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5 - 2025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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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님의 트렌드 코리아 2025가 나왔다. 매년 읽게 되고, 읽어야만 할 거 같은 한 해의 지침서 트렌드 코리아가 벌써 20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전망하는 데 있어 최고의 서적이라 긴 시간 동안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닐까?




책은 먼저 2024년 트렌드의 큰 흐름에 대해 정리한다.

초효율주의, 불황기 생존 전략, 지리한 정체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 시그니처의 힘, 요즘가족이라는 화두로 2024년 트렌드를 되짚어 준다.

2024년도는 일상, 업무, 쇼핑 등에서 효율을 꾀하는 움직임이 많이 보였다. 점점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 시간이 돈보다 귀해지는 '분초사회'에 발맞춰 기성비 있게 일상을 영위하고 업무와 쇼핑을 처리하며, 더불어 시간의 효율을 극대화해 주는 AI 기술도 다룰 줄 아는 '호모 프롬프트' 역량도 중요해지는 한 해였다.


또한 세계 경제가 코로나 이후 경기 침체의 공포에 사로잡힌 한 해였는데, 이를 위한 생존 전략으로 가격, 콘텐츠, 비즈니스 '스핀오프' 프로젝트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를테면 조건, 시간, 대상에 따라 변동하는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을 앞세워 같은 상품이어도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도 하고, 업종을 넘나들며 콘텐츠 간의 스핀오프 전략도 시도했다. 영유아 상품을 대표하던 기저귀 시장이 성인 타깃의 상품군을 만들어 내는 등 비즈니스 스핀오프도 이젠 확산하고 있다.


그 외에 '도파밍', '육각형 인간' 등등 자극과 완벽을 추구하는 요즘 일상을 대변하면서 한편으로는 과한 자극과 기준에서 벗어나기 위한 이완을 추구하는 반작용까지 다루었다.


또한 선택지 과잉 시대 속에서 소비자들이 나에게 맞는 인플루언서를 따라 소비하는 '디토소비'와 지역색이 묻어나는(김천의 김밥축제나 대전의 빵지순례지도가 그 예시) '리퀴드폴리탄' 움직임 등 2024년도의 트렌드도 이 책 코리아 트렌드의 키워드로 한눈에 읽혔다.


2024년 트렌드를 반영한 10대 상품도 선정하였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푸바오, AI 스마트폰, 숏폼 음원, 일본 여행, C커머스, 공공기관 유튜브, 저렴이 화장품, 동구먹방 로컬 브랜드, 스포츠 관람, 육아지원제도이다.

선정된 202410대 상품을 살펴보면,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시성비, 삶의 우선순위가 된 재미와 즐거움, 불황형 소비, 쉼이라는 흐름이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0가지 선정된 상품을 살펴보니, 과연 올 한 해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상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C커머스의 부상(중국의 저렴한 상품구매 플랫폼), 기아 야구 경기의 삐끼삐끼 춤이 떠오르던 프로 야구 직관, 푸바오의 인기, 대전 성심당 오픈런 등에서 많이 공감됐다.


그렇다면 2025년을 읽을 수 있는 트렌드 키워드는 무엇일까?

2025년은 뱀의 해로 녹록지 않은 2025년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뱀처럼 섬세한 감각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SNAKE SENSE' 를 영문 키워드로 삼았다.



2025년의 10가지 키워드를 살펴보면,

첫째, 옴니보어(Savoring a Bit of Everything:Omnivores)이다. 잡식성이라는 의미로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라는 의미인데, 사회적으로는 세대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진 시대를 뜻하며, 소비 현상도 나이와 성별, 소득 등에 따른 경계와 구분이 사라지는 완전히 새로운 소비시장이 만들어지는 걸 일컫는다. 예를 들어 '갓기'라 해서 어린 나이지만 능력이 뛰어난 이들을 들 수 있는데, 올 한 해 '마라탕후루' 노래를 만든 이가 11'서이브'라는 유튜버라는 사실을 알고 새삼 나이와 능력의 무관함을 깨달았다. 또한 스포츠는 나이 든 아저씨나 좋아할 거란 편견을 없앤 프로 야구 티켓 구매자 중 여성의 비율이 54% 이상이라는 통계도 성의 경계가 사라지는 소비 현상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두 번째 키워드는 아보하(Nothing Out of the Ordinary: Very Ordinary Day)이다. 아주 보통의 하루의 앞 글자를 딴 것인데, '행복해야 한다'라는 믿음에서 '무난하고 무탈하고 안온한 삶'을 추구하는 변화를 일컫는다. 이는 행복의 과시로 변질된 보여주기식 '소확행'에 대한 피로이자 반발이면서 일상의 소소한 안녕을 추구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개인적으로는 이 키워드가 많이 와닿았다. '그저 그런 보통과 같은 하루'가 소중하며, 특별할 거 없는 오늘 하루를 무난하게 살아낸 것도 대단한 것인데 마치 날마다 새롭고 행복해야 할 거 같은 삶에 좀 더 덜 부담을 갖게 해서다.

오늘 하루도 '자알~ 살았다!' 하고 스스로 토닥여 주는 아주 보통의 하루! 멋진 키워드다!


