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서 뭐 될까? - 병관이의 진로 탐색
고대영 지음, 한지선 그림 / 길벗어린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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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직 저학년이라 진로에 대한 고민이 구체적이지는 않다. 어떤 날은 대한민국 남아의 선호 1위 직업인 축구 선수였다가 어떤 날은 장기 선수, 또 어떤 날은 작가를 꿈꾼다. 아직 본인의 소질이나 적성 등을 모르기도 하고, 객관적인 자기 평가도 어려우며,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모르니 그러지 않을까?

그래서 보통 초등학생들은 진로교육 시 저학년은 자아탐색이나 자신감 수업 등등으로 학교 안내가 오는가 보다. 실제로 작년 학교 진로 주간의 계획을 보니 저학년 아이들은 자신감 수업, 동화책 수업 등으로 자신감 향상 프로젝트를 하였고, 자신에 대해 좀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시기인 5학년부터 진로 적성 검사를 실시했던 거 같다. 우리 때는 없던 진로 탐색 교육이나 진로 적성 검사가 궁금해져 학부모 교육으로 교육청의 전문가 진로특강을 신청해 온라인으로 들어본 적도 있다. 그때 알게 된 커리어넷 주니어에서 진로흥미 탐색검사도 무료로 실시해 보기도 했다.

이렇듯 요즘엔 마음만 먹으면 직업 전문가 진로특강에, 진로 검사까지 접할 수 있어 나의 초등생 시절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을 깨닫는다. 어찌 초등뿐일까 중고등학생이 되면 대학입시를 고3 한 해로 준비할 게 아니라 학종을 준비해야 하니 이미 고1 때부터는 진로를 확고히 하는 분위기다.



이렇듯 빨라진 진로 탐색의 시작 시기에 어울리는 책이 나왔다.

우리에겐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로 유명한 고대영 작가님이 <커서 뭐 될까?>라는 책으로 돌아왔다. 작가의 글을 보니, 지하철에서 긴장하다가 잠든 병관이가 벌써 성인이 되었다고 한다!

책에는 이안, 민호, 병관이가 나온다. 이들은 모두 초등 5학년이다.

한참 꿈 많을 이 어린이들은 새 학기에 장래 희망, 취미, 특기 등을 담은 자기소개서를 써 오는 숙제를 받아든다.

자기소개서 숙제를 받아 든 병관이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병관이는 지금까지 일관된 꿈인 '평범한 아빠'라고 품고 있지만, 그 꿈을 장래 희망이라 불러도 될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평범한 아빠'가 되고자 한 건 유치원 때부터니 꽤 오래된 꿈이다.

하지만 이 '평범한 아빠'가 되기까지 직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안 뒤로 병관이는 흔들렸다. 직업으로 의사로 시작하여 최근에는 프로 스케이트 보더로 바꾸었지만 이마저도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어 아직 장래희망이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어찌나 똑 부러지게 자신을 소개하는지 병관이는 다른 친구의 발표 내용에 견주어 자신의 분명하지 않은 장래 희망이 불만이다. 게다가 함께 다니는 이안과 민호의 장래 희망은 더욱 구체적이고 이안이의 경우는 그 꿈을 위해 적극적이기까지 하다. 이안이는 프로 게이머가 장래 희망이라 가족들에게 자신의 꿈을 선언하고, 아빠는 이안의 꿈을 돕기 위해 그 분야 전문가와 만남을 주선한다.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일찍 철이 든 민호는 '속기사'라는 생소한 직업까지 이야기한다. 이렇듯 다들 꿈을 향해 나아가는데, 병관이는 목적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 답답하다.

그러다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 병관이의 학년이 진로 탐색 시범 학년으로 지정된다.

프로그램은 자존감 수업, 강사 초빙 강연, 한국 잡월드 직업 체험 현장 학습, '나의 꿈' 발표하기로 구성되었다. 안 그래도 진로 탐색에 있어 자존감이 바닥을 친 병관이에게 좋은 기회가 될 거 같다!

병관이는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통해, 꿈과 직업을 구분하게 되고, 자신의 꿈인 '좋은, 평범한 아빠'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시켜줄 다양한 직업에 대해 차차 정하리라 다짐하게 된다.



