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노트 - 인생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김익한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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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다이어리는 샀지만 첫 장 몇 장만 열심히 기록하기 일쑤여서 어느 순간부터는 다이어리를 구입하지 않게 되었다. 기록된 걸 보면 새해의 목표, 그날 있었던 일, 해야 할 일, 그날 그날의 감정들을 끄적거렸던 거 같다. 하지만 지속적이지 않아 기록 다운 기록을 유지한 적은 없다. 그 다이어리들은 잠시 잠깐 나의 인생을 정리해 주려다 퇴장하여 반듯한 모습으로 책장에 연도 별로 꽂혀있다.



<거인의 노트>의 저자 김익한 씨는 책을 통해 우리 인생에 있어 기록의 가치를 알려주고 있다. 저자 또한 인생의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떠났던 29세의 일본 유학 시절에서 기록의 가치를 깨달아 인생의 반전을 이루었다. 기록을 통해 지식을 쌓고, 생활 태도를 바꾸고, 목표한 것을 실행하며 충분히 성장한 그는 급기야 '기록학'이라는 분야의 교수가 되어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까지 설립하게 된다.

이토록 '기록'에 매료된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조금 끄적거리다가 마는 나의 기록을 보면 그다지 기록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데,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정도의 기록의 힘이란 과연 무엇인가?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기록하는 인간>에서는 기록의 중요성과 가치를 일깨우고 성장을 가로막는 벽을 뛰어넘는 방법을 제시한다. 2부 <거인의 요약법과 분류법>에서는 머릿속을 한없이 맴도는 생각을 어떻게 요약하고 정리하는지 설명한다. 또 정리한 것을 언제든 쉽게 꺼내 볼 수 있으려면 어떻게 분류해야 하는지 알려 준다. 마지막 3부 <거인의 다섯 가지 기록법>에서는 누구에게나 즉각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록법을 소개한다. 공부, 대화, 생각, 일상, 일까지 삶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주요 영역으로 나눠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지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기록의 의의를 지속적인 성장, 삶의 주도권에 두고 있다. 쏟아지는 정보와 내 안의 잠재성이 잘 어우러지도록 기록을 활용할 수 있으며, 나의 머릿속 방을 깨끗이 정리하고 언제든 적재적소에 맞게 내 생각을 쓸 수 있는 자유를 누리는 주도적인 삶을 살도록, 기록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록으로 주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말에 매우 공감했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집안의 물건이 어디에 있고, 언제라도 꺼내 쓰도록 잘 정리되어 있으면 외출할 때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우리의 머릿속도 마찬가지라 지속해서 밀려들어오는 온갖 정보와 해야 할 일에 우리의 머리 작업대는 언제나 분주하고 정신없다. 이 때 기록을 활용하면, 어떤 정보를 어떻게 입력하고, 그간 쌓아온 나의 지식과 경험, 체득한 노하우들과 어떻게 결합하여 가공해낼지 답을 찾을 수 있다니.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기록 과정이 습관화되면, 내 인생까지 다시 정리하여 줄기차게 성장할 수 있다니 솔깃하다.

책 속에서는 성장 메커니즘 3단계를 만들어 실천하도록 권한다.

기록하고, 기록을 반복하고, 기록의 반복을 지속하는 것이다.

여기서 메커니즘은 여러 상황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책을 읽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책의 한 챕터가 끝나면 책 속에서 '자기화'된 정보를 키워드로 챕터의 말미에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이를 매 챕터마다 반복한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챕터마다의 기록을 보며, 자기화된 서평을 써 읽은 책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고, 지속한다. 이렇게 지속된 독서 시 기록 습관은 책의 맥락이 머릿속에 정리되어 훨씬 빨리 읽게 되고, 이해를 도우며, 자기화되어 쌓인 지식은 언제 어디서라도 새로운 정보나 상황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인생 전반에 적용하도록 안내한다. 크게 공부, 대화, 생각, 일상, 일로 나눠 각 영역별로 기록하는 방법이 나와있어 성장형 인간으로 가는 길을 하나씩 안내해 준다.

기록은 나를 알아 가는 데에도 유용하다. 인생에서 삶의 중심이 되는 일을 기록하고,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을 구분하여 자신만의 인생을 정돈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원하는 일이나 진짜 욕망, 남이 아닌 내가 바라는 것을 모른다면, 기록을 해보자. 기록을 하게 되면 현재의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내 욕망, 바라는 바, 원하는 모습을 좀 더 명확하게 구분하게 된다. 그리고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게 방해하는 그 한계에 대해서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2장 자유>를 읽으며, 예전에 읽었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이 떠올랐다. 이 책은 기분부전장애를 가진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와의 대화를 엮은 것인데, 읽으면서 저자의 감정과 머릿속, 세상을 보는 방식,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글쓰기를 통해 정리되는 것을 느꼈다. 이때도 막연하게 글쓰기의 힘에 대해 느껴서 며칠간 내 머릿속이나 일상에 렌즈를 들이밀어 관찰자적인 시선으로 일기를 썼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일기를 들여다보면, 기록하는 것 자체로 위안이 되고 정리가 되었으며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주었던 같다. 기록은 진정 나를 객관화하여 현 상황을 볼 수 있고, 과거 또한 볼 수 있으며 불안해하는 나의 미래에 대해 방해물을 하나 둘 제거하도록 돕는다.

책속에서 저자는 꾸준히 기록의 가치를 강조하며 당장 적용해 보도록 쉽고, 간결하며, 실천 가능하도록 손짓하고 있어 어쩌면 책을 다 읽고 나면 연필이나 만년필, 간단한 A5 크기의 나만의 노트를 손에 쥐게 될지도 모르겠다. 심플한 키워드라도 기록하고 반복하고 지속한다면 엄청난 변화가 있을 거는 같다. 저자가 기록을 통해 변화했고,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고 자부하니 저자를 따라 기록형 인간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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