절이 무색한 각종 모기 퇴치 장치, 한겨울 극한 한파를 대비한 방한용품 등등 나의 일상 곳곳에서 기후변화의 위기를 감지한다. 개인도 이럴진대 기업도 기후 리스크 관리와 기후변화에 발맞춰 각종 상품을 내놓아야 생존한다. 얼마 전 히트했던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가 좋은 사례 같다.


아홉 번째는 공진화 전략(Strategy of Coevolution)이다.

요즘에는 혼자만 독야청청 잘 살기 어렵다. 산업에도 상생을 도모하는 공진화로 공동 성장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협력하여 차량 내부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싱크앱과 연계한 집안 관리가 가능하고, 운전자의 휴대폰이나 스마트워치와 연동하여 졸음운전 체크도 가능하다. 나도 우리 동네의 청량리 시장의 스타벅스 경동 1960이 떠올랐는데, 지역 시장과 상생하려는 대기업의 공진화 전략을 여기에서도 발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원포인트 업(Everyone Has T heir Own Strengths: One-Point-Up)이다. 요즘 사람들의 자기 성장 전략은 위대한 인물을 롤모델 삼아 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며 조금씩 성취감을 쌓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지금 도달 가능한 한 가지 목표를 세워 실천함으로써, 나다움을 잃지 않는 자기 계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원포인트업이다. 기존의 성공 공식을 따르지 않고 '나다움 성공'을 추구하는 것, 엄청난 성취보다 작은 루틴의 실천을 만족하는 어찌 보면 더 실제적이고 실천할 수 있는 성공을 향하는 영리해진 성공 전략인 거 같아 이 키워드 또한 마음에 새기게 된다.


매년 이맘때, 트렌드를 읽어보는 것은 연례행사처럼 이젠 일 년 루틴으로 자리를 잡았다. 책을 읽으며 한 해를 돌아보고, 다가올 내년의 트렌드를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이 시간은 내년을 또 알차게 시작할 마음가짐을 갖게 해주어 참 소중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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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함께한 여름날들 -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봄소풍 보물찾기 4
리처드 펙 지음, 지선유 옮김 / 봄소풍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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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길었던 2024 여름의 끝자락, 하늘색 표지와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하얀 앞 치마를 두른 할머니의 포즈가 인상적인 책, <할머니와 함께한 여름날들>을 펼쳐보았다. 뉴베리 아너 상을 받기도 했고, 미국의 초등교사들이 추천한다기에 더욱 궁금하기도 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같은 여름날의 시골 풍경이나 인자한 할머니와의 잔잔한 추억이 담겼으리라 기대하며 첫 장을 읽어나갔는데...... 전혀 기대했던 이야기의 방향이 아니다.


이야기 속 배경은1920년대 미국이다. 경제의 호황과 갱단 범죄의 정점을 찍고 대공황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미국 시카고에 사는 아홉 살 조이와 일곱 살인 메리는 할머니와 일주일을 보내기 위해 시골로 보내진다.

할머니의 집은 화장실이 밖에 있어 불편한 데다 늙은 고양이가 언제 튀어나와 아이들을 할퀼지도 모르고, 아직까지 마차를 이용하거나 말을 타고 다녀야 하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단 하루도 재밌게 지내기 힘들거 같다.

하지만 마을의 샷건 치텀이 죽자 이 지루한 마을이 갑자기 떠들썩해진다.

그의 죽음을 취재하기 위해 신문 기자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하고, 망자에 대한 소문에 그럴싸할 살을 붙이기 할머니 집까지 기자가 찾아온다. 기자라면 가장 기본인 정확한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고 마을 사람들의 입소문에 기대어 자극적인 기사를 쓰려는 기자의 속셈을 간파한 할머니는 생전 형편없는 총기술을 가졌던 샷건 치텀을 남북전쟁의 명사수라는 거짓말을 한다. 기자는 형편없는 시골 늙은이의 가난한 최후라고 쓸 예정이던 기사를 할머니의 그럴싸한 거짓말에 속아 남북전쟁의 영웅의 최후로 재탄생시킨다. 게다가 할머니의 집에서 직접 샷건 치텀의 장례식까지 치르게 되어 마을 사람들과 기자들이 몰려온다. 장례식 도중 할머니는 의도치 않게 부활한(?) 샷건의 시신을 향해 엽총을 쏘게 되는데...... 여기까지가 그나마 정도가 제일 양호한 첫 번째 여름날이야기이다.

두 번째 여름날에는 더 통쾌한 장면을 볼 수 있다. 시골의 혼자 사는 노인들을 노린 카우질 가의 형제들의 못된 장난에 그들의 눈물과 혼이 쏙 빠지도록 응징하는 할머니를 보고 있노라면 후련하다.

이렇게 남매는 할머니 집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더 기상천외한 일들을 맞이한다.

7년 동안 여름날을 할머니 집에서 보내면서 겪는 사건 사고마다 때로는 능청스럽고,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는 할머니로 인해 언제나 손자, 손녀의 가슴은 조마조마하지만 사건이 마무리 지어질 무렵에는 무언가 따뜻함이 차오른다.


책 속 아르델 할머니는 힘없고 나약하여 도와드려야 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살아있는 뱀도 맨손으로 잡아 목을 비틀어버리는 그야말로 쎈(!) 할머니이다!

읽다보면 점점 할머니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데, 주변에 무심하지만 필요할 때엔적절한 도움을 주고, 위선과 불의를 보면 참지 않고 반드시 갚아주며, 귄위나 불합리함에 절대 굽히지 않는 당당한 이 할머니를 과연 어느 누가 싫어할까? 그리고 세상 쿨하기만 할 거 같은 할머니의 사람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서 느껴져 가슴이 따뜻해진다.

이렇게 단 하루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흥미진진한 사건이 기다리는 아르델 할머니 집에서 여름을 보내고 나면 절로 다음 여름이 기다려질 듯 하다.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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