예전 꼬마 병관이에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초등 고학년 병관이로 자란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찾아갈지 무척 기대된다.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병관이에 대한 시리즈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아이와 함께 진로를 고민하는 학부모나 초등학생, 관련 종사자 모두에게 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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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노트 - 인생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김익한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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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다이어리는 샀지만 첫 장 몇 장만 열심히 기록하기 일쑤여서 어느 순간부터는 다이어리를 구입하지 않게 되었다. 기록된 걸 보면 새해의 목표, 그날 있었던 일, 해야 할 일, 그날 그날의 감정들을 끄적거렸던 거 같다. 하지만 지속적이지 않아 기록 다운 기록을 유지한 적은 없다. 그 다이어리들은 잠시 잠깐 나의 인생을 정리해 주려다 퇴장하여 반듯한 모습으로 책장에 연도 별로 꽂혀있다.



<거인의 노트>의 저자 김익한 씨는 책을 통해 우리 인생에 있어 기록의 가치를 알려주고 있다. 저자 또한 인생의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떠났던 29세의 일본 유학 시절에서 기록의 가치를 깨달아 인생의 반전을 이루었다. 기록을 통해 지식을 쌓고, 생활 태도를 바꾸고, 목표한 것을 실행하며 충분히 성장한 그는 급기야 '기록학'이라는 분야의 교수가 되어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까지 설립하게 된다.

이토록 '기록'에 매료된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조금 끄적거리다가 마는 나의 기록을 보면 그다지 기록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데,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정도의 기록의 힘이란 과연 무엇인가?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기록하는 인간>에서는 기록의 중요성과 가치를 일깨우고 성장을 가로막는 벽을 뛰어넘는 방법을 제시한다. 2부 <거인의 요약법과 분류법>에서는 머릿속을 한없이 맴도는 생각을 어떻게 요약하고 정리하는지 설명한다. 또 정리한 것을 언제든 쉽게 꺼내 볼 수 있으려면 어떻게 분류해야 하는지 알려 준다. 마지막 3부 <거인의 다섯 가지 기록법>에서는 누구에게나 즉각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록법을 소개한다. 공부, 대화, 생각, 일상, 일까지 삶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주요 영역으로 나눠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지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기록의 의의를 지속적인 성장, 삶의 주도권에 두고 있다. 쏟아지는 정보와 내 안의 잠재성이 잘 어우러지도록 기록을 활용할 수 있으며, 나의 머릿속 방을 깨끗이 정리하고 언제든 적재적소에 맞게 내 생각을 쓸 수 있는 자유를 누리는 주도적인 삶을 살도록, 기록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록으로 주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말에 매우 공감했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집안의 물건이 어디에 있고, 언제라도 꺼내 쓰도록 잘 정리되어 있으면 외출할 때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우리의 머릿속도 마찬가지라 지속해서 밀려들어오는 온갖 정보와 해야 할 일에 우리의 머리 작업대는 언제나 분주하고 정신없다. 이 때 기록을 활용하면, 어떤 정보를 어떻게 입력하고, 그간 쌓아온 나의 지식과 경험, 체득한 노하우들과 어떻게 결합하여 가공해낼지 답을 찾을 수 있다니.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기록 과정이 습관화되면, 내 인생까지 다시 정리하여 줄기차게 성장할 수 있다니 솔깃하다.

책 속에서는 성장 메커니즘 3단계를 만들어 실천하도록 권한다.

기록하고, 기록을 반복하고, 기록의 반복을 지속하는 것이다.

여기서 메커니즘은 여러 상황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책을 읽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책의 한 챕터가 끝나면 책 속에서 '자기화'된 정보를 키워드로 챕터의 말미에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이를 매 챕터마다 반복한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챕터마다의 기록을 보며, 자기화된 서평을 써 읽은 책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고, 지속한다. 이렇게 지속된 독서 시 기록 습관은 책의 맥락이 머릿속에 정리되어 훨씬 빨리 읽게 되고, 이해를 도우며, 자기화되어 쌓인 지식은 언제 어디서라도 새로운 정보나 상황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인생 전반에 적용하도록 안내한다. 크게 공부, 대화, 생각, 일상, 일로 나눠 각 영역별로 기록하는 방법이 나와있어 성장형 인간으로 가는 길을 하나씩 안내해 준다.

기록은 나를 알아 가는 데에도 유용하다. 인생에서 삶의 중심이 되는 일을 기록하고,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을 구분하여 자신만의 인생을 정돈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원하는 일이나 진짜 욕망, 남이 아닌 내가 바라는 것을 모른다면, 기록을 해보자. 기록을 하게 되면 현재의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내 욕망, 바라는 바, 원하는 모습을 좀 더 명확하게 구분하게 된다. 그리고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게 방해하는 그 한계에 대해서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2장 자유>를 읽으며, 예전에 읽었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이 떠올랐다. 이 책은 기분부전장애를 가진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와의 대화를 엮은 것인데, 읽으면서 저자의 감정과 머릿속, 세상을 보는 방식,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글쓰기를 통해 정리되는 것을 느꼈다. 이때도 막연하게 글쓰기의 힘에 대해 느껴서 며칠간 내 머릿속이나 일상에 렌즈를 들이밀어 관찰자적인 시선으로 일기를 썼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일기를 들여다보면, 기록하는 것 자체로 위안이 되고 정리가 되었으며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주었던 같다. 기록은 진정 나를 객관화하여 현 상황을 볼 수 있고, 과거 또한 볼 수 있으며 불안해하는 나의 미래에 대해 방해물을 하나 둘 제거하도록 돕는다.

