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함께한 여름날들 -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봄소풍 보물찾기 4
리처드 펙 지음, 지선유 옮김 / 봄소풍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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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길었던 2024 여름의 끝자락, 하늘색 표지와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하얀 앞 치마를 두른 할머니의 포즈가 인상적인 책, <할머니와 함께한 여름날들>을 펼쳐보았다. 뉴베리 아너 상을 받기도 했고, 미국의 초등교사들이 추천한다기에 더욱 궁금하기도 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같은 여름날의 시골 풍경이나 인자한 할머니와의 잔잔한 추억이 담겼으리라 기대하며 첫 장을 읽어나갔는데...... 전혀 기대했던 이야기의 방향이 아니다.


이야기 속 배경은1920년대 미국이다. 경제의 호황과 갱단 범죄의 정점을 찍고 대공황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미국 시카고에 사는 아홉 살 조이와 일곱 살인 메리는 할머니와 일주일을 보내기 위해 시골로 보내진다.

할머니의 집은 화장실이 밖에 있어 불편한 데다 늙은 고양이가 언제 튀어나와 아이들을 할퀼지도 모르고, 아직까지 마차를 이용하거나 말을 타고 다녀야 하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단 하루도 재밌게 지내기 힘들거 같다.

하지만 마을의 샷건 치텀이 죽자 이 지루한 마을이 갑자기 떠들썩해진다.

그의 죽음을 취재하기 위해 신문 기자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하고, 망자에 대한 소문에 그럴싸할 살을 붙이기 할머니 집까지 기자가 찾아온다. 기자라면 가장 기본인 정확한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고 마을 사람들의 입소문에 기대어 자극적인 기사를 쓰려는 기자의 속셈을 간파한 할머니는 생전 형편없는 총기술을 가졌던 샷건 치텀을 남북전쟁의 명사수라는 거짓말을 한다. 기자는 형편없는 시골 늙은이의 가난한 최후라고 쓸 예정이던 기사를 할머니의 그럴싸한 거짓말에 속아 남북전쟁의 영웅의 최후로 재탄생시킨다. 게다가 할머니의 집에서 직접 샷건 치텀의 장례식까지 치르게 되어 마을 사람들과 기자들이 몰려온다. 장례식 도중 할머니는 의도치 않게 부활한(?) 샷건의 시신을 향해 엽총을 쏘게 되는데...... 여기까지가 그나마 정도가 제일 양호한 첫 번째 여름날이야기이다.

두 번째 여름날에는 더 통쾌한 장면을 볼 수 있다. 시골의 혼자 사는 노인들을 노린 카우질 가의 형제들의 못된 장난에 그들의 눈물과 혼이 쏙 빠지도록 응징하는 할머니를 보고 있노라면 후련하다.

이렇게 남매는 할머니 집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더 기상천외한 일들을 맞이한다.

7년 동안 여름날을 할머니 집에서 보내면서 겪는 사건 사고마다 때로는 능청스럽고,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는 할머니로 인해 언제나 손자, 손녀의 가슴은 조마조마하지만 사건이 마무리 지어질 무렵에는 무언가 따뜻함이 차오른다.


책 속 아르델 할머니는 힘없고 나약하여 도와드려야 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살아있는 뱀도 맨손으로 잡아 목을 비틀어버리는 그야말로 쎈(!) 할머니이다!

읽다보면 점점 할머니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데, 주변에 무심하지만 필요할 때엔적절한 도움을 주고, 위선과 불의를 보면 참지 않고 반드시 갚아주며, 귄위나 불합리함에 절대 굽히지 않는 당당한 이 할머니를 과연 어느 누가 싫어할까? 그리고 세상 쿨하기만 할 거 같은 할머니의 사람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서 느껴져 가슴이 따뜻해진다.

이렇게 단 하루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흥미진진한 사건이 기다리는 아르델 할머니 집에서 여름을 보내고 나면 절로 다음 여름이 기다려질 듯 하다.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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