세 번째는 토핑경제(All About the Toppings)이다. 남과 똑같지 않은, 자신만의 개성을 기성품에 추가하는 것을 말하는데, 피자에 토핑하듯 하여 토핑경제로 일컫는다. 기본상품보다 옵션이나 추가가 더 주목받고 비싸지는 역전 현상도 벌어지는데, 요즘 유행하는 와펜매장이나 토핑을 마음대로 고르는 요아정, 크록스의 수많은 지비츠가 떠오른다.


다음으로 페이스테크(Keeping It Human : Face Tech)인데, 인간의 얼굴을 한 기계, 기술을 뜻하며, 무생물인 기계에 표정을 입히는 것, 처음 보더라도 직관적으로 쉽게 그 기술에 다가갈 수 있게 하려는 노력 등을 아우른다. 사람의 얼굴을 하거나 표정을 짓는 로봇부터 사람과 각종 인공물에 대한 상호작용을 돕는 것까지 생각하는 '페이스테크' 장착이 기술 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트렌드라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다섯 번째로 무해력(Embracing Harmlessness)이다. 작거나 귀엽거나 서툴지만 순수한 것들이 사랑받는데, 이처럼 나에게 아무런 스트레스나 해가 되지 않는 무해한 대상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깜찍한 인형이나 키링, 키덜트 미니어처, 푸바오의 뒤를 잇는 레서판다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 무해력의 배경에는 나를 둘러싼 환경이 만만치 않을 때, 스트레스가 커질 때,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본능적인 반작용에서 나오는, 내게 상처주지 않을 만한 유약하고 무해한 존재를 찾는다는 저자의 해석에서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여섯 번째 그라데이션 K (Shifting Gradation of Korean Culture)는 한국적인 문화, 상품이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데 있어, 한국적인 것의 정체성을 이분법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한 색깔에서 다른 색깔로 서서히 변화하는 그라데이션 개념을 사용해 파악해야 한다는 걸 뜻한다. 무엇이 진정으로 한국적인 것인지 보다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제 한국은 단일민족국가가 아니긴 하다. 국내의 인종, 문화도 다양해졌고 나아가 한국제품이나 문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도 매우 크다. 이젠 한국인만 생각하며 상품을 생산할 때가 아닌 듯하다.


일곱 번째 물성매력(Experiencing the Physical: the Appeal of Materiality)이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비물질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보고, 만지고, 느끼고 싶어 한다. 특정 대상에 경험 가능한 물성을 부여하여 손에 잡히는 매력을 지니게 하는 것이 물성매력이라 저자는 말한다. 브랜드를 물성화한 사례로 선양소주의 팝업스토어가 인상적이었는데, 병뚜껑 모양의 보트를 타고 인공바다 존을 건너는 체험을 통해 참여자들은 그 브랜드를 더 잘 기억하고 각인할 듯싶다.

회사가 돈을 벌 목적을 뒤로 하고 벌이는 이러한 이벤트가 정말 멋지고 그 브랜드에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여덟 번째는 기후 감수성(Need for Climate Sensitivity)이다.

이제는 지구 온난화를 넘어 지구가 끓는 시대에 도래한 거 같은 기후 역변을 맞이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문제는 당장 해결해야 할 현존하는 위험이자 일상이다. 기후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그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기후감수성은 이젠 필수 덕목이다. 기후변화는 소비생활과 기업의 비즈니스 세계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우리 집의 수납장만 열어봐도 여름내 들고 다닌 양우산부터 계절이 무색한 각종 모기 퇴치 장치, 한겨울 극한 한파를 대비한 방한용품 등등 나의 일상 곳곳에서 기후변화의 위기를 감지한다. 개인도 이럴진대 기업도 기후 리스크 관리와 기후변화에 발맞춰 각종 상품을 내놓아야 생존한다. 얼마 전 히트했던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가 좋은 사례 같다.


아홉 번째는 공진화 전략(Strategy of Coevolution)이다.

요즘에는 혼자만 독야청청 잘 살기 어렵다. 산업에도 상생을 도모하는 공진화로 공동 성장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협력하여 차량 내부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싱크앱과 연계한 집안 관리가 가능하고, 운전자의 휴대폰이나 스마트워치와 연동하여 졸음운전 체크도 가능하다. 나도 우리 동네의 청량리 시장의 스타벅스 경동 1960이 떠올랐는데, 지역 시장과 상생하려는 대기업의 공진화 전략을 여기에서도 발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원포인트 업(Everyone Has T heir Own Strengths: One-Point-Up)이다. 요즘 사람들의 자기 성장 전략은 위대한 인물을 롤모델 삼아 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며 조금씩 성취감을 쌓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지금 도달 가능한 한 가지 목표를 세워 실천함으로써, 나다움을 잃지 않는 자기 계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원포인트업이다. 기존의 성공 공식을 따르지 않고 '나다움 성공'을 추구하는 것, 엄청난 성취보다 작은 루틴의 실천을 만족하는 어찌 보면 더 실제적이고 실천할 수 있는 성공을 향하는 영리해진 성공 전략인 거 같아 이 키워드 또한 마음에 새기게 된다.


매년 이맘때, 트렌드를 읽어보는 것은 연례행사처럼 이젠 일 년 루틴으로 자리를 잡았다. 책을 읽으며 한 해를 돌아보고, 다가올 내년의 트렌드를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이 시간은 내년을 또 알차게 시작할 마음가짐을 갖게 해주어 참 소중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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