책속에서 저자는 꾸준히 기록의 가치를 강조하며 당장 적용해 보도록 쉽고, 간결하며, 실천 가능하도록 손짓하고 있어 어쩌면 책을 다 읽고 나면 연필이나 만년필, 간단한 A5 크기의 나만의 노트를 손에 쥐게 될지도 모르겠다. 심플한 키워드라도 기록하고 반복하고 지속한다면 엄청난 변화가 있을 거는 같다. 저자가 기록을 통해 변화했고,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고 자부하니 저자를 따라 기록형 인간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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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아빠식 문해력 독서법 - 상위 1% 아이가 하고 있는
이재익.김훈종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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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명의 아버지가 있다.

이들의 부인들은 직장에 매여 모두 바쁘고, 아이는 한창 공부에 매진할 중고등학생들이다.

다행히 나름 한국에서 인정받는 대학을 나왔으며, 자칭 타칭 모두 읽기와 쓰기의 달인들이며 글 쓰고 말하는 일을 업으로 살아가면서 그 분야에서만큼은 성공을 거두었다.

시간도 나름 여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이 아버지들은 아들의 교육에 매진한다.

매진하는 분야는 독서와 글쓰기다.

그런데 공교롭게 아들들은 모두 이과 기질이다. 각각 과학 영재원 출신, 과학고에 다니고 있다.

아버지는 문과 중에서도 오리지널 문과생들인데 말이다.

문과에 특화된 아버지들의 이과형 아들을 가르치는 노력은 눈물겹다.

하지만 한걸음 한걸음 와보니 어느새 문해력 독서법에 관한 책까지 쓰게 되었다!



<서울대 아빠식 문해력 독서> 속 사춘기 아들과 소통하고, 무뚝뚝하고 둔감한 아들의 독서를 독려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들의 사례를 읽다 보면 제3자인 나도 오소소 닭살이 돋기도 하는데 가족인 아들은 오죽할까?

그래서 영문학도 출신인 저자 이재익 피디가 되새기는 카사노바의 명언이 구절이 더욱 와닿는다.

"거절을 두려워 마라. 99명에게 거절당해도 1명이 승낙한다면 그것은 승낙이다"

이 아포리즘을 마음속 필통에 적어두며, 아들에게 슬쩍 멋진 글귀들을 전한다고 한다. 비록 아들의 무반응이나 읽씹 등의 '99번의 거절'이 있을지라도 가끔씩 그 글귀들이 아이의 마음을 쳐서 그 명언의 저자에게 호기심을 갖거나 책을 찾아 읽게 된 단 '1번의 승낙'에 아빠는 감동한다.




이재익 피디와 다른 색채인 저자 김훈종 피디 또한 읽기와 쓰기에 대한 그 열정에서는 닮아있다. 아이의 교육을 위해 교육서와 논문, 다큐멘터리, 다양한 TV프로그램 등등을 찾아보고, 나름 집대성하여 아이에게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하여 접근하다.

뇌의 발달에 대한 정보부터 여러 심리학자의 이론과 읽기와 쓰기의 전문 논문까지 찾아 소개한다.

무엇보다 독서와 글쓰기 등의 효용이 학창 시절에서 끝나지 않고 어른이 되어서 빛나는 사례를 본인들의 경험담과 노하우까지 넣어 풀어나가 멀리 보고 교육을 하게끔 방향을 알려준다. 참고로 이재익 피디는 방송국 피디이지만 웹 소설가이자 시사 방송의 라디오 자키까지 겸하고 있어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그 덕업 일치를 몸소 실천한다.

중간중간 직접 아들을 지도하면서 찾은 인생에서의 공부의 이유와 읽기와 쓰기의 다양한 효용성을 자신의 어릴 적 사례와 현업을 곁들여 들려주는 데서, 연령별로 책 읽기와 글쓰기 재미 붙이게 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수능을 향한 실전 노하우, 덤으로 사춘기 아들과 소통하는 방법까지 도움과 자극을 많이 받게 된다. 한자교육의 이점, 속독법 트레이닝과 필사, 화학적 요약의 중요성, 때론 과부하와 불량한 독서 방법도 필요하다는 등등 깨알팁도 나온다. 물론 나와 마인드가 완전히 같지는 않다. 스마트 기기의 사용이나 웹 소설 등에 좀 더 허용적이고 때로는 욕도 섞어가며 아들과 대화를 하는 아버지를 따라 하기에는 새가슴이라 참고만 하련다.



둘 다 방송 프로그램 구상부터 진행까지 맡아서 하는 피디들이라서 그런지 단순 문해력 교육서라고 보기엔 그 다루는범위가 넓고 글도 재미나게 엮어 술술 잘 읽힌다. 그중 교육과 연계한 대한민국 현 상황에 대해 과거와 비교하며 짚어보는 <4부. 아빠의 고민>에서는 마음이 많이 무거워진다. 어쩌다 이러한 지경까지 와서 아이들을 몰아세우는지 과열된 교육 환경과 이로 인해 더 이상 아이 낳기를 포기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발견해서 재밌게 읽다가도 무거운 마음으로 끝난 책이다.

기존의 독서법에서 좀더 발전하고자 하는 친구들이나 학부모님이나, 좀더 나은 글을 쓰거나 이 방향으로 진로를 정하고자 하는 이, 읽기와 쓰기 공부의 가치를 좀 더 확고히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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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수메르 신화 한빛비즈 교양툰 23
멍개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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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수메르 신화"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인류 최초의 문명인 수메르 문명에 대해 아는 것은 쐐기문자,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부근에서 발달했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함무라비 법전 정도다.

최근 아이가 "Story of the World"라는 책을 보기 시작하면서 아이도 수메르 문명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되긴 했지만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 주는 것 외엔 딱히 책을 찾아보진 못했다. 지난 겨울 국립중앙박물관의 메소포타미아 문명전에 아이와 함께 갔을 때에도, 낯선 이름들과 명칭들이 많아 초등생인 아이가 여러가지를 신기해하며 물어봤을 때 얼버무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다 수메르 신화에 대한 만화책이 나왔다하여 반가운 마음에 얼른 책을 신청해 보았다.



이 책 "만화로 보는 수메르 신화"의 저자 멍개는 문학이나 역사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전혀 다른 분야에서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했다고 하는데, 책을 읽다 보면 이렇게 방대한 내용을 다루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야의 깊이 있는 공부를 했는지 놀라게 된다. 또한 이 책은 362쪽으로 두툼하지만 어렵고 딱딱할 수도 있는 내용을 편안하게 만화로 풀어내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24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의 이야기 끝에 멍개 상식이 있어 이 책의 내용을 아주 풍부하게 해주고 많은 것들을 알려준다.


멍개상식 42/43쪽

 

또한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둥굴둥굴한 호감가는 캐릭터들과 만화로 인해 이야기 속으로 쉽게 빠져들고 어렵지 않게 이해하게 된다.

12/13쪽

세계에는 많은 신화들이 있는데 모든 신화들의 기원이 되는 수메르 신화를 보통 제일 늦게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책 표지에도 '수메르를 알면 다른 신화가 보인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수메르 신화는 다른 민족들의 신화나 종교속으로 많이 스며들어갔고 인간창조나 대홍수를 일으켜 인간들을 멸한 내용 등 많은 내용이 구약성경의 내용과 비슷하기도 하다.


또 영리한 수메르인에 대해서도 발견할 수 있게 되는데, 이들은 60진법을 만들어 기본 수학체제로 사용했으며, 원의 360도, 1시간을 60분, 1분은 60초 등등이 모두 수메르의 산물이다. 게다가 문자를 발명하고 점토판에 기록을 남겼으며 놀랍게도 태양계에 알려진 모든 천체를 알고 있어 그것이 12개라고 기록까지 했다.

수메르인은 놀라운 천체지식을 가졌으며 지구가 구형임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수메르인의 우주관이 현대의 우주관과 같다니...... 이런 고대의 초고도문명은 3600년을 주기로 태양을 공전하는 미지의 12번째 "니비루"라는 행성의 아눈나키들이 금을 얻기위해 지구를 방문했고 수메르문명을 세웠다는 제카리아 시친의 설을 책에 녹여 냈는데 공감 가는 부분이 많이 있다.


80/81쪽


이 책은 수메르 문명에 관심이 있거나 고대 신화나 인류의 기원에 관심이 있는 친구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한번쯤 봐도 좋을 교양서이다.

수메르인들이 남긴 많은 유물과 유적이 이라크 지역에 많이 남아 있는데 혼란스러운 중동 정세에 많이 파괴되었다는 뉴스들을 예전에 들었었다. 이 인류 최초의 문명의 흔적이 잘 보존되어 이 책을 통해 관심을 갖게된 수메르 신화의 현장을 언젠가 직접 보기를 희망해 본다. 그리고 이제는 박물관의 수메르 전시장에 가도 아이에게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설명해 줄 수 있을 거 같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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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데스크 다산어린이문학
켈리 양 지음, 이민희 옮김 / 다산어린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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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광고처럼,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어린이문학에는 어느 것이 있을까?

아니, 적어도 나에게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영향을 주고 있는 작품에는 어느 것이 있을까?

떠오르는 건 아낌없이 주는 나무, 어린 왕자, 삐삐롱 스타킹, 빨강 머리 앤, 작은 아씨들, 톰소여의 모험 정도? 이 중에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어린 왕자는 어른이 되어서도 두고두고 읽고 있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고 싶은 소설이 생겼다.

바로 "프런트 데스크"!




이 소설의 표지를 보면, 당차 보이는 동양계 여자아이가 전면을 응시하며 전화기를 들고 있다. 여자아이는 꽃무늬 바지를 입고서, 필기를 하려는 듯 연필을 쥐고 있다. 그 옆으로 팁통이 보이고, 뉴욕 양키즈의 파란 야구 모자가 놓여 있다.

표지의 주인공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인 미아 탕이라는 10살의(!) 어린 소녀는 중국에서 부모님과 이민 와 캘리포니아의 모텔을 관리하게 된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모텔의 주인은 미아의 부모님이 아니다. 지독하게 구두쇠인 대만계 이민자 야오씨가 주인이다.

다른 이의 표현에 의하면 야오씨의 심장은 숯덩이처럼 차갑다고 하던데, 미아 역시 그 말을 점점 체감하게 된다. 같은 이민자여도 하루 12000달러를 버는 야오씨는 미아의 가족과 애초에 출발점이 다르다. 여기서는 타고 있는 '롤러코스터'가 다르다고 표현한다. 이 모텔에서 쫓겨나면 갈 곳도, 머물 곳도 없다는 가난한 이민자의 약점을 이용하는 야오씨는 미아의 부모님에게 처음에 계약했던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고장 난 세탁기의 구입도 이들의 책임으로 돌려버리는 등 지독하게 인색하게 군다.

그에게는 제이슨이라는 아들도 있는데, 하필 미아와 같은 반 옆자리의 친구다.

이 아들 또한 만만치 않다. 처음에는 미아와 같은 반이라 기분 나쁜 내색을 팍팍 내더니만 어느 순간엔 미아에게 사랑고백을 하기도 한다. 물론 보기 좋게 차였지만, 이는 또 다른 미아를 괴롭힐 구실만 더할 뿐이다. 전혀 미아의 인생에 도움이 안 될 것만 같은 제이슨도 이야기 후반부엔 아주 중요한 키맨의 역할을 하기도 하니 기대해도 좋다!

어느 날 지독하게 구는 야오씨와 볕 들 날이 없는 자신의 구질구질 롤러코스터를 벗어날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는데......

버몬트의 한 모텔의 무료 양도권이 걸린 "모텔 인수자 글짓기 대회" 광고지가 그것이다!!

두둥! 과연 에세이 C-를 받는 미아가 이 글짓기 대회에서 우승하여 시원하게 버몬트의 호텔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쉽지는 않다. 결론은 책에서 보게 될 테지만 미아는 '글쓰기'를 통해 좌절하고, 포기했다가도, 다시 꿈을 꾸고, 주변을 돌아보며, 다시 힘을 얻고 결국 꿈을 이루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표지에 담긴 사물 하나하나의 의미를 다 알게 된다.

이렇게 그림을 그린 이유를 책을 다 읽게 되면 알게 되는데, 그렇게 그릴 수밖에 없음에 미소를 짓게 된다. 나름대로 해석해 보자면, 분홍색 팁통과 꽃무늬 바지는 그녀의 빈곤함을, 파란 모자는 이민자나 유색 인종 등 차별받는 자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공감과 연대를, 전화기와 필기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과 소통하려는 그녀의 도전과 꿈을 상징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을 때 또 다른 재미는 나날이 성장해가는 그녀의 글솜씨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친구나 혹여 작가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나의 빈약해 보일 수 있는 글도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알게 해줄 것이다. 어린이를 비롯하여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따듯한 책이다! 기회가 된다면 영어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점점 글쓰기가 발전해 가는 영어 초보자 미아의 글솜씨를 원어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하니 더욱 와닿을 것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미아의 작